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문용식 나우콤 대표의 강연이 있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토크쇼 형식을 빌려 진행된 이 강연에서, 문용식 대표는 SNS 시대에 변화될 정치지형을 전망하는 한편, 현실 정치에 대한 간략한 평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최근 일부언론에서 거론된 2012년 총선 출마설에 대해 “인생 1막은 감옥에서 보냈고, 인생 2막은 나우콤에서 사장으로 보냈다. 인생 3막에는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 할 생각이다” 라며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ns 시대 총선,대선 감상법"



문용식이 말하는 ‘뉴미디어’

이 날 강연은 ‘SNS 시대, 2012 총선-대선 감상법’ 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그의 저서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소개로 다소 지루하게 시작됐던 강연은 ‘시민참여방송의 미래’를 묻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으로 달아올랐다. 문용식 대표는 PC통신 나우누리, 촛불시위를 생중계하며 일약 떠오른 아프리카TV 를 운영한 대표적인 뉴미디어통(通)이다. 그는 뉴미디어의 가능성을 예찬했다. 그는 “2008년 5월 2일 촛불시위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아프리카TV의 시청자는 5천명이었지만, 여대생 구타사건이 일어난 후 6월 10일 시위가 격화되었을 때는 100만명의 연인원이 아프리카TV를 시청했다” 며 뉴미디어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특히 어떤 사안이 ‘아고라’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제가 설정되면, 아프리카TV로 인해 사회적 파급력이 커지게 되고, 이것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개인 미디어로 퍼지게 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이를 ‘뉴미디어 생태계’라 명명했다. 그리고 촛불 3주년을 맞는 지금, SoLoMo(Social, Local, Mobile)를 시대의 키워드로 정의하며 모바일이 3년 전 인터넷보다 사회에 10배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문용식이 말하는 ‘종편’

오연호 대표는 내친 김에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미래까지 물었다. 그에 대한 문용식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매우 큰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연 5조 정도의 규모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게임 산업보다 작다” 고 말하며, 이미 포화된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종편채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다만 그는 시장논리에 따르면 자립할 수 없는 종편채널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치세력과 야합할 가능성을 들며 이를 걱정했다. 그는 ‘미디어 방사능’ 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보수언론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편채널의 미래가 부정적이라면 그들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에 문용식 대표는 “그들의 자본금이 대략 4천억 정도 되는데, 1년에 채널 유지비로 2-3천억은 쓸 것이다. 광고비 등 수입을 고려하더라도 3년 정도 갈 것 같다.” 며 종편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문용식이 말하는 '2012년 대선-총선'

"공감이 미래정치의 키워드이며 보수세력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수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 SNS 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에 문용식 대표는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는 실핏줄 언론의 힘을 보여준 선거였다. 사회의 관심이 온통 천안함 사건에 쏠려 있었지만 트위터 등에서 벌어진 투표운동으로 결국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다.” 며 SNS 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특히 그는 올드미디어로 결집되는 보수세력과 뉴미디어로 결집되는 진보개혁세력의 싸움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드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소극적이고, 뉴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적극적이라 SNS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올드미디어의 소비자를 앞서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것의 대표적 예로 지난 6.2 지방선거 때의 'No vote, No kiss' 운동을 든 그는 그러나 그것이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후보를 잘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에는 인터넷의 힘으로 노무현이 당선되었지만 왜 2007년에는 인터넷이 더 발전되었는데 진보세력이 이기지 못했는가?” 라고 물으며 후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용식이 말하는 '정치'

강연이 진행될수록 그는 정치 무대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사회를 승자독식사회로 정의내리며 한국 사회의 발전 틀을 바꾸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야권연대에 대해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성공할 수 없고 반드시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성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에 대해서는 “복지가 시대정신이라고 보지 않으며 복지는 결과이자 목표다. 시대정신은 정의이며, 정의와 공정이 될 수 있는 상생” 이라며 선을 그었다. “야권의 대표적 정치인인 유시민과 손학규에 대해 장단점을 말해달라” 는 오연호 대표의 질문에는 “유시민 대표는 한국 정치인 중에 가장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다. 다만 그가 천재적인 건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니 이제 국민들에게 덕만 쌓으면 된다.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오신 분이라 일종의 주홍글씨가 있다. 개혁과 진보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며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SNS 시대, 2012 총선-대선 감상법’ 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연이었지만 강연시간의 반은 한국 정치에 대한 문 대표의 소신을 밝히는 데에 소비됐다. 문용식 대표의 말대로 SNS 가 앞으로의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올드미디어(보수) 대 뉴미디어(진보개혁)의 구도로 앞으로의 선거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위험하다. 그는 SNS 가 인류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파워풀한 무기라며 진보개혁세력에 유리하다고 내다봤고, 여태까지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점점 보급화되고 더 이상 SNS 가 20-30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앞으로도 SNS 가 진보개혁세력에 유리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물음표로 남는다. 또한 유명 pd들이 종편채널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볼 때, 3년 안에 종편채널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문용식 대표는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닌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놓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반말로 논쟁을 벌인 사건도 있고, 기업인들 중 최초로 4월 27일 재보선 때 해당 유권자에게 2시간 유급휴가를 보장해주기도 했다. 대표적 운동권이었으며, 끝없이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켜던 그가 정치에 관심을 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른다.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그는 현직 기업 CEO 이며,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 며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세금 납부 양대 의무가 있으며 탐욕적인 행태를 보일시 일벌백계해야 한다” 고 말했다.

20대로서 사회적 의식을 가진 기업인은 반가운 존재다. 그러나 그 기업인이 정계로 진출한다고 할 때, 그 반가움은 불안감으로 바뀐다. '그 놈이 그 놈일 것이다.' 내지는, '정치인 되면 변한다' 는 생각 때문이다. 그가 진정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 하고 싶다면, 이런 의심부터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가 운영하는 아프리카TV는 시민참여방송으로 불리는 한편, 저작권 문제나 음란방송문제에 출범 당시부터 시달리고 있다. 이 또한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