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성소수자 (22)

성희롱에는 왜 남녀유별이 있나

국립국어원 표준어국어사전에 따르면 ‘성희롱’이란 “이성에게 상대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이성에게’라는 단서는 성희롱이 ‘동성에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함을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표준어국어사전에서 ‘성폭행’이란 “강간과 동의어로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녀자를 간음(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관계를 맺음)함”을 의미하며, ‘성범죄’란 “강간ㆍ강제 추행 따위의, 성(남녀의 육체적 관계. 또는 그에 관련된 일)에 관련된 범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성과 관련된 어휘들에 ‘이성 간’ 또는 ‘남녀 간’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이유를 국립국어원에 질의하자, 국립국어원측은 “사전에서는 보편적이고 일반..

내 혼은 꽃비되어 무지개 봄꽃을 피우네

소년에게는 여섯 가지 친구가 있었다. 술, 녹차, 담배, 파운데이션, 묵주, 수면제. 세상으로부터 받은 쓸쓸함과 스스로가 믿는 종교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외로움을 벗들이 달랬다. 고(故) 육우당은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에서 청소년 활동가로 몸담고 있었다. 살아 있다면 올해로 스물 아홉번째 생일을 맞았을 것이다.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매체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아요." 육우당이 남긴 유서의 일부분이다. 그가 기부한 34만원은 동인련 활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그의 일기에는 성소수자를 차별 및 혐오하는 기독교 세력에 대한 비판과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겪었던 경..

[1인시위] "여기 우리가 살고있다" 여성주의 활동가 랭씨

(이하 마레연)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마포구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성적소수자들이 차별 없이 함께 사는 동네를 꿈꾸며 만든 모임이다. 2011년 마을버스 광고에 이어 2012년에는 마포구 관내에 게시할 캠페인 현수막을 만들어 걸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포구청 도시경관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현수막 게시를 거부하고 문구의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마포구청 앞에서 묵묵히 '여기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를 외치는 한 사람을 만났다.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의 '랭'씨다. 마레연을 지지한다는 여성주의 활동가 '랭'씨는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운동이나 성소수자 운동 모두 여성주의 이슈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활동을 해왔다고 말..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대표

찬바람이 여전한 2월의 끝자락.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밤. 학교를 졸업해 떠나는 사람들과 새로이 학교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축하하기 위한 플래카드를 내건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게이 레즈비언 여러분'이라는 수식어는 순식간 플래카드에 의례적 인사말을 넘어선 의미를 부여한다. 이 플래카드를 내건 이들은 누구일까. '사람과사람'은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다. 1995년 학내에서 몇몇 레즈비언 및 게이 학우가 뜻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었고, 2003년 동아리 연합회의 정식 동아리 인준을 받았다. 처음 동아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학술모임의 성격을 띠고 퀴어 이론이나 섹슈얼리티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요즘도 학술 세미나를 열고 있지만 친목 도모의 성격이 조금 더 짙어진 ..

'연애' 뜻풀이 개정에 몽니 부리는 보수언론

지난해 11월 20일 국립국어원은 '애인, 연인, 연애'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개정했다. 표준어 뜻풀이에서 '남녀' 또는 '이성'이라는 의미를 빼고, '서로'라는 의미를 더했다. 국립국어원의 결정은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이하 앰네스티) 회원들과 경희대 학생들이 이성애 중심적 표준어의 의미개정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립국어원에 의미 개정을 요구한 결과다. 이들은 성적 소수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들 단어의 뜻풀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국립국어원에 표준어의 의미개정을 청원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기존의 표준어가 이성애적 시각만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성적 소수자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의미 개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보..

[D-62]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사회를 꿈꿔요" 노래하는 게이 신동진씨

정치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어에 소질이 없어 토익 600점 넘기가 어려운 20대부터,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 본업 말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예술계 종사자들까지. 대선을 100일 앞두고, 100일 간의 릴레이 20대 인터뷰를 시작해 20대의 진짜 삶을 정치권과 사회에 전달하겠습니다.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여길 클릭해 고함20과 20대의 목소리를 후원해주세요! 한국 대중문화에서 게이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영화 ‘쌍화점’에는 조인성을 사랑하는 주진모가 있었고,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태섭(송창의)·경수(이상우) 커플이 사랑을 나눴다. 최근 방영된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윤윤제를 향..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 까지 숨겨야 하는 결혼? 영화 ‘두결한장’

*아래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의 결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영화 시작부터 지나치게 솔직해 놀라웠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곳곳에 설치된 웃음장치로 갈수록 유쾌했고, 영화 마지막부분엔 사람들의 이해와 인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만큼 진하고 따뜻했다. 무겁고 낯 뜨거울 수 있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김조광수 감독만의 삶의 내공으로 유연하게 그려낸 영화 '두결한장'. 배우들의 거부감 없는 연기력까지 더해 이 영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두결한장은 김조광수 감독의 세 번째 퀴어 영화다. 퀴어 영화란 동성애 중에서 특히 게이를 다룬 영화를 말한다. 이번 김 감독의 새 영화는 핵심이 되는 ‘게이’커플 이야기에 ‘레즈비언’커플의 에피소드를 더하면서 동성애의 다양..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 뉴시스 지난 2일 서울 청계천 을지한빛광장에서 동성애자를 포함한 전국의 성소수자들이 모여 ‘퀴어문화축제’ 를 즐겼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축제로 2000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13번째인 '퀴어문화축제'는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그들의 인권에 대한 이슈를 공연과 퍼레이드를 통한 문화의 장으로 펼쳐 사회적 화합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땅의 아웃사이더이자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은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그들을 표현하고, 세상에 드러내고,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성애자들과 하나되어 함께 융화되고자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불행히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

[데일리이슈]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운명이 오늘 결정된다. 서울시의회는 오늘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에 학생인권조례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9만7천여 명의 서울시민이 서명하여, 주민발의로 상정된 학생인권조례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과되더라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부분을 뺀 반쪽짜리 인권조례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세력과 기독교단체등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나 출산을 조장할 수 있으며 그릇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난한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를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