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흔히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성인이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 앞에서 안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한 행동을 하면 나오는 말이다. 유교문화 하에서 예의범절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온 우리 선조들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만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여야 할 모습 하나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어른들이 아이와 학생들에게 보여야 할 모습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고 있는 듯하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대놓고 “이거 멋있지?”라면서 보여주어서는 안 될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 논란의 중심에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선구자?

2004년에 개봉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유신 말기의 학교 모습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아직까지 주목을 끄는 것은 2000년대 들어 주를 이루고 있는 학교 폭력영화 스타일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맡은 유하 감독은 모교인 서울 상문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자전적 경험담을 통해 전반적인 줄거리를 만들었다. 이에 맞추어 현수(권상우 분)라는 내성적인 성격의 한 남학생이 학교라는 조직에서 사회에 만연한 ‘군사주의’를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남성적인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에 만연해 있던 ‘군사주의’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흔히 ‘집단따돌림, 일진, 폭력써클’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체벌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등장하는 교련 선생님이 등교 지도나 소지품 검사 후 규정위반 학생을 지도하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당시의 체벌은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보면 거의 ‘폭력’이라고 규정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렇듯 학교에서 폭력 문화를 여러 가지 형태로 접한 세대가 현재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회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영화’인 것이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는 아예 학교와 폭력조직을 연관시키기에 이르렀고 그 외에 '친구', '잠복근무', ‘투사부일체’, ‘강철중: 공공의 적 1-1', ’바람(wish)'등의 영화들에서 폭력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교를 배경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투사부일체 中


<표현의 자유>라는 건 누굴 위한 말일까?

이렇듯,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경험을 표현하는 동안, 여러 불법 경로를 통해 보지 말아야 할 것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요즘 학생들의 실태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가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2009년에 전국 64개의 학교 4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각급 학교 학생의 폭력 가해율은 12.4%로 전년 대비 3.9%나 상승했고, 장난으로 폭력을 행사해본 비율은 무려 55.5%로 전년보다 무려 10.1%나 상승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의 문제도 심각했다. 초등학교 재학기간동안 폭력을 경험해 본 학생의 비율이 무려 63%로 전년대비 7%나 상승했다. 비율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가파른 속도로 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학교폭력영화 규제’에 관한 내용이 활발하게 논의되는가 싶더니 그 이후로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여러 가지 다양성이 인정되는 현대 사회에서, 아무리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치더라도,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이 보고 무분별하게 따라할 수 있는 학교 배경의 폭력영화 및 여러 창작물들에 대한 내용은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영화를 관람하며 가져야 할 우리들의 자세

영화라는 것도 하나의 장사다. 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여 수입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당연히 고객인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의 가장 좋은 전략은 공감대 형성과 자극적인 내용이다. 전자를 만족시키는 ‘학교’라는 배경과 후자를 만족시킬 ‘폭력’이라는 주제는 언뜻 보기엔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이 둘의 궁합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가 우리 앞에 이렇게 놓여있다.

‘학교폭력영화’는 단순히 볼거리, 즐길 거리가 아닌 잘못된 것의 반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모색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할것이다. 청소년들은 분별력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10대들의 또 어떤 충격적인 행동이 9시 뉴스 전파를 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