'지하철 개똥녀', '지하철 패륜녀' 사건 등이 이슈화 되었을 때 그 배후에는 ‘코찰청’이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코갤', 즉 '코미디 갤러리'의 준말로 이곳의 네티즌들이 이른바 네티즌수사대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못지않은 수사력을 보여준다 하여 코찰청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들이 속해 있는 곳은 디시인사이드(Dcinside). 주식회사 디시인사이드에서 운영하는 전자 게시판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처음에는 디지털카메라 관련 정보를 주고 받던 형태의 웹사이트가 발전하여, 이제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유행을 주도하는 웹사이트가 되었다.

디씨의 전체 싸이트 순위는 현재 51위(다음 디렉토리), 34위(랭키닷컴)정도에 그친다. 지표적 순위로는 다소 부진하나, 인터넷 문화를 논할 때에 빠뜨릴 수 없는 디씨. 과연 이 ‘미친 존재감’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로 인한 기능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의 거대한 사회





디시인사이드, 약칭 디씨는 갤러리 라는 (Gallery) 특수한 공론장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 내에서 사용자들은 최소한의 실명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자유로이 글을 쓰고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익명성을 가지고, 즉 현실에서 규정된 사회적 지위나 기존의 가치 판단적 요인들이 제거된 비교적 수평적 관계로서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하고 솔직한 의견들이 교환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갤러리는 어림잡아 30개 이상의 분류로 나뉘어져 있고, 그 하위에 최소 1,000여개 이상의 갤러리가 생성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갤러리의 생성은 유저가 직접 요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갤러리를 요청한 유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유저로 활동하게 된다. 이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디씨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갤러리마다 뚜렷한 개성이 존재한다. 게시물의 성격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취향, 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디씨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생성하고 있다.



접근성과 기동성을 갖춘 커뮤니티

연예인 누가 자신의 ‘갤(러리)’에 인증글과 인증샷을 남겼더라 하는 이야기는 디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드라마 갤에서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조공-연예인에게 팬들이 값비싸거나 정성스러운 선물을 주는 것-을 하는 모습이나 드라마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 혹은 칭찬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여느 팬카페나 방송국 홈페이지 못지않은 디씨의 활동력을 보여준다. 또한 음악, 미술이나 기계 등 각종 취미갤에는 소위 말하는 ‘능력자’들, 즉 그 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는 갤러-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 유저를 지칭하는 말. Gall(ery)+er-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드라마갤에서는 외국 드라마의 자막 제작자가 활동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갤러들이 제작하는 영상물은 이미 프로수준인 경우도 많다. 이처럼 각종 갤의 주제에 따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특정 주제에 관한 나름대로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디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계의 행동대장

지난 통큰치킨 사태에 각종 패러디물을 끊임없이 쏟아내 호응을 받은 것처럼, 2차적 편집물을 이용해 누리꾼들의 반응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 또한 디씨의 매력이다. 특히 이러한 패러디물 같은 경우에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영향을 끼치며 각종 매체에 인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는 사안은 디씨 내부에서도 많은 토론을 불러 일으키며 사람들의 참여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례로 과거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나 광우병 촛불집회, 노무현 탄핵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실천적 양상을 띠며 ‘행동하는 집단지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에서도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불매운동, 치킨 집회를 벌이는 모습이 매스컴에 소개되기도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신과 용어로 '지지치료 supportive care'중에 '환기 ventilation'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남에게 말하지 못할 여러 문제를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기법을 말한다. 혼자서 꾹 참고는 있으나 힘들었던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익명성 이라는 특성 덕에 현실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상공간에서 털어놓음으로써, 답답함을 해소 할 수 있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강점이지만 다소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분위기의 디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또한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양날의 검, 디씨

이 외에도 디씨를 이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이 각자 추구하는 나름의 가치와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가 그렇듯, 어떠한 순기능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역기능이 되기도 한다. 도입부에서 제시했던 코찰청처럼 공권력에 앞서 개인의 신상을 마구 파헤쳐 공개하는 행위는 일정 선을 넘어서는 순간 정의가 아니라 특정인을 파멸로 내몰 수 있는 치명적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다보니 정보에 대한 신뢰성도 가벼이 다룰 수 없는 문제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쥐식빵’ 사건은 디씨의 익명성과 즉각적인 반응성을 이용한 명백한 범죄행위였다.

 

- 연평도 위성사진이라며 디씨에 올라온 사진. 이는 주류 언론 보도에 그대로 인용되었으나 후에 바그다드 사진으로 판명됨


 

디씨를 칭할 때 인터넷계의 할렘가, 교도소 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인터넷이라는 전체 사회에서 마이너문화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순기능에서 역기능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씨라는 커뮤니티 공간은 누군가에게 토론장이 될 수도 있으며, 나의 생산물을 선보이는 공간, 혹은 공감대를 이루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디시인사이드라는 거대 사회의 한 측면만 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만 보고 쓰레기집단 이라는 평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이렇게 기발하고 참신한 쓰레기 본 적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