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헌혈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최근 상당수의 학교가 ‘헌혈 학점제’ 를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헌혈 학점제’ 란 헌혈을 봉사활동시간으로 인증하여 정해진 양의 봉사시간을 채우면 학점을 주거나, 헌혈의 횟수를 정하여 그 이상을 하게 될 경우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헌혈 학점제는 갈수록 많은 학교가 시행하고 있으며 학교마다 그 방식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학점을 얻기 위한 학생들의 헌혈 참여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헌혈 학점제는 헌혈 참여도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학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다 많은 헌혈의 양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최근 이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봉사의 본질이 흐려지며 헌혈의 순수한 의미마저 퇴색될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대학생 정다민(23)씨는 “ 헌혈증 개수로 학점을 주는 것은 학점을 거저주는 거와 다름없다. 비싼 등록금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얻어야할 학점을 그렇게 쉽게 얻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 말했다. 또한 체질상 헌혈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대로 헌혈 학점제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는 학생들은 실제 혈액원의 재고량이 거의 바닥에 이르는 혈액 부족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학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1석 2조의 제도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실제 자신의 헌혈로 학점을 인정받은 경험이 있는 계명대학교 박인태(25)씨는 “ 사실 사회봉사 수업을 듣는 많은 학생들은 헌혈을 통해 봉사활동 시간을 얻고자 한다. 처음에는 비록 학점을 얻기 위한 의도였지만 하고 나서는 무척 뿌듯했고 이를 계기로 나중에는 학점과 상관없이 자주 헌혈을 하게 되었다” 고 말했다. 



                                    헌혈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구대학교 학생들의 헌혈 현장


대학생에게 학점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니 만큼 헌혈 학점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은 뚜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봉사의 순수한 의도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하는 학생들과 헌혈의 양을 늘리기 위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학생들 사이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헌혈 학점제가 학교 측의 입장에 따라 시행이 되고 있는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부경대학교는 봉사학점 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지만 헌혈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부경대 측은 헌혈 자체를 시간으로 환산하기 어려울뿐더러 학생들이 여타 봉사활동보다 비교적 노력이 덜 드는 헌혈에만 치우칠 것을 우려해 인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헌혈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의 입장은 꽤 긍정적이다. 대표적으로 대구대학교는 1998년부터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헌혈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 학기에 3차례 이상 헌혈을 하면 1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 중 헌혈의 인기가 단연 으뜸이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우리는 학교의 방침대로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막연하게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헌혈학점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헌혈 학점제.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