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4학년 2학기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다. 물론 요즘에는 4년 만에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4학년 2학기이다.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졸업에 대한 두려움과 취업에 대한 압박감, 주변에서 들려오는 취업 소식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소들이 많다. 4학년 2학기에 겪는 증후군은 무엇이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소서 스트레스

[싸구려 자소설을 쓴다]  (원곡 : 싸구려 커피) 박한울 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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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자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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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덜쓴 자소서 너무 많아서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쓴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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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마감 때되어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원서라고 모니터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거는 뭔가 원서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저질
그럴듯하게 거의 소설 그냥뭐 이렇게 위인전을 짠! 하고 쓰는거 같은데
원서 속 자기소개 아직 비어 있으나 마나
제출 하려다가 하얀 화면 뜨는 모니터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지워졌다 새로 고침 몇번씩 눌러 보면은 눈에서 피가 날것 같아도
당췌 자소서 끝은 보이지를 않아
공지 떴는지도 모르는 마감날짜 언젠지 몰라
공지 사항 확인해 봤더니 아뿔사 이미 늦었네
이제는 원서가 난지 내가 원서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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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소서란 자기소개서의 준말로 입사 또는 입학할 때 등 새로운 조직에 소속될 때 해당 조직이 요구하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로, 취업을 앞뒀다면 자소서는 피할 수 없다면 써야만 한다. 위 가사는 고려대학교 4학년 2학기를 재학 중인 박한울 씨가 끝없이 자소서를 쓰고 제출하는 상황을 빗대어 개사한 것인데, 자소서를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법한 내용일 것이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자소서를 미화시켜본 사람이라면 특히 ‘거의 소설 뭐 위인전을 짠!’ 이라는 부분에 쓴웃음을 지을 수 있을 거 같다.

  자소서를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4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채우기 쉽지 않다. 박한울씨는 “자소서를 20장씩 쓰다보니 그동안 뭐하고 살아왔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고 자신감도 없어지는 것 같다”며 나는 어떤 사람인 지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 끝없이 첨삭을 하고 내용을 추가하면서 자소서를 쓰는 일은 4학년 2학기라면 한 번쯤 심하게 앓는 열병과 같다.


등록금 스트레스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활 내내 고민이다. 4학년 2학기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졸업 이수 학점을 미리 채워놓고, 4학년 2학기에는 학점을 적게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은 전액을 지불해야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초과학기인 9학기부터는 학점 당 등록금을 받는다. 그렇지만 4학년의 경우는 서울과학기술대, 사이버대학을 제외하면 학점별 등록금제가 아닌 학기 당 등록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비록 한 과목인 3학점 밖에 수강하지 않았어도, 등록금 전액을 내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18학점을 다 채워듣기엔 취업준비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이리저리 답답한 상황이다.

  2007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대학에 ‘학점별 등록금제’ 시행을 권고했다. 대학교육협의회가 교육부에 “학점제 등록금을 8학기를 초과한 학기에 도입하고 향후 정규학기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규칙 4조7항은 초과 학기의 경우 ▶9학점까지는 전체 등록금의 절반을 ▶3학점까지는 전체 등록금의 6분의 1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각 대학은 “대학은 학점 은행이 아니다. 수강신청과 변경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지면 행정비용도 많이 든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각주:1] 
 

4학년 2학기, 그 외의 스트레스

  서울소재 모 대학 정세민(가명)씨는 4학년 2학기가 돼서 부쩍 아는 얼굴들을 마주치기 싫다. 어디에 원서를 냈고 어디에 붙었냐며 자꾸 물어보는 지인들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이더라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대답하기도 싫고, 이야기가 너무 멀리까지 퍼질까봐 두렵다고 했다.

  또 ,수신되는 문자메시지 하나하나가 섬뜩하다며 ‘문자공포증’이 생겼다는 학생도 있다. 보통 합격 발표를 문자로 통보받는데, 그 때문에 항상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만약 친구의 문자나 스팸문자면 짜증이 솟구친다고 한다.

 4학년 2학기가 되니 다시 고3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미리 입사가 정해진 친구들을 보면 고3때 수시에 붙은 친구를 보는 거 같아 기분이 묘하고 괜히 불안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출처 : 강원일보 2010. 06. 10

  4학년 2학기인 연세대학교 최지원 학생은 4학년 2학기를 한 마디로 ‘발견’이라고 정의했다. 나의 가능성, 한계 등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거 같아 4학년 2학기는 ‘발견’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있고, 취업이 이미 확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난한 학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4학년 2학기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함께 가히 ‘증후군’을 안겨다주는 학기일 것이다. 물론 4학년 2학기에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취업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다. 어쨌거나 취업이 되면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겠지만, 4학년 2학기를 버티는 학생들에게 이 시간은 무겁기만 하다. 





  1. '등록금 내릴 수 있다’ 중앙일보 2011 06. 2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