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는 신종 마약을 실험해서 결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크게 문제되지 않는 마약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부작용이 있는 마약은,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음주상태에서 부작용이 큰 것은 ‘절대로 술과 함께 복용하지 마세요.’ 등의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전달한다. 일부 연성 마약이 합법화 된지 35년 정도 된 네덜란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네덜란드의 사례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마약 합법화에 의한 부작용 보다 장점이 더 크다는 분석 결과가 많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도 마약 합법화를 단행하였거나 고려중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서방 국가들에 비해 마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우리나라에도 심심치 않게 대마초 합법화 논란이 인다. 담배나 술보다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 그 논거의 핵심이다. 하지만 마약 합법화의 핵심은 마약이 얼마나 우리 몸에 해로운 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을 대면하는 태도

그럼 마약 합법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법제화’라는 것은 어떤 태도로 바라보아야 할까. 마약 합법화 반대론자들은, ‘법제화’는 국가가 마약을 장려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마약을 권장하는 것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분명 마약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상세한 결과를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것을 마약을 장려하는 태도로 볼 수 있을까?



네덜란드가 마약합법화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으로 네덜란드인들의 개인주의를 꼽지만, 사실을 대면하는 태도가 다른 나라들과 달랐던 것이다. 마약이 합법화 된 나라들은 마약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이미 만연했던 곳이다. 강력한 단속을 벌이는 강경 정책을 펼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암시장이나 밀매 조직 등의 부작용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합법인가 불법인가와 관계없이 마약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마약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무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네덜란드 인들은 합법과 불법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마약을 한다면, 합법화를 통해 ‘교육권’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네덜란드 내의 암시장과 조직들의 힘을 무력화 시켰고, 합법화라는 기반 아래 마약에 대한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명분’이라는 이름 앞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상황은 역사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나라로부터 들여온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멸망한 명나라를 숭배했던 조선인들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에도 많은 나라, 사람들이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한국의 성교육

한국에서 대마초가 불법인 것은 실용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일부 마약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나, 소규모이고,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날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나쁘지 않다고 해도 합법화에 대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담배나 술은 이제 금지시킬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해로운 것을 하나 더 세상에 내어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그중 하나는 바로 미성년자 성관계이다. 고등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5,6년 전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던 성 관계 경험자가 더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이 분명한데도, 학교는 콘돔 사용법 한번 변변히 가르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혼전 성관계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많은 선생님들과 학부모는, 피임 방법을 교육하는 것은 혼전 성관계를 묵인, 장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혼전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가르쳐도,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명분 때문에 실리를 그르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단순히 금지하거나 순결 교육을 강화해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많은 나라에서는 단순한 피임 방법을 교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성들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사랑하는 여성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낙태율이 높은 것은 단순히 성관계 비율이 높기 때문은 아니다. 임신을 한다고 낳아서 기를 수만도 없는 사회적 환경도 문제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그 뿐만이 아니다. 높아지는 성범죄, 성관계에 있어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 혼전 임신 후 남성들의 책임 회피 등의 문제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성관계가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현실에 순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명분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실을 인정했을 때, 상황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새로이 열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