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세훈 시장이 차기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무상급식을 쟁점화 시키기 시작하면서, 각 계 각 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무상급식이 거대한 화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무상급식이라는 쟁점이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면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기 싸움에 이용되고 있거나, 시장직을 건 오세훈 시장의 재신임 수단으로 이용되는 느낌이 들어서 심히 불만스럽다. 특히 이 문제가 ‘복지 포퓰리즘 반대’ vs ‘낙인효과 방지’의 구도를 띄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은 기존의 30% 지원 안에서 50% 지원 안으로 수정하면서, 복지 포퓰리즘을 반대한다는 명분마저 무색해버렸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낙인효과 방지’를 전면적 무상급식의 가장 큰 효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이 낙인효과를 철저하게 방지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논거가 빈약해졌다. ‘복지 포퓰리즘 반대’와, ‘낙인효과 방지’ 라는 구호가 무상급식에 대한 첨예한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민주당쪽 구호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아서 유감이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오세훈 시장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 내지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나아가 “부자아이들에게 왜 밥을 공짜로 먹이느냐” 라는 말을 외치는 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오세훈 시장의 1안으로도 충분하다. 합리적으로 느껴지며, 그럴싸해 보인다.

물론 오세훈 시장이 기본적으로 투표 안건을 상당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세훈 시장의 1안은 50%-2014년까지 단계적 시행, 민주당의 2안은 100%-내년부터 시행이다. 예산 부담이 적기도 하거니와,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당장의 증세 걱정이 필요 없는 1안이 매력적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에 비해 민주당이나 곽노현 교육감 측에서는 ‘낙인 효과’ 주장, 또는 오세훈 시장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대응하고 있다. ‘낙인 효과’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낙인감 방지법’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단순히 ‘낙인 효과’가 무서워서 1000억원을 더 쓰자는 것이 과연 대중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모두가 빈부에 상관없이 동등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쓸데없는 사업에 드는 돈, 무상급식에 쓰자.” 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 오세훈 시장의 정책과 예산편성을 비판하는 것은 어딘가 논지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준다. 민주당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무상급식이 오세훈 시장의 여러 사업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러한 주장이 전면적 무상급식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지는 못하다.

 

전면적 무상급식은 건강하고 맛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오세훈과, 오세훈 주민투표를 비판하기 위하여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정작 무상급식만의 장점을 알리는 데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오세훈 시장의 정치 승부에 말려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부터라도 전면적 무상급식만의 장점을 말해야 한다.

물론 급식비가 전혀 안 들어간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급식 ‘질’의 보장이다. 서울시에서 처음부터 급식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국가차원에서 급식관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단순히 저소득층에서 돈을 지원해준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서울시 주도 아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급식을 제공할 수 것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맛없고, 질 떨어지는 급식들을 경험해왔다. 양도 적고, 맛이 없어서 투덜투덜 되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 누가 봐도 질이 나빠 보이는 고기, 건더기가 없는 국, 비린내만 나는 생선 등 지금 생각해봐도 이런 걸 애들에게 먹일 수 있는지 궁금한 수준의 음식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직접,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각 학교마다 직접적인 급식 관리에 들어간다면 어린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의 질이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빈부 차이 없이 동등한 인간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고, 낙인 효과를 방지할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50%안이나 100%안이나 결국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선 100%안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질 좋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이겠다는 부모들의 기본적인 소망은 국가가 급식예산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주장해야 한다.

 

합천을 주목하자

전면적 무상급식은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합천군은 전면적 무상급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시행된 곳으로, 성공적인 무상급식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합천군은 재정자립도가 12%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여건 개선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과감하게 무상급식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전학율이 40%에서 10%로 줄었으며, 도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면서 지역 농촌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합천군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시행될 당시 2009년, 국회의원과 군수가 한나라당 소속이었으며, 군의회도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심의조 군수는 ‘일해 공원’ (일해는 전두환의 아호) 을 만들겠다고 해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전통적 한나라당 강세인 지역에서, 그것도 전두환 추종자인 군수가 최초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합천의 경우만 봐도 무상급식은 이념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합천의 사례를 '복지 포퓰리즘'의 사례로 들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여야 한다는 것은 이념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의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중이 전면적 무상급식을 잘사는 아이나, 가난한 아이나 똑같이 무상으로 밥을 제공하는 형태로만 인식하게 되면 곤란하다. 국가에서, 지자체에서 급식예산을 관리하므로, 각 학교 급식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므로 지금보다 더 ‘양질의’ 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