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지하철 (23)

눈 아플 지경의 광고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아침 8시 18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지하철과 버스 중 무엇을 탈까 고민하다 버스에 오른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수많은 간판들이 자기를 좀 봐달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후 2시 43분.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홍대로 향한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는 나는 역시나 버스에 오른다. 한적하게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빠져보려 하지만 창밖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사색의 여유를 빼앗아간다. 오후 4시 9분. 친구들을 만나서 홍대의 번화한 거리를 걷다보니 다시 한 번 어지러이 걸려있는 간판들을 마주한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이다. 그것들을 애써 무시한 채 한 카페에 들어가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잠시 잊고 있..

촌스러우면서 트렌디한 백팩의 수난기가 웃긴다

대부분의 대학생은‘집=잠자는 곳’이라는 명제를 항등식으로 세운 생활을 한다. 동이 트면 수차례 지하철을 갈아타 학교로 향하고, 정문에 들어서면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헤매고, 강의가 끝나면 동아리 활동하랴 알바 뛰랴 이곳저곳 도심을 누빈다. 엉덩이에 의자 자국이 남을 만하면 자리를 옮기는 이들만큼 현대인의 노매드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집단도 없을 것이다. 이동생활이 집단적 습관이 된 대학생의 운반 수단은 어떨까? 이동 거리가 배가된 만큼 운반수단이 기능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인 듯 생각된다. 그러나 대학생은 기능이 아닌 패션 트렌드에 맞춰 가방을 선택한다. 중고교 시절부터 학생주임 선생님의 회초리에 억눌려 왔던 패션에의 욕구를 마음껏 분출하는 것이다. 그 결과 백팩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캠퍼..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왜 비난하는가

얼마 전 ‘네이트 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던 도중 아줌마에게 “길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몸 파는 년이나 하는 짓”이라는 소리를 들어 황당했다는 글이었다. 그 글을 본 대다수의 반응은 분명 아줌마가 심한 말을 했지만, 지하철에서 화장한 여자도 잘한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행위가 왜 올바르지 않은 행위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화장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로 제시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좁은 공간에서 화장품의 향은 급속도로 퍼진다는 것, 분가루가 묻을 수 있다는 것, 파우더의 경우 천식환자를 해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보기에 싫다”는 것이다. 보기에 싫다는 것은 주관적인..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시간

AM 09:00 4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아담한 집에서 나옴 09:10 760여명의 지하철 승객들과 함께 학교로 출발. 남과 함께 있지만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 09:45 하루 76,000명 이상이 이용하는 건대입구역 도착 09:50 재학생 15,000여명이 다니는 학교로.. 10:00 수십명의 학우들을 마주치며 도서관으로.. PM 13:00 친구 3~4명과 같이 점심, 이야기 거리는 그 때 그 때 다름. 16:30 다른 지원자 2명과 함께 알바 면접. 17:00 다시 760여명의 승객들과 신촌으로.. 18:30 친구 2명과 저녁. 메뉴는 닭갈비. 22:00 4명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도착. 딱히 할 일 없이 이것저것. 숨 가쁘게 살아가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나날들. 열차가 출발하고, 열차가 도..

강요된 우측통행, 혼란만 야기한다

요즘 서울시내 지하철에서는 맞은편에 걸어오는 사람을 피해 종종걸음 치는 이용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시가 2009년 10월 1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한 ‘보행자 우측 통행’ 이후에 자주 보게 된 풍경이다. 시범 실시 9개월째이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보행자 우측통행 제도를 처음 제안한 국토해양부는 "우측보행 원칙이 정착되면 보행속도 증가(1.2~1.7배), 심리적 부담 감소(13~18%), 충돌 횟수 감소(7~24%), 보행밀도 감소(19~58%)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토해양부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제도에 왜 국민들은 쉽사리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 홍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공식 사이트 개설과,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