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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그건 네 문제야!

봄이다. 날은 따듯하다 못해 더워지는데, 옆구리가 시리단다. 친구가 자꾸 주변에 괜찮은 남자 없냐고 보챈다. 그녀가 말하는 괜찮은 남자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카톡 친구목록을 뒤져본다. 그러다 발견한 아는 오빠에게 소개팅할 생각 있냐고 넌지시 카톡을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온다. “근데 걔 예뻐?” 지난 16일, 이대 필름 포럼에서 작은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풀뿌리 여성단체 의 주최로 박강아름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가 상영되었다. 는 “이 영화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여성 본인의 입장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한 시간 반가량의 영화가 끝난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질문 “걔 예쁘냐?”에..

산부인과 가기 두려워?

감기가 걸리면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가고, 치아에 통증이 느껴지면 치과를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신체에 이상 징후가 있을 때 사람들은 진찰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특히 여성들이 가기 어려워하는 병원이 있다. 그 병원은 ‘산부인과’다. 여성들을 위한 병원이지만, 일부 여성들은 가기를 망설이며 병원 방문을 미루고 미루다 정말 ‘어쩔 수 없이’가기도 한다. 왜 산부인과가 이 여성들에게 두려운 병원이 되었을까? 의문을 가지면서도 나는 본인이 그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원인들을 몸소 알아보기 위해 산부인과로 가는 발걸음을 나섰다 떨리는 산부인과 첫 방문 산..

짧은 바지 때문에 성폭행 당한 남자? '억압받는 다수'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우리 사회는 종종 각종 수치를 증거로 여권의 신장과 평등을 자신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외받던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참여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향한 억압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수치와 같은 거창한 사례를 찾지 않아도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성’이기에 억압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 영화 카메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쫓아간다. 남자는 유모차를 끌고 우편물을 확인한다. 꽤 다정하고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자를 둘러싼 일상은 이상하다.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상의를 탈..

[어그로20] '미스 맘' 아이만 원하는 게 어때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우 황영희 씨는 방송에서 올해의 목표는 결혼이 아니라 임신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패널 김구라가 그럼 정자은행에 가라고 답했다. 황영희 씨가 꿈꾸는 것은 ‘미스 맘’이다. ‘미스 맘’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아이 낳기를 선택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그녀들은 남편의 존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정자를 기증받거나 입양을 하는 방법을 통해 아이를 가진다. MBC 캡쳐(12월 3일 방영분) 우리나라에서 미스 맘의 존재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7년 전부터다. 지난 2007년, 방송인 허수경 씨가 공개적으로 싱글 맘 선언을 했다. 그녀는 정자 기증을 통해 딸을 출산했고, 출산 과정은 KBS ‘인간극장’에 방송되기도 했다. 또한, 당시에 미스 맘이 여주인공으로..

[검열의 풍경②] “우리 다 처녀예요” 그녀들의 '순결'한 좌담회

우리는 늘 어떤 기준에 들어맞기 위해 몸과 마음을 사린다. 사회나 조직의 '다수'에 속하기 위해서는 표현 방식, 때로는 표현여부 마저 뜻대로 선택할 수 없다. 나 역시 집단에서 배척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타인에게까지 그 화살을 돌리게 만든다. 고함20은 창간 5주년을 맞이해 한국사회의 검열을 주제로 4부작 기획기사를 펴낸다. 1부에서는 뿌리깊은 '빨갱이 콤플렉스'의 영향력 앞에 함구하는 분위기를 다룬다. 2부는 '처녀성'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겪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좌담 형식으로 담는다. 소위 '모태솔로'인 남성들은 연애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조롱당하고 바보취급을 받는다. 3부에서는 이들의 '무죄'를 변호한다. 마지막으로 락과 힙합씬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얼빠'검열과 ..

여성감독 전성시대를 꿈꾸며

지난 5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8일 간 진행된 제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막이 내렸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이번 축제는 1997년 처음 개최하여, 현재 아시아 최대의 여성영화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90년대 여성주의 문화운동의 흐름에 따라 여성영화인 모임이 결성되고, 서울여성영화제를 시작한 이래로 이들의 지향점은 한결같다. ‘전도유망한 여성영화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성감독은 이들은 왜 여성감독을 늘리는 것에 주목할까? 실제 영화계에서 ‘여성’의 존재에 대해 살펴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7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관객 동원 수를 기준으로 한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의 영화 중 단 한 편만이 외국영화일 정도로 201..

[어그로 20] ‘생리대 있어?’ 큰 소리로 말할 권리

[어그로]: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친구에게 생리대 있느냐고 큰 소리로 물어봤다가 등짝을 맞은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나 역시 '성'에 관한 통념을 그대로 주입받았기 때문에 ‘생리대’라는 단어는 부끄러움 내지 숨기고 싶은 무언가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친구의 ..

김형경의 경향 칼럼, 여성은 결핍된 존재가 아니다

경향신문: [김형경의 뜨거운 의자]박탈과 결핍의 문화를 넘어서 여자는 결핍을 널리 공표함으로써 사랑받으려 하고, 심지어 그 결핍을 소중히 간직한다고 일찍이 프로이트는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여자의 결핍감 근원에 페니스 엔비(남근 선망)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자가 핸드백이나 구두를 목숨처럼 아끼는 것은 그것이 결핍된 것을 대체해주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중략) 여자들의 결핍감은 그 자체로 아무 잘못이 없다. 심지어 그녀들은 자신의 무의식 속 검은 구멍을 인식하지도 못한다. 모르는 채로 그것을 타인에게 떠넘긴다. 남자친구에게서 게임기를 선물받고 떠난 여자처럼 자기도 모르게 남자에게 박탈감을 넘겨준다. 남자는 이제 결핍 상태를 인식하게 되며, 상실된 것을 보상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 ..

언론은 왜 어린 선수에게 반말을 할까

언론이 난데없이 가족놀이에 빠졌다. 웃어른이 아랫사람을 하대하듯, 언론은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향한 기사 제목에 반말을 쓰고 있다. 2월 12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이상화 선수가 우승하자, 다음날 조선일보는 "상화야 이제 맘놓고 웃어"라며 친오빠 행세를 하더니, 2월 19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역전승을 거두자 동아일보는 “맘고생 심했지? 실컷 울어”라며 선수들의 아빠라도 되는 양 다독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21일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은퇴 경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하자 "넌 만점"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신문 1면에 배치하여 수능을 치른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평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언론은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