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6일 오후 서강대학교 정문에서 한 여학생이 삭발을 한다. 연거푸 터지는 플래시, 기자들의 인터뷰도 이어진다. 여학생의 사진은 몇몇 포털사이트에 가장 조회 수가 많은기사로 선정됐다. 그 후 그 여학생은 ‘○○ 동결자’ 라는 이름으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달 2일에는 대학로에 3000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반값 ○○’을 외쳤다. 최고의 수재들만 모였다는 카이스트에서는 최근 ‘○○’ 때문에 4명의 학생이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다른 곳에서는 ‘이것’ 고지서를 손에 든 채 자살을 한 대학생도 있었다.


2일 대학로에 모인 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 ‘○○’은 등록금이다. 대학 등록금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6일 국회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학생 1인당 등록금 변동 추이’를 보면, 2001년 국립대와 사립대의 1년 등록금은 각각 243만1100원, 479만7100원이었다. 2010년 등록금은 국립대가 444만3800원, 사립대가 753만8600원이다. 10년 새 국립대는 82.8%, 사립대는 57.1%가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가 31.5%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대학등록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으로 추측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요지부동이다. ‘등록금을 2년 동결했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놓은 대학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동결을 하지 않은 대학들도 "교수 충원과 공학관 신축 등 교육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모든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학생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러나 인상에 반대하는 이들은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 누적 적립금은 총 등록금의 50% 규모 정도 되는 6조9,493억 원(2009년 기준)인 것을 감안했을 때 대학들이 내세우는 인상 요인들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대학=기업?

대학이 기업화 됐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이 대체재가 적은 상품을 파는 독점 기업의 모습을 한다는 것이다. ‘전체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계속 인상하는 등 수요-공급 법칙을 어기는 것은 그만큼 고등교육이 대학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는 것’이란 주장이다. 독점 구조 하에서 대체재 없는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은 가격결정권 또한 독점한다.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인이 상수도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면 상수도세를 아무리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 대학이 교육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대학이 독점 기업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의 주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더 높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의 인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립대 중에서 연세대 42.0%, 중앙대 37.7%, 한국외대 34.9%, 고려대 32.6%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인상률이 사립대 평균(30.5%)을 웃돌았다. 지방 사립대인 대불대 16.8%, 서남대 16.5%, 대구외국어대 19.9% 등은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등록금을 올려도 다니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많으니 싫으면 말라’는 식이다. 이는 대학이 독점기업들이 보이는 행태를 닮아있다는 평가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등교육은 대학 외에는 대체재를 쉽게 구할 수 없다. 국내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국외로 눈을 돌릴 수 있으나 대다수의 학생들은 경제 사정 때문에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항공료, 거주비용을 비롯한 생활비용, 그 외에 제반비용을 합치면 비용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국내 대학에 다닐 수밖에 없다. ‘의무교육도 아닌데 대학을 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4년대 대학 졸업자와 고교 졸업자의 임금 격차는 1997년 19.5%에서 2007년 29.8%로 10% 이상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임금을 7/10 정도 밖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압박감은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률이 84%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고졸이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독주를 막을 것이 없다

대학에 대한 견제 장치는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현재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은 ‘등록금 심의 위원회’(등심위)를 설치해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등심위의 구성에는 학생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등심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들은 ‘명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등록금을 정하는 데에는 자신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심위가 열린 이후 서강대에 붙은 대자보에서는 학생대표들이 이야기한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총장님께 건의해보겠다’라는 한마디만 들었을 뿐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심위를 '등록금산정위원회'(등산위)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의 이전에 산정부터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멋대로 올려도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건 불가능한 형편이다.  '대학'이 과연 법적으로 '사업자'냐는 문제가 걸리는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학의 등록금 인상 합의를 '담합'으로 제재하려면 대학이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인 지속적으로 영리활동을 하는 '사업자'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록 권오승 전 공정거래 위원장이 2007년 당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는 영리, 비영리 상관없이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자를 뜻한다"며 "대학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적 있으나, 그 또한 "대학 정기총회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입수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대학들의 등록금 담합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대학에 법적제재를 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인 등록금 상한제 또한 실효성에서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인상 요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못해 권고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은 누굴 위하여 울리나
 

OECD 나라 중 등록금 순위 2위인 우리나라(1위는 미국), 높은 등록금의 '책임'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이유는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으며, 재단이 부담해야 할 것을 학생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전체 사립대가 토지매립, 건물건축에 들인 비용 중 사단법인 부담률은 10.8%에 불과하다. 또 정부의 고등교육 재원 투입에 대한 OECD 평균은 1%인 반면 GDP 대비 0.6%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대학 교육비의 76.9%를 민간이 부담하고, 정부 담은 23.1%에 머물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민간부담률이 가장 높다.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학생들은 다시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몇몇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 개인적인 사안이라 생각해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한 대학생은 ‘정부와 대학은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미친 등록금’의 해결책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 따른 ‘반값 등록금의 예산은 6~7조원이면 가능하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이는 4대강 총예산 22조의 약 1/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대학생들은 대학에 기업의 모습을 버리고 상아탑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뭘 해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던 20대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대학의 책임전가에 대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