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세월호 (31)

[Remember 416] 세월이 가도 잊지 않을게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했다. 탑승 인원 476명 중 생존자는 사고 당일에 구조된 172명뿐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246명을 포함해 29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 9명은 바다에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세월호 참사'라 부른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 세월호를 묻으라고 하지만, 고함20 기자들은 계속해서 세월호를 이야기할 것이다. 블루프린트 아무도 허무함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땅에서 참사 이후를 고민하는 대화들은 늘 그 필요성과 효용에 대한 냉소, 나아가 '지겹다'는 말에 도전해야 했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모두 무가치한 취급을 받는 이 곳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뼛조각이라도 찾고 싶다” 바다 밑 너를 위해 다시 한걸음 더

“도보행진이 아니라 경보행진이네. 완전” 행진대의 후미에서 중년의 여성이 숨을 고릅니다. 높은 굽이 달린 부츠를 신은 이 여성은 행진대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듭니다. 행진대는 차도를 지나갈 땐 달리기도 합니다. 혹여 사고가 날까봐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불편한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찹니다. “가지가지 한다. 도로에 사람이 있으니 갈 수가 있어야지. 버스도 못 지나가게 하네. 지겨워 죽겠어 정말” 한 사람이 시작하자 또 다른 사람이 동조합니다. “난 저거(현수막) 좀 빨리 떼버렸으면 좋겠네. 만날 그놈의 세월호야” 1월 26일 오전 9시. 미세먼지와 안개가 뒤섞인 하늘은 불투명했습니다. 하늘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

언론계 민낯 드러낸 SBS '피노키오'

세월호 사건 이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은 거셌다. 속보 경쟁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만들어냈고 특종을 노린 과도한 취재는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언론을 향한 대중의 분노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근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주인공 최달포(이종석) 역시 언론의 2차 가해로 인한 피해자다. ⓒ SBS 드라마 '피노키오' 기사에서 ‘팩트’보다 중요한 건 ‘임팩트’? 소방관인 달포의 아버지 기호상은 공장 화재 진압 중에 목숨을 잃지만 다른 소방관들과 달리 그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기호상이 공장 안에 아무도 없는데 소방관들에게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 공장 직원들의 거짓 ..

[세월호 200일] 먼 길을 돌아 다시 우리 곁으로

그 날 아침, 뉴스를 듣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세월호 사고, 단원고등학교가 올라왔지만 ‘금방 수습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여기며 침대에 누워 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별 일이었다.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 그 날 저녁 뉴스에서 본 영상이 아직까지도 기억날 만큼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아직 제 친구 00가 안 나왔어요”, “00이 저 안에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했던 여학생의 목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믿을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을 몇 번이나 보았지만 잘 믿기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이 바닷속에 가라앉았다는 사실이, 지금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거짓말 같다. 신문기사를 읽으며 뉴스를 보며 울었다. 분향소에 가서도 울었고, 많은 인파 속에서도 울었다. 또..

세월호 100일 추모문화제 현장 스케치

7월 24일, 서울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후 일곱 시 무렵, 세월호 참사 100일을 추모하기 위한 문화제가 열릴 시간이 되자 신기하게도 비는 잠시 멈추어 주었다. 공기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하늘 밑, 시청광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 학교 보충수업을 끝내고 온 듯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노란 바람개비와 종이배를 들고 그것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아기들의 모습은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이따금씩 돋보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누구 하나 어수선한 사람들은 없었다. 어느덧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비에 젖은 땅에 옷이 젖는 ..

[데일리칼럼] 유병언만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유병언 검거 대작전이 한창이다. 5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까지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일 “유병언 일가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엄벌하겠다”며 유병언 검거를 촉구했다. 유병언이 있다고 알려진 순천에는 현상금을 노린 유병언 헌터들이 몰려왔고, 유병언의 측근들은 줄줄이 잡혀가고 있다. 유병언의 처남도 구속됐다. 유병언과 관련된 인물들을 다 잡아들일 기세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유병언의 뒤를 열심히 쫓는 검찰과 경찰의 모습이 마치 생중계처럼 방송된다. 한때 유병언을 이미 검거했지만,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방선거 바로 전날 유병언 체포 소식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건 검경을 과대평가한 말이었다. 수사를 시작한 지 50일이 넘었는데도 검경은 여전히..

[어그로 20] 선장의 인권을 보장하라

[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승무원 규탄 발언이 적절한가?(Was Park Right to Condemn Ferry Crew?') 4월 21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세월호 여객선 사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안산에 모인 시민 2만 명의 외침

지난 5월 10일,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해 주최한 ‘국민촛불 행동’이 안산문화광장에서 진행되었다. 광장에는 시민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겠다는 행동의 촛불을 들었다. 이 날 집회는 경기굿위원회의 살풀이춤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추모곡으로 시작했다. 이후 안산고교회장단연합의 발언과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의 추도사 낭송,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의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 인권운동가 박래군씨의 발언 등이 이어졌다.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8일 유가족들이 KBS 보도국장의 망언에 분노하여 KBS를 항의 방문한 것과 청와대를 찾아가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당시 KBS 앞에서 수많은 경찰병력이 유가족들을 둘러싸고 그들을 난동자 취급하며 대책위의..

연예인 세월호 기부기사, 연예인 홍보가 아닌 나눔홍보가 되기 위해서는.

전지현, 차인표, 김수현, 김보성 등 연예인들의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기부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그 금액은 억 단위가 넘어가는 금액에서부터 소액 기부까지 다양하다. 많은 연예인이 좋은 뜻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익명기부를 했지만, 금액이 적지 않아 확인 과정에서 그 선행이 많은 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많은 기사에서 이번 연예인 기부 소식을 전할 때 기부금액을 강조한다. 연예인 oo씨 1억 원 기부’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얼마를 기부했는가’ 와 그것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게 전달된다는 내용만 담겨있을 뿐이다. 간혹 몇몇 기사에서 전달 단체 등을 기입하기도 하지만 그 액수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기사나 기부하는 방법 등을 알리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연예인의 기부가 알려지는 것은 ‘홍보성’이라는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