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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20] 일상에서의 ‘사소한’ 언어폭력, '1분만 닥쳐줄래요?'

[어그로: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때가 있다. "여자치고 더치페이 잘하네", "여자 같이 왜 그래?" 대화를 하는 내내 상대방이 했던 사소한 일상어가 찝찝함을 가져다줘 잔뜩 굳은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짓던 경험들 말이..

"기타를 만들던 손이 7년째 멈춰있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

서툰 손짓이 네모난 박스를 두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한땐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타 선을 매만졌을 손이다. 7년전 '그 사건'이 없었다면 여전히 공장 어딘가를 분주히 오갔을 손이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이하 콜밴)의 해고 노동자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씨가 손의 주인공이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에 참여한 콜밴의 김경봉씨는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해고노동자가 되면서 만들기만 했던 기타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에게 콜트·콜텍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그는 투쟁과 밴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뮤지션 김목인, 강아솔, 빅포니,..

[데일리칼럼] 또다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지난 한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에 많은 이들이 희망에 찼고, 어느 한 동성애 커플의 무척이나 당연한 결혼식은 또 많은 이들을 벅차게 했다. 그렇게 지난 한해의 순간은 희망과 열망으로 뒤덮였지만 동성애 커플의 '혼인신고서'는 여전히 접수되지 않았으며 박근혜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12월 29일,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세상을 떠났다. 장애등급 3급 지체장애인이던 이모씨가 휴대용 가스버너로 한약을 데우는 중 발생한 사고가 원인이었다. 현재의 장애등급제는 장애등급 3급 혹은 4급이라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신청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고통을 심사하는 기준은 어디에도..

[데일리칼럼] 이제는 토론마저 ‘금’하라는 교육부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철도 민영화 문제에 대해 토론수업을 금지하는 공문을 내렸다.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육기본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토론교육을 장려해야 할 교육부가 되려 금지하는 것이어서 ‘죽은 교육’을 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는 ‘철도 민영화 저지 공동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전교조 본부가 수업 자료를 누리집에 올리고, 교사들이 그 자료를 활용해 수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학생들이 매스컴을 통해 접한 사회현상을 배제하고 교육하라는 건 죽은 교육을 하라는 것과 같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토론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만 열리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의 토론은..

[데일리칼럼] 방송사의 일베 합성사진 논란, 이쯤 되면 ‘無’주의다

또 ‘부주의’ 타령이다. 방송에서 일베 합성사진이 또 보도자료로 쓰였다. 어제 (18일) MBC 의 ‘발병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생활 속 희귀암’이라는 주제의 방송 중 1995년 희귀암으로 사망한 화가 '밥 로스'의 사례가 언급되었다. 그리고 방송은 밥 로스의 얼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을 내보냈다. 일간베스트(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의도로 만든 합성사진을 ‘참고자료’로 내보낸 것이다. 비슷한 일은 지난 8월 20일 SBS 뉴스에서도 있었다. SBS 는 ‘특파원 현장’ 코너에서 일본 수산물 방사능 공포에 관한 기획을 다루면서 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알라 사진을 합성한 사진이 입혀진 그래픽 자료를 그대로 내보낸 바 있다. 10월 1일에는 SBS ‘스포츠뉴스’ 중 고려대와 연세대의..

지금, 우리에게도 ‘변호인’이 필요하다 : 영화 <변호인>

※ 본 기사는 소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해 여러 종류의 감정 섞인 시선이 닿은 건 꽤 오랜만이다. 개봉하기 전부터 ‘별점테러’를 맞고, ‘외압설’이 나돌았을 만큼 이슈였던, 그래서 더욱 기다려졌던 영화, ‘변호인’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이야기라고 한다. 영화 출연진들은 공식 석상에서 노 대통령을 가리켜 ‘그분’이라 칭했다. 관람객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 접하기를 차단당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삶’에 관한 영화라고도 했다. 그러나 조금 다른 의미의 ‘선입견’이 이것이 ‘정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뚜껑을 개봉한 순간 깨달았다. 이것이 우리 일상에 관한 영화임을. 속물 세법 변호사 송우석은 돈이 없어 고시 공부를 포기했던 경..

[데일리칼럼] 선 ‘수신료 인상’, 후 ‘공정보도’에 사라진 진정성

또 한 번의 ‘시청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지난 10일 정종기 방통위 국장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측은 수신료 중심의 재원 구조를 통해 공정성과 공익성을 갖춘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도 함께 내세웠다. 지난 11일에는 KBS 9시 뉴스를 통해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한 KBS 월드 채널을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수신료가 인상되면 KBS가 확대 시행할 공정 책무를 내세워 수신료 인상에 동참해줄 것을 ‘구걸’하기도 했다. 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당연히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수신료 인상안을 야당 이사회 의원 없이 ‘날치기’ 통과시킨 과정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수신료를 받는 행위 ..

[정치인의 20대] 심상정을 만든 건 팔할이 ‘경험’이었다

20대를 거치지 않고 성인이 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20대’라는 기간에는 개인의 한 평생의 씨앗이 담겨있다. 20대의 내가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말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쌓이고 얽혀 미래의 나를 만든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씨앗’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기 위해, 그들의 20대를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그 세 번째 인물은,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심상정 의원은 모든 이들의 저격수를 자처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주체를 가리지 않는다. "셧다운 땐 다 공멸", “국정파행 막을 정치력 있어야 집권여당", "정작 직을 걸어야 할 사람은 황우여", "준예산 편성되면 여야 모두 공멸할 것" 등의 공격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노동 운동 현장이 있는 곳이..

[데일리칼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수정명령, 비겁하다

역사교과서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월 문제가 된 교학사 역사교과서 이후로 이번 해만 두 번째다. 이번에도 문제의 핵심은 '역사 왜곡'에 있었지만 그 주체는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아닌 교과서를 검정하고 심의하는 '교육부'로 바뀌었다. 지난 11월 29일,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심의회 심의 결과를 통해 41건에 대해 수정명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명령 사항에 대해 출판사가 불응하는 경우 발행 중지 및 검정합격 취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요구한 '수정명령'에 응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필진들의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수정명령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정명령 권고 내용의 부당성이고 다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