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7일 목요일, 파주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인생에도 사용 설명서가 있다.’ 는 주제로  김홍신씨의 강연이 있었다. 당대의 부조리를 고발한 문제작 ‘인간시장’ 으로 한국 최초 밀리언셀러를 탄생시켰고, 제 15,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8년 연속 각종 NGO, 언론 등이 선정한 1등 국회의원으로 뽑히기도 했던 그를 고함20이 만나봤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파주시민회관의 350석이 모자라 복도에까지 꽉꽉 들어차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남 탓을 하면 편합니다.

그는 ‘살면서 남 탓을 하면 편하다’ 라는 다소 엉뚱한 말로 강연을 열었다. “돈 없으면 나라 탓을 하고, 도시가 불편하면 저기 계신 부시장님 탓을 하고, 집안이 망해가면 ‘그 인간’ 잘못이고,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그 인간’ 닮아서 그렇고, 하지만 여러분, 그래서 행복하십니까?”
그는 남 탓을 하면 편해질 수는 있으나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행복은 남이 아니라 나에게서 오는 것이므로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습성’ 과 ‘습관’ 에 젖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번밖에 없기에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인생을 왜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지, 그는 안타까워했다.

여러분은 밥 먹을 때 고개를 젖히지요?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은 밥 먹을 때 고개를 젖히지요?” 라고 묻는다. 청중들이 고개를 흔들자, “아니 왜? 고개도 안 젖히고 어떻게 목구멍보다 큰 밥을 삼키지요?” 라고 능글맞게 묻는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여러분은 목구멍보다 작은 알약을 삼킬 때는 고개를 젖히십니까?” 라며, 그것이 바로 몸에 베어버린 습성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이 신혼부부 때 남편이-혹은 아내가- 커피를 쏟는다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여보, 괜찮아? 라고 묻겠지요. 그런데 지금 커피를 쏟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제가 장담합니다. 백이면 백, 칠칠치 못하기는... 이라고 합니다. 그럼 변한 것은 ‘늙어버린 아내’ 일까요, 아니면 자신일까요? 변한건 세상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자신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세상 탓만 하고 있으니 행복해질 수가 없죠.”

그가 말하는 행복 방정식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그 이유를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 방정식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행복=만족/욕구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욕구는 무한대로 커지는 반면에 만족은 한계치가 있어요. 그러니 불행해질 수밖에 없죠.” 그는 행복은 일상에, 또 마음에 있다고 한다. “죽어서 천당과 지옥 중에 어딜 갈거냐고 물으면 여러분은 모두 천당을 고를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좋은 천당에 지금 당장 데려가준다고 하면 가실 건가요?” 그는 그 물음으로,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를, 왜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지를 안타까워했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는 희귀성 때문이다. 60억 인구 중에 ‘나’ 라는 존재는 가장 희귀한 존재이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다시없을 존재라, 가장 가치있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청춘에게 - 사랑하라, 배짱을 가지라

그는 아들의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의 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청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사랑에 미쳐서 천당에도 가보고, 그러다 이별을 해서 지옥에도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의 계기는 결코 일상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어려움 속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생기는 법이라고 말한다.

“지금 지진 때문에 난리가 난 후쿠시마에 태풍이 심하게 불었던 적이 있었어요. 과수원의 사과가 90프로가 떨어져서 농민들이 자살하고, 난리도 아니었지. 남은 10프로의 사과도 심하게 망가져서 팔 수도 없고. 그런데 한 청년이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남은 사과를 다 팔겠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남은 사과를 한 개당 1만엔에 팔았습니다. 어떻게 그랬을까요. 청년은 사과를 낱개로 포장해서, -그 모진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이라고 썼대요.”

그는 그 정도의 시련이 닥치지 않았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청춘들이 죽도록 사랑하고, 또 사랑하다 죽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청춘들이 배짱을 가지라고 말한다. “제가 시험지를 주고 시험장을 나가는데, 아니 교수인 저보다 먼저 나가는 학생이 있는거에요. 아무리 저라지만 괘씸해서 그 녀석의 시험지를 보니까, 그 때 문제가 ‘자신에게 10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지 쓰시오’ 였는데, 답이 ‘나에게 그런 행운이 생길 리 없다.’ 였습니다. 이런 배짱에 A를 안 준다면 어떤 시험지에 A를 주겠습니까?”


