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일요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최일구 앵커가 그룹들의 노랫말이 독특하다고 하면서, 천상지희의 봐줘가사를 직접 읽었다. "아담의 갈비뼈를 뺐다고 진짜 빼야 사람은 나인데." 그렇게 읽고 나서, 최일구 앵커 특유의 어조로 한마디 했다. “그런데 도대체 갈비뼈를 빼서 어쨌다는 거죠? 튀어야 사는 시대라지만 좀 생각해볼 일입니다” 

최일구 앵커의 코멘트 이후 천상지희와 f(x) 자료화면이 나오면서, 특이한 가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주목받으려고 일부러 가사를 튀게 만들고 있으며, 문맥에도 맞는 가사가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해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K-POP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모를 가사들이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예계 단신'이 왜 뉴스데스크에?


최일구 앵커가 이야기한 천상지희의나좀 봐줘’라는 노래를 들었을 많이 놀랐다. 가사가 도무지 내용이 뭔지 수가 없을 정도였고 문장의 개연성도 떨어져보였으나, 그냥 재미있었다. 노래를 들어본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동안 특이한 내용의 가사를 많이 봐서 감각이 무뎌진 일수도 있겠지만, 아이돌 노래 가사에 대해서는 대중들이 엄한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하다. 특이하고 이상한 가사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이런 가사가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았다. 문학성이 있기 보다는 따라 부르기 좋은 가사,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아이돌 노래 가사의 덕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문학성 있는 가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싱어송 라이터들이나 좋은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들을 것이다.

그런데 뉴스데스크는 뉴스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고 했는지, 비판을 하고 넘어갔다.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해친다는 것이다. 대단한 기우다. 지금은 그래도 아이돌 노래에 한국말 가사가 주류이지만, 과거에 영어 랩이 유행일 때는, 한국어가 나오다가 뜬금없이 영어 랩이 나오곤 했었다. 그런데 아이돌 음악 듣던 지금 20대들, 당연히 한국어 잘한다. 아무리 특이한 가사가 유행하고, 영어 랩이 유행하더라도 실생활에 쓰는 언어는 따로 있다. 고작 노래 곡이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을 망칠 리가 없다

또한 특이한 가사들이 한류가 유행하는 가운데, 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역시 걱정할 필요 없는 문제다. 가사는 기본적으로 산문이 아니라 운문이다. 대중가요인 만큼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면 좋겠지만, 은유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되어도 문제 것은 없다. 그래서 외국의 명곡을 봐도 뜻을 없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수가 없는 부분이 많다.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특이한 가사를 해석할 때도무슨 뜻일까?” 라고 궁금해 수는 있을지언정, 가사의 특성을 생각해보면,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천상지희의 가사는 연예뉴스 같은데서 웃으면서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식으로 짤막하게 다뤄져야할 가쉽일 뿐이다. 뉴스데스크에서 대단한 사회 문제인양 다뤄져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사에서 기승전결이 중요한가


물론 아이돌 가수의 가사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하지 않더라도, 수준 낮은 가사라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나 좀 봐줘'와 같은 가사가 비판받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가요의 가사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 '나 좀 봐줘'를 강하게 비난하는 몇몇 네티즌들이나 블로거들의 의견을 보면, 가사에 '기승전결’이 있는지, 즉 노랫말의 앞뒤가 맞고, 서사의 구성이 잘되어있어서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사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듯 하다.

그런데 굳이 가사에서 기승전결을 따질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내용을 전부 해석하고 알아들을 있어야 좋은 가사는 아니다. 내용이 전달되지만, 유치하고 상투적인 어구로만 포장된 가사를 좋은 가사라고 볼 수 있는가? 가사 내용이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된다는 것은 중요한게 아니다.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아이돌 그룹의 특색있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강조해서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가사라고 본다. 가사란 기본적으로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사는 음악의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가사는 음악의 분위기를 상당부분 좌우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곡에 맞는 가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감도 중요하고,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편한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특정한 한가지 기준으로 가사의 수준을 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가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총체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 소위 말해 '후크송'들이 가사 내용이 빈약하고 동일한 단어만 반복한다고 해서 나쁜 가사가 아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니카나 과거에 유행했던 싸이키델릭까지 환각적이고 묘한 분위기를 위해 동일한 단어, 문장을 계속 반복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은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가사를 쓰는 것이, 어쩌면 음악을 더 잘 살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

가사에서 꼭 기승전결이 잘 나타날 필요도 없고, 서사 구조를 지킬 필요도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가사는 운문, 즉 시에 가까운데, 왜 산문을 평가할 때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f(x)의 'Hot Summer'는 문맥이 안 맞고 서사 구조가 무너져서 나쁜 가사고,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문맥이 맞고 최소한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으므로 좋은 가사라고 말할수 있을까? 가사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 기준이 기승전결일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가사의 평가 기준은 누구도 쉽게 정할 수 없다.   

 


제발 그냥 냅두세요


그런데 뉴스데스크 보도처럼 '이상한 가사'를 언론에서 아예 규정해버리면 가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획일화시키는 것은 물론, 작사가들이 자유로운 가사를 쓰는데 방해를 하는 셈이 된다. 어차피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고, 정말 수준이 낮은 가사면 알아서 음악 시장에서 외면당한다. 굳이 언론에서 직접 가사의 질을 논하고, 그것이 사회의 대단한 문제인양 보도할 필요가 없다.

천상지희의 '나 좀 봐줘' 가사를 개인적으로 싫어할 수 있다. 필자도 음악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 좀 봐줘'의 가사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대중음악 가사의 수준을 떨어트린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은 언론이 아니라 대중이 판단하는 것이다. 제발 그냥 냅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