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생활하는 친구가 놀러오라는 말에 기차표를 끊고 서울을 갔다. 길을 잃을까 하는 걱정과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도착한 서울역.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고 노선도를 보는데 옆에서 실랑이가 벌여졌다. 노숙자와 회사원의 실랑이였다. 노숙자는 담배 하나 빌려달라면서 회사원의 정장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실랑이 끝에 노숙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터덜터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다른 남자를 붙잡고 또 물었다. “어이 형씨, 담배 하나만 줄 수 있어?”

야간 노숙 금지

22일부터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서울역 내에 기거하는 노숙자들의 야간 노숙 행위를 금지하기로 하였다. 코레일은 시민의 안전 및 서울역 이미지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22일 강제 퇴거를 처음으로 시행하였다. 이전에는 새벽 1시 반부터는 청소를 이유로 역에 머물 수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새벽 4시 반 이후에도 역에 들어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이달 초부터 예고되었던 일이었고 서울역은 이를 시행하였다. 다행히 퇴거 과정에서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시 측은 강제 퇴거에 앞서 노숙인 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관, 여인숙, 고시원 등을 비롯한 ‘자유카페’를 마련하고 노숙자들에게 거리 청소 등의 일자리도 제공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노숙인 단체 측은 “노숙자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껴 서울역을 떠났을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숙자 내보내자 vs 꼭 그래야만 하나?

인터넷에서는 ‘노숙자 강제 퇴거’에 관하여 찬반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찬성하는 논리로는 “자활 의지가 없다면 지원을 해주지 말아야 한다.”를 들 수 있겠다. 현재 서울역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억압 그 자체를 싫어해 보호소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한다. 즉 자유분방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보호소에 들어가더라도 곧 길바닥에 다시 드러눕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노숙자에게는 악취가 나며 심지어 세면대에 올라 자고 있는 노숙자들도 있다. 공공시설이 노숙자를 위한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강제 퇴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숙자 강제 퇴거의 목적은 좋으나 방법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무조건 내쫓는 것이 우선은 아니다.”이다. 노숙자들이 서울역에서 쫓겨났다고 해서 해산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새로운 모이는 곳이 생길 것이고 이것은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연속이다. 근본 대책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치우면 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무작정 내쫓는 것보단 특정한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일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수원으로의 풍선효과

노숙자 강제 퇴거의 반대 의견에서 걱정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서울역에서 쫓겨난 노숙자들이 해산되는 듯싶었으나 수원역 일대로 모이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가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수원역의 노숙자 증가의 이유로 노숙자들의 특성과 수원역의 특성을 꼽는다. 먼저 노숙자들은 특성상 자주 거처를 옮겨 다니고, 수원역은 서울역과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수원역은 전 시간 개방이 되어있고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이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봉사를 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는 2억 원을 들여 수원역 주변에 노숙인 전용 공간의 샤워시설과 숙박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서울역 주변의 쉼터도 포화상태이지만, 서울시의 대책처럼 시설을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전에 서울시는 노숙인의 성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노숙자 개개인마다 성향은 다르다. 단체 생활에 익숙한 사람도 있는 반면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기상, 취침시간이 정해져있는 생활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성향을 맞추면서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주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강제 퇴거를 계속 진행할 경우 노숙자들의 건강악화, 묻지 마 폭행 등의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높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기에 앞서 계획을 시행하는 것에 당장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초기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쌓아 두었던 문제들이 더욱 큰 문제로 다가 올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는 노숙자들이 스스로 자활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노숙생활이 길어지기 전. 즉 초기부터 자활을 돕는다면 노숙자들의 자활 능력은 증가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농부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농사하는 방법을 가르켜 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숙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자활을 돕는 기관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임무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서로를 알고 서로를 위하여 자활을 도와야만 백전백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