시간(오후 4시반)과 날씨 탓인지 ‘인생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다’ 라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정작 20대는 강연에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20대들이 그에게 궁금해할만한 물음들을 고함20이 대신 이메일을 이용해 여쭤보았다.

Q. 선생님의 대표작 '인간시장' 의 주인공 장총찬이, 원래는 권총찬이었는데 사전검열 때문에 성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겠지만, 2011년 현재에도 과거의 검열이 일부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은 사전검열 따위는 없어졌는데도 선진국만큼의 언론 자유가 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국민의 힘이 월등하게 높아져야만 언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니까요.

Q. 오늘 선생님의 강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생은 한번 뿐이다. 근사하게 살아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20대는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도록 사랑하라!' 고 하셨지만, '당장 등록금도 없는데 무슨 사랑이냐'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거죠. 우울한 시대를 보내는 20대에게 어떠한 행복 메시지를 전해주시고 싶으신가요?

A. 행복은 정말 내 마음 안에 있습니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말고 무조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짜 사랑은 내 마음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주는 것으로 매듭지어야 하는데 저도 잘 안됩니다.

Q. 선생님은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뛰어들어 8년 동안 매년 의정활동 1위라는 평가를 받으며 정치인으로서도 훌륭한 삶을 보내셨습니다. 선배 정치인의 입장에서 작금의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충고해주시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쓰면 역사와 국민이 반드시 심판합니다. 오직 국민과 국가의 이익과 평화, 자유, 복지, 편리만을 위해 마음을 바쳐야 합니다.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좋아하는 걸 하고 국민이 싫어하는 걸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인 앞에 늘 겸손해야하구요.

Q.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소설가, 국회의원, 교수라는 부러운(?) 세 개의 직업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셨으니까요. 특히 어떻게 문학, 정치, 복지 등을 넘나드는 지식을 가지셨을까와 어떻게 태작 없이 저렇게 장편소설을 집필할 수 있을까가 궁금합니다.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는다면, 어떻게 청춘을 보내야 할지 '미래의 김홍신' 에게 애정어린 한 마디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A. 문학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당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 폭넓은 지식과 사명감과 넉넉한 가슴과 열등감을 이겨내며 세상의 주인이라는 높은 자존심으로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쁘게 하는 뜨거운 정열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명답은 많다.

그는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명답은 많아요." 라는 말로 강연을 끝냈다. 그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번뿐이고,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정답이 있을 순 없다. 강연과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마음 안에 있는 행복' 과, '죽도록 하는 사랑', 그리고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쁘게 하는 뜨거운 정열' 을 강조했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천당에 들어갈 자격 심사를 할 때 묻는 두가지 질문으로, "기쁘게 살았느냐?" 와, "남을 기쁘게 해주었느냐?" 를 꼽는다고 한다. 우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 청춘들에게, 위 두가지 질문이 '행복의 황금률'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사는 또 하나의 명답, 김홍신에게 들었다. 

4월 14일 (목) 오후 7시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서울 종로구 나눔문화 포럼실


단행본 <프리라이더>와 <위험한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선대인 님의 강연이 열립니다. 유료강연이라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들어도 후회 없으실 겁니다.


자세한 내용 : http://www.nanum.com/


4월 15일 (금) 오후 7시 "이주노동자 인권 이야기하기" 중앙대학교 서라벌홀 716강의실


조금은 색다른 강연이 준비되어 있네요. 이주노동자 인권을 버마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색다른 강연입니다. 버마이주노동자 활동가인 소모뚜 씨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금요일 중앙대로 갑시다.


자세한 내용 : http://club.cyworld.com/Interfun

*** 고함20에서는 앞으로 매주 강연취재와 함께 흥미로운 강연정보들을 월요일에 강연플러스 코너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소개하고 싶은 강연이 있는 분들! 고함 이메일 editor@goham20.com, 트위터 @goham20_ 로 많은 정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