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RAIL路)가 돌아왔다. 내일로는 만 25세 이하 젊은이들을 위한 코레일의 서비스로, 티켓 하나로 최대 6박 7일간 KTX를 제외한 전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방학기간에 맞추어 여름과 겨울에 발매되며, 올 여름은 5월 25일부터 발매를 개시해 6월 1일부터 사용 가능하다. 티켓의 가격은 54,700원. 서울과 부산을 무궁화호로 왕복했을 때 53,000원이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싼 가격이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전 좌석을 앉아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일로는 자유석 및 입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자리가 있으면 앉을 수 있고 모자라면 서서 가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자리가 없어도 젊음이 있다. 젊음을 안고 내일로 여행을 떠나는 그대들에게 바친다. 내일로를 즐기는 8가지 방법.

<본 기사는 주관이 개입되어 있으며, 철저히 초보 내일러들을 위한 것임을 밝힙니다.>

1. 계획을 세우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공이 쌓인 여행자라면, 이 조언은 무시해도 좋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여행이라곤 수학여행과 졸업여행밖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계획 없이 내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무리다. 내일로 여행은 주로 기차를 이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준비 없이 마음만 가지고 떠났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여행을 가기 전 당신이 최소한으로 확인하고 계획해야 할 것은 다음 네 가지이다. 우리나라 철도노선 체계, 배차시간, 자신의 여행경로, 그리고 숙소. 물론 이 네 가지는 최소한에 불과하고, 실제로 조사해야할 것은 더 많다. 패기 넘치는 남성 여행자들이 ‘즉흥여행이 제 맛이다!’라며 훌쩍 떠나버리는데, 그랬다간 힘도 두 배로, 돈도 두 배로, 대신 우정은 절반이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여행은 막상 돌아다닐 때보다 계획 짤 때가 재밌다는 말도 있다. 그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라. 대략적인 계획이 있어야 즉흥 여행도 가능하다. 코레일 홈페이지와 네이버 카페 ‘바이트레인’을 참고해 기본 계획을 세우자. 당신이 내일로를 즐기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다.

우리나라엔 열차가 다니지 않는 도시도 많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2. 아는 만큼 보인다.

내일로에 대한 수많은 명언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부석사, 내가 갔더니 그냥 절이었다.”라는 말이다. 부석사는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으로, 또 의상대사와 선화낭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진 절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 부석사는 그저 ‘수많은 아름다운 절’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내일로 여행을 떠나면 필연적으로 수많은 문화유산과 접하게 된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독파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 대해 검색 정도는 필요하다. 교통수단, 입장시간과 같은 필수정보부터, 여행지에 대한 정보까지. 여행 정보는 각 지자체 사이트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원할 경우 지역 관광 팜플렛을 무료로 배송해주기도 한다. 여행에 있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면 내일로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부석사의 무량수전 현판을 보고, ‘아 저게 이승만이 쓴 거구나!’를 생각하고, 선암사에 가서 “눈물이 날 때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를 읊어주는 여행, 낭만적이지 않은가.

3. 짐을 줄이라

가끔 캐리어에 배낭에 쇼핑백까지 챙겨들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 고수일수록 짐은 줄어든다. ‘이것도 필요할지 몰라’ 라며 챙기는 게 초보의 여행이라면, ‘이건 거기서도 팔아’ 라며 빼는 게 고수의 여행이다. 내일로 여행은 배낭 하나에 카메라 등을 넣을 조그만 가방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여행 중간에 셀프빨래방 일정을 넣으면 옷가지도 줄일 수 있다. 막상 하나하나 따져보면 막상 챙겨가야 할 것은 많지 않다. 짐을 챙긴 후, 다시 한 번 뺄 것이 없는지를 점검하라. 무거운 짐은 당신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여행지에 가서는, 짐을 맡기라. 역의 무인락커, 자리가 없으면 여행안내센터, 그마저도 안 될 경우엔 근처에 있는 쇼핑몰의 사물함에라도. 짐 줄이기, 무더운 여름날 불쾌지수는 낮추고 여행의 즐거움은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도보로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여행지도 있다. 짐 줄이기는 여행의 생명이다. 사진은 순천만 갈대밭.



4. 인연을 소중히 하라.

내일로 티켓은 만 25세 이하 젊은이만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숙박 등의 문제로 미성년자 이용객은 거의 없다. 바꿔 말하면 당신 주변의 내일로 이용객들은 모두 또래라는 이야기다. 내일로가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싼 가격과 함께, 20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유대감이 있었다. 그 유대감과,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에, 일부러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내일러들도 많다. 여행을 다녀온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지보다 돌아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다. 안동에서 경주 가는 열차를 간신히 잡아탄 게 인연이 되어 모르는 분과 함께 경주를 여행한 적이 있다. 뜻밖에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여행이 더 풍부해졌다.  두려워하지 말고 옆에 있는 내일러에게 말을 걸라.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얻고, 20대로서 느끼는 세상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운이 따른다면 하루쯤 같이 여행하며 식사도 해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당신의 여행을, 또 생각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 말 한 마디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 당신이 내일로를 120% 즐길 수 있는 네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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