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일, 연세대학교에서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의 강연이 열렸었다. ‘100분토론’의 단골 논객이자 트위터의 독설가로도 명성이 자자한 진중권씨의 인기는 강연 장소에 도착하자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이 시작하기로 한 6시 전부터 강의실 앞에는 그의 강연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6시가 되자 강의실 문이 열렸고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앞에 앉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강의실은 순식간에 채워졌다.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그의 강연을 듣기위해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강의실이 뜨거운 열기로 후끈했을 때, 깔끔한 셔츠차림의 진중권씨가 나타났다. 학생들은 박수로 맞이했고 커다란 강의실에 그의 체구는 왜소했지만 강단은 그의 존재만으로도 가득 찼다.


그의 강연 주제는 ‘카이스트 사태를 통해 본 한국의 대학교육’ 이었다. 한때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였던 그에게 이번 카이스트 사태는 누구보다 가슴에 와 닿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강연의 시작은 카이스트 사태와 관련된 영상으로 시작했다. 경쟁주의에 매몰된 카이스트 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우울함이 엄습해 왔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그는 강연에 앞서 자신의 강연에 대해 소개를 했다.

“이번 강연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첫째로, 저는 슈퍼맨이 아닙니다. 저는 한국의 대학들의 문제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연구가 아닌 저 하나의 대안은 다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대안을 알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정신의 문제가 아닌 신체적인 습성과 같기 때문에 고치기가 정말 힘들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조망할 것인지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치겠습니다.”

 

 


대학=기업??

그는 처음 대학의 역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고 했다. 대학은 본래 신성한 학문을 연구하는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이후 대학이 세속화가 되버렸고 이때부터 학문이 이윤과 관계를 갖고 육체의 노동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에 문리대가 소외를 받기 시작했고 공학이나 경영과 같은 사회의 필요로 하는 학문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변화보다 오늘날의 한국 대학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오늘날의 문리대는 천대받죠, 대학에서는 theory 가 아니라 knowhow를 배웁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의 변화에 맞는 진보적이고 필연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문과 생산의 결합이 미미했죠. 그런데 지금의 한국 대학들은 엄청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유난히 극단적이고 광적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봤을 때 산학협동이라는 것은 국가와 기업이 대학의 주인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대학은 기업이나 국가의 프로젝트를 받아야 하기에 진리와 멀어지는 것입니다. 아주 뻔뻔하게 언론과 대학 스스로는 대학은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대학이 양복점 입니까?”

그러면서 그는 대학의 요즘 모습이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 대학자체가 기업으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 내부에 들어서면 호텔로비 같습니다. 이게 대학인지 대형마트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학들이 점점 시장화 되고 있습니다.”

그는 시장화 된 대학들이 경쟁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학순위가 생겨났고, 대학들은 대학 순위를 올리기 위해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들을 불러 모아 교수들을 채운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대학 내 교수의 수를 수식으로 써보면 y=3x+a 라고 한다. y는 정교수 수를, x는 겸임교수의 수를, a는 추가적인 강사 수라고 한다.


카이스트 사건에 대한 그의 시선

본래의 강연 주제로 들어가, 그는 카이스트 얘기를 꺼냈다.

“어휴 제가 카이스트 교수로 있었을 때, 저는 그 당시 영어로 수업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하 제가 당시 그걸 알았다면 총장에게 달려갔겠죠. 그 분(서남표 총장)의 개혁핵심은 대학에 시장원리를 들여놓은 것입니다. 이건 교육개혁이라기보다는 경영개혁이라 하는 거죠. 서남표 총장의 대학 경영개혁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우연일 수가 있지만, 서남표식 시스템 안의 학생들이 자살한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 상당히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서남표 총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이스트 문제로 전국이 한창 떠들썩했는데 지금 어떤지 아십니까?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정말 이상한 건 이런 서남표의 개혁을 카이스트 내부에서 대부분 찬성한다는 것입니다. 서남표 총장이 사퇴를 안 하고 버틴 것은 내부의 이러한 힘이 있다는 것이죠. 바로 이렇게 내부에서 동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서남표식 개혁으로 카이스트가 외적 지표로는 많이 올랐어도 과연 연구 역량이 얼마나 올랐는지 의문이 드네요.”





한국의 청춘들이여 자신을 긍정하라!

그는 이어 카이스트 학생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대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학점과 스펙에 얽매여서 사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진정한 대학생의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적 다양성입니다. 왜 다들 획일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죠? 여러분들의 스펙을 보면 다 같아요. 영어점수, 봉사활동, 높은 학점, 자격증까지. 모든게 똑같죠. 여기서 과연 무엇이 나올 것인가. 질적 다양성이 없는데. 아마 여러분들이 읽은 책을 리스트로 만들면 100권 이내로 모입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말을 잘 못하는 이유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건 자기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부탁을 남겼다.

“미래는 BEST가 아니라 UNIQUE 시대입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세요. 공포감에 휩싸여 남들을 따르면 안 됩니다. 남과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마세요. 우리 사회의 자본은 배려 안합니다. 그놈은 확대와 재생산에만 관심이 있지 당신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필요 없으면 밖에서 다른 이를 데려와 바꿔버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기의 전공을 넓은 영역, 다양한 분야로 확장 시키세요. 'Hybrid'시키세요.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서는 새로운 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 창의적이지 못해요. 여러분들은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또 제가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잖아요.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그러니까 자신을 긍정하세요. 스스로의 욕구에 긍정하세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까지 먹는다면 그것은 특권층입니다.

프랑스 혁명가 당통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대함을 그리고 또 다시 당대함을 항상 당대함을’ 물론 그렇게 사실 경우에 뒷감당은 제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하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제 우리 사회는 바뀔 것입니다. 사회가 바뀌면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도 바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게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쪽으로 한번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