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도다의 조기종영 발표로 MBC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아고라, tv속의 tv 등은 조기종영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서명운동으로 분주하다.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질 좋은 영상을 확보하고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퍼펙트한 역학 싱크로율 등으로 연신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을 결정했다니 시청자들은 의아할 따름이다.

MBC 측에서는 조기종영이 아니라 처음부터 프로덕션 측과 합의, 24, 20부, 16부작 등 유연하게 결정하기로 했고, 그것을 16부작으로 결정지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미 17부까지 사전제작이 끝난 마당에서 16부로 끝낸다고 하니 정말 순수한 의도의 결정인지 궁금해진다. 이미 만들어진 17부의 내용을 어떻게 줄여서 합칠 것이며, 이야기의 전개는 어떻게 끝낼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탐나는 도다’는 말 그대로 오랜만에 맛보는 착하고 질 좋은 드라마였다. 신인급 출연진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과 조연들의 연기는 칭찬할 만 했다. 서우의 순진무구한 탐라도 섬처녀 연기도 똘망똘망한 눈빛과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고, 82년생답지 않은 동안의 임주환은 날렵한 액션과 카리스마 연기로 감탄을 안겨주었다.

                                  ▲ 다음 영화 포토 http://movie.daum.net/tv/detail/main.do?tvProgramId=52646

특히 파란눈의 외국인이 나온다는 설정은 일반적인 현대극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설정인데, 주연급으로, 게다가 조선시대에 이양인이 처했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독특하다. 현재에도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에는 아직까지 이질감이 존재한다. 조선시대에 이양인을 바라봤던 시선과는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양인을 무서워하고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아직까지도 같다. 내 주변에는 외국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므로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외국인이 등장하는 드라마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조기종영 반대 신문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미지의 섬 17세기 제주도에서 금발의 푸른 눈 이양인이 제주 섬 처녀와 조선인들과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월 메이드 드라마 '탐나는 도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생김새와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볼 기회를 시청자들에게서 빼앗아가지 말아주세요!"라는 외침을 듣는다면 '탐나는 도다'의 가치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 최고의 선인가.   
                                            


이런 사소한 장점들뿐 아니라 탐나는도다가 조기종영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방송사의 시청률 무한경쟁으로 희생된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방송의 특성상 수익구조가 광고 수입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높은 시청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지표 자체는 매우 불완전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지표이다. 게다가 방송사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므로 공익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방송사들의 행태를 보면, 프로그램의 질과 시청자의 의견에는 상관없이 시청률을 바탕으로 공공연하게 차별대우를 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KBS 명품드라마 '파트너' 16부                                       

가장 최근 사례로는 김현주, 이동욱 주연의 ‘파트너’를 들 수 있다. 변호사들이 고군분투하여 강한 자를 대변하는 로펌들과 외부세력에 맞서 약한 자들의 편이 되어주는 스토리는 매 에피소드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명품드라마라는 애칭까지 가지고 마니아층의 큰 호응을 얻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폭풍처럼 스토리가 전개되어 조기종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16부작으로 마감되었다. ‘파트너’의 평균 시청률은 10%정도였다.


   MBC 추리다큐 '별순검' 7부작                                                  

‘별순검' 또한 조기종영된 웰메이드 드라마 중에 하나이다. ’조선판 'CSI 과학수사대'로 불릴 정도로 살인사건을 추리해 가는 순검들의 추리기법과 전통적인 수사방식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을 들었으나 평균 시청률을 한자릿수로 마감하면서 7회차로 마감되었다.

그 외에도 박경림 주연의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도 마니아층의 반대에도 불구 조기종영되었고, KBS의 ‘역사스페셜’ 또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을 맞았다.


   2~30대는 토요일 오후를 집에서 보내지 않아!!                        

‘탐나는도다’의 방영시간이 주말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할 때 이 드라마의 시청률 저조는 편성 탓일 가능성이 크다. 10대에서 30대까지 비교적 젊은 층이 열광하는 ‘탐나는도다’가 장년층이 선호하는 ‘솔약국집’을 이길 수 있을까. 이건 마치 20대 자녀를 부모님께 “난 탐나는도다를 봐야하니 어머님은 들어가 주무시죠”라고 말하는 버릇없는 자식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물론 솔약국도 재밌긴 하다) 아쉬운 편성시간은 나 같은 20대 시청자들이 불법다운이나 웹상에서 다시보기 경로를 통해 '탐나는 도다'를 접하게 한다. 이러한 방법은 시청률을 올릴 수 없으니 ‘탐나는도다’의 시청률 저조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이다.

방송사의 조기종영 횡포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방해한다. 방송사의 경제적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시청률만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해야하는 정당성을 찾아서는 안된다. 웹상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탐나는도다 조기종영 반대운동’을 MBC 관계자 분들도 주시하고 계실 것이다. 잘 만든 드라마가 시청률도 높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소수라도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종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최근 ‘탐나는도다’의 조기종영 반대운동은 이례적으로 적극성을 띠고 있다. 아고라에서는 조기종영 반대서명이 이미 5000명에 다가서고 있고, 공식홈페이지의 시청자의견 게시판은 조기종영을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가득차 있다. 
 



또한, 조기종영반대 움직임을 위한 사이트를 개설하고, 일간신문에 광고를 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반응은 이전의 소극적인 반대운동과는 달리 시청자의 볼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시청자의 바램대로 드라마의 결말을 바꾸기도 하는 마당에, 그저 잘 만든 드라마를 원래 계획대로 회차만큼 보고 싶다는 이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일까. 드라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탐도의 방영은 주~~욱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어망~ 나 탐도 계속 보면 안되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