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친구 만나 데이트 하기가 두렵다. 사귄 지 오래된 커플이 시간 보낼 때 가장 좋은 건 영화 보기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둘이 영화 한 편 보고, 까페 가서 커피 한 잔씩 마시면 2~3만원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왔다 갔다 드는 교통비에 주말이면 평일보다 비싸지는 영화비. 가뜩이나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쓰는 대학생 커플에게 문화생활은 부담스럽고 사치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한 사람당만원 가까이 되는 영화비를 이번엔 누가 낼 지 눈치 보다가 이 영화 재미 없겠다라는 핑계를 댄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돈은 궁하고. 지갑 가벼운 청춘들이 걱정 없이 영화 보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어디 없을까?




여기는 충무로 오!재미동입니다

충무로 역사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 !재미동은 서울시에서 공공적 차원으로 설립한 공공문화센터다. 2004, 시민들의 다양한 영상문화를 감상을 돕고, 영상제작에 필요한 시설제공이라는 목적으로 개관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공공문화센터로 서울시와 계약을 맺고 ()서울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미디어 센터이며, 시민들에게 대부분의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카이브, 새로운 문화 놀이터

충무로 역사 지하 1층으로 올라오면,긴 복도를 따라 세워진 유리부스가 보인다. 아카이브, 전시실, 창작지원실, 상영관, 회의실, 사무실, 편집실이 일렬로 있어서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오!재미동의 모든 동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중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는 영상문화를 맘껏 즐기는 공간으로, 다양한 서적과 DVD, 인터넷 사용이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거의 2000편에 달하는 DVD가 비치되어 있는데, !재미동 웹사이트 회원가입 후 DVD 관람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아카이브에는 두 명이 들어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비디오방이 총 다섯 개가 있다.각 방마다 반투명의 유리 칸막이가 세워져 있고, 헤드폰을 사용해 영화를 보기 때문에 아카이브에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카이브에는 국내외 장편, 단편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심지어 뮤직비디오 관련 DVD까지 비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영하지 않은 영화, 공모전에 출품됐던 영화 등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영화들의 DVD가 마련돼 있다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아카이브 안에 비치된 DVD목록을 이용하거나, !재미동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찾는 방법이 있다. DVD 관람방법은 보고자 하는 영화 DVD를 직접 찾아서 카운터에 가져 간 뒤, 이용시간과 아이디를 적은후 비디오방을 이용하면 된다. 사람이 많을 경우 예약제로 운영되며, 한 사람당 관람 편 수가 한 편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사람이 없을 때는 수에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니, 보고 싶은 영화가 많다면 사람이 한산한 오전 시간을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아카이브에는 미니 도서관도 있다. 영화 관련 도서, 소설, 잡지, 미술사관련 서적, 만화책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책꽂이 옆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구비되어 있으니, 편히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다.



편집실,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의 공간

영화는 영상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완성하는데 있어 편집 과정만큼 중요한 게 없다하지만 편집을 위한 시설, 필요한  프리미어, 베가스, 파이널 컷 프로 등 이런 프로그램은 구하기 어렵고, 개인이 혼자 다루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영상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들을 위해, !재미동에서는영상편집 시스템을 제공한다. 총 여섯 대의 컴퓨터에 편집 시 필요한 시스템을 설치해놓았으며, 필요한 시스템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편집실의 경우 유료로운영되고 있는데, 선택한 시스템에 따라 시간당 1,500~5000원사이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재미동에서는 무료 교육이나 강좌를 통해 사용하기 어려운편집 프로그램, 장비 사용 방법도 알려준다영상편집에 관심이있다면 오!재미동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날짜를 확인한 뒤 방문하면 된다. 

그 외에 놀이터들

!재미동 소규모 영화관에서는 소수의 취향 존중이라는 목적을 갖고 매 달 영화를 상영한다홈페이지에서 신청한 뒤, 시간 맞춰서 오!재미동에 방문하면 된다. 영화관람은 물론 무료다. 매달 영화를 3편 정도 정해서 상영하고 있는데, 모든 작품을 한 달에 한 번 밖에 상영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5월에는 20대 여성 감독들의 다큐멘터리를 상영 예정인데 기회를 놓치면 큰 스크린으로는 볼 수 없으니, 관심이 있다면 시간을 잘 확인해서 방문해야 한다.

!재미동에서는 세미나실도 대관하고 있다. 세미나실에는 빔프로젝터와 DVD PLAYER가 모두 설치되어 있으며, 사용 2주전부터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할 수 있다. 기본 사용료는 두 시간에 만 원이고, 기간에 따른 환불 약관이 정해져 있다.



알면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동

!재미동 홈페이지(www.ohzemidong.co.kr)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오!재미동을 방문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지하철을타고 오!재미동을 방문할 때는 개찰구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혹시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매표소에 오!재미동을 방문한다고 말하면 개찰구를 열어준다. !재미동은 매주 일요일 및 국가 공휴일은 휴관이고,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소규모 영화관, 영화와 관련된 강좌, 감독과의 대화 등 여러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 후 방문하면 좋을 듯 싶다.


하나의 이동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지하철 역이 시민들의 문화공간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지갑 가벼운 청춘들이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내고 마음껏 꿈 꿀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오!재미동의 장점이다. 앞으로 역 내에 공공문화기관이 많이 생겨서, 지하철 역이 시민들의 지친 일상을 달래줄 수 있는 문화충전소가 되길. 그변화를 앞서 실천하고 있는 오!재미동의 더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