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뜻 깊은 날, 인터넷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 ‘코갤’이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와의 사이버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을 주도했던 인터넷 카페 ‘넷테러 대응 연합’(이하 ‘넷대연’)이 선공이 아닌 공격을 당했을 때 반격하는 방침으로 바꿈으로써 예고했던 ‘사이버 전쟁’은 잠정 중단 되었다.

사이버 전쟁, 선포한 이유

‘코갤’에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잠재되어 있던 반일 감정이 폭발하여 수면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사건들로 인하여 반일 감정은 여느 때보다 험악해진 상태다.
 

지난 3월 11일 일본은 대지진으로 인한 참사를 경험했다. 국민들은 피해성금을 모으고 자발적으로 구호 활동에 참여하는 등 참사를 당한 일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한일 관계는 외교적 측면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들간의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일본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표현을 담기로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우호적이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독도 영유권 문제로 인해 한일 사이가 다시 틀어지기 시작하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본에서 ‘한류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일본 배우 다타오카 소스케의 한류 비난 발언 이후 도쿄에서 ‘한류 반대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조선인들은 한반도로 돌아가라”, “한국의 손에서 후지 TV를 되찾기 위해 모였다.”라고 말하며 반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 일로 인해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 되었다. 
 
또한 지난 3일 방송된 일본 지방파 방송에서 ‘미녀 파이터’로 불리는 임수정 선수가 일본 남성 개그맨 3명과 성대결을 펼지는 영상의 공개로 반일 감정은 극에 달했다. 당시 임수정 선수는 시합에서 얻은 다리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시합 당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고 3명의 남성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얻어맞는 장면이 국민들의 분노를 극도로 자극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자 2010년 3월1일에 ‘2ch’테러 사건에서 사이트 33개 게시판 중 30개의 사이트를 마비시켰던 일을 상기시키며 8.15 광복절을 맞아 ‘코갤’이 ‘2ch’와의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사이버 전쟁’의 잠정중단

‘코갤’이 ‘2ch’에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면서 만든 ‘넷대연’ 카페에 2만여명이 가입을 하였다. 하지만 ‘넷대연’의 운영자 아이디가 해킹을 당하면서 많은 회원들이 강제 탈퇴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고 그로인해 회원 수가 2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대피 카페를 만들었지만 회원수가 3천여 명 밖에 되지 않아 '2ch'에 대한 공격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12시 30분 일부 네티즌이 ‘2ch’사이트에 접속 테러를 시작하였고 2개의 사이트에 에러가 떴지만 곧바로 복구되었다.
   


이 상황을 주시하던 네티즌들은 “사이버 상에서는 애국자로 칭해질지 몰라도 국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진정한 애국자일까?”, “2ch의 도발에 왜 넘어가는지, 이렇게 행동할수록 도리어 우리가 충동적이고 개념 없는 한국인으로 찍힌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모았다. 또한 사이버 공격 도구 이용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네티즌들의 반응에 ‘넷대연’은 선공이 아닌 공격을 당했을 때 반격하는 방침으로 바꾸면서 ‘사이버 전쟁’은 잠정적 중단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의 승리? 천만의 말씀

‘사이버 전쟁’의 잠정적 중단으로 인해 일본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절대로 일본의 승리는 아니다. ‘코갤’에서 ‘2ch’에 대한 사이버 전쟁 선포는 극에 달한 반일 감정의 표출이기도 했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2ch’의 도발이 시작점이었다. 실제로 ‘2ch’사이트에는 한국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도배되어 있다. 2010년 러시아에서 살해당한 한국 유학생과 김연아 선수에 대한 비하는 물론이고 2011년 8월 15일 태극기 능욕 동영상을 올리면서 한국인을 도발하였다.

 원인이 어떻게 되었든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선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때 일본의 승리가 아닌 한국의 승리였다.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기에 정보통신망 법(사이버 도구 등을 이용해 공격을 감행할 경구 정보통신망 침해 조항에 저촉되며,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저촉될 수 있다.)을 위반 하지 않았으며 선제공격 이후에 있을 보복성 공격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하는 반일 감정의 표출

일본을 비난하기 전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자. 8.15 광복절을 맞아 집에 태극기를 달았는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반일 감정의 표출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애국심에서 한 일이라 말할 수는 없다. 애국심이란 자기가 속해 있는 나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하여 헌신하는 것이다. 우리가 애국심을 얘기할 수 있으려면 단순한 자기 영웅 심리나 자기만족이 아닌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본의 선제공격을 위해 도발하는 글과 그림을 만들기 전에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나 글을 외국인들이 볼 수 있게 하고 한국인이 일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정당한 사과를 요구해야한다. ‘사이버 전쟁’ 그 이후에는 서로의 감정만 더 악화 될 뿐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넷대연’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았던 것처럼 ‘애국심’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 국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이다. 애국심이란 이름 아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애국자로서 성숙한 의식을 가져 올바른 반일 감정의 표출이 이루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