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때문에 고향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기도
근무량은 많지만 휴일 수당은 보장받지 못해
설 연휴에도 쉬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체들



똑똑똑. 

반응이 없다. 거리에 차도,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 설날이니 당연하다. 주위를 모두 둘러 봐도 문을 연 식당은 몇 군데뿐이다. 24시간을 하는 김밥집도 이 날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문을 연 가게가 있다. 거대 프랜차이즈업체의 가맹점들이다. 문 옆엔 설 연휴에도 영업을 한다고 포스터를 붙여 놨다. 거리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그 곳에 빽빽하다. 2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아르바이트가 분주한 움직임으로 계속 왔다갔다 거린다. 그들은 고향에 가지 않는 걸까.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하려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들에게 설날은 허울뿐이다. 고향엔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쉬지도 못한다. 일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업체에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판매점에서 일하는 대학생 방나영(24)씨는 집안 사정 때문에 어디도 가지 않았던 대신 아르바이트를 했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방 씨는 “아무래도 장사를 하는 곳이 얼마 되지 않으니 여기로 몰리는 것 같다”며 “쉬고 싶은데 다들 고향에 내려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들도 정상영업?'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들은 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대학생 윤민호(24)씨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고향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1년 365일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편의점이다. 사장은 윤 씨에게 “설 연휴에도 일하는 거 각오하고 시작한 거 아니냐”고 하며 “대신 할 사람이 없으니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고향에 다녀왔지만 오래 머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대학생 이선환(23)씨는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와야 했다. 그나마 목적지가 가까운데다 대신 해줄 다른 아르바이트가 있던 덕분이었다.

집으로 돌아 온 뒤 바로 일터를 찾은 20대들도 있다. 오후 8시, 최경남(28)씨는 “정말 바로 왔다”고 강조하며 가게로 들어왔다. 얼굴은 미소를 띠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 씨는 “쉬고 싶었지만 사장이 계속 바로 와야 한다고 얘기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최 씨는 투잡(Two Jobs)을 뛰는데 다른 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설 연휴에 쉬지 못한다 해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4580원에 420원을 보탠 5000원을 지급한 곳도 있었지만 원래 주던 돈을 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 근무 시 기존 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 근무량은 늘어났다. 한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선 평소엔 많이 찾지 않는 큰 사이즈의 용기의 판매량이 늘고 판매 개수도 많아져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편의점에선 “다른 때보다 술이 더 많이 팔렸다”고 했다.

설 연휴에도 20대들이 자신의 의중과 달리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가맹점들에게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거대 프랜차이즈업체의 지침 때문이다. 가맹점의 점주들도 누군가의 말을 따라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일손이 없더라도 문을 닫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보니 필요한 것보다 적은 수로 영업을 하는 일도 있다. 고생은 아르바이트들의 몫이다.
 

'공지가 필요해?' 스타벅스는 홈페이지에 설 연휴 영업시간을 공지했다.


파리바게트와 던킨도너츠 등을 소유하고 있는 SPC그룹은 설 연휴 시작 전인 18일 언론보도를 통해 "급하게 선물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정상영업을 한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365일 영업을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SPC소속 가맹점들이 쉴 수 있는 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뿐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란 부친상이나 모친상을 말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스타벅스처럼 휴점을 하는 곳도 있었지만 설 연휴 내내 문을 닫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커피빈,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에서는 쉰다는 내용의 공지를 찾지 못했다.

기업 입장에선 연휴에 사람이 몰리고 판매량이 늘기 때문에 가맹점들이 문을 닫는 것을 꺼려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통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들에 전가된다. 청년유니온은 이에 대해 “연휴라도 돈이 되면 쉬지 않는 게 바로 기업가적 마인드”라며 “고용노동부나  법적 차원에서 이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