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머리위로 떨어진다. 이제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80~90%는 모두 산성비이다. “우리 때는 빗물도 받아먹고 그랬는데...” 나이 드신 어른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한탄하며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다. 요즘 내리는 비도 마실 수 있다. 물론 건강에도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말도 물론 사실이 아니다. 어디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다른 기사에서는 “산성비를 맞는다고 머리카락이 빠지지는 않지만 관리를 잘 하지 못할 경우 가을쯤에 탈모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라는 피부과원장의 말을 인용하여 이것을 근거라고 덧붙이지만 이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하고 잘못된 사실이 퍼져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산성비에 관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는 빗물 전문가가 있다. 텍사스대학교오스틴교대학원에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딴 한무영 교수(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이다. 한무영교수는 2000년 서울대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빗물 연구에 전념해 왔다. 빗물에 관하여 쓴 논문만 40개가 넘는다. 또 빗물과 관련된 책만 4편을 썼다. 가히 빗물에 대해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한무영교수는 ‘빗물칼럼’을 통해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정부 문서, 학계 원로의 저서 등에는 산성비에 대한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표현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 그리고 우리가 들었던 산성비에 대한 안 좋은 말들 중에는 과장된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는 수십만년 동안 황사가 쌓여왔기 때문에 토양이나 호수가 산성을 중화시킬 능력이 있어 토양이나 호수가 산성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화학적으로 보면 순수한 대기 중의 빗물은 pH 5.6으로 산성이다. 이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나, 예나 지금이나 내린 비는 모두 산성비였다. 일본의 어느 온천물은 pH가 2.9다. 산성비에 겁을 먹는 우리라면 온천에 들어가기 꺼려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다녀온 사람은 물론이고. 평생을 그 물로 머리감고 살아온 그 지역 주민들도 문제는 없다. 산성이라고 다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나쁜 산성은 아니므로 무조건 산성비와 건강을 연관시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中에서


이처럼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사실 중 하나이다. 간혹 2009년 대전일보에서 '산성
비 주의보···가뭄 영향 비·눈 산도 높아져'라는 제목으로 발행된 기사처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산성비가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국민들이 괜한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빗물에 대한 편견을 깨야한다. 그리고 빗물을 활용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빗물이용은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16일에 발행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수자원을 확보할 때 물 1t당 필요한 에너지를 살펴보면,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약 1.2KWh, 광역상수도가 약 0.24KWh(공급 길이 15km 기준)가 든다고 한다. 반면 빗물탱크나 저장소를 활용하면 약 0.0012KWh의 에너지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빗물탱크를 지하에 설치한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 주민들은 한 달 평균 200원 이하의 수도 요금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조선일보에 따르면 일 년간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무려 1276억t, 그 중 우리가 사용하는 빗물은 불과 331억t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임을 상기하면 어처구니없는 수치이다.

요즘에도 빗물은 마실 수 있는 물이다. 비가 내린지 20분쯤이 지나면 오염물질은 다 씻겨 내려가 거의 증류수에 가까운 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한 강의에서는 수돗물과 생수, 빗물을 놓고 ‘가장 물맛이 좋은 물’을 가리기 위해 블라인드 시음회를 가졌다. 물맛을 본 36명 학생 중에는 수돗물이 7명, 생수가 6명, 그리고 나머지 23명이 빗물을 선택했다. 의외로 빗물이 먹기에도 아무 거부감이 없었고 맛도 제일 좋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산성비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강한 산성이 아니다. 강한 산성비라고 해봐야 ph3.7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태안에 ph4.1의 산성비가 내려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들을 보면 산성비는 콜라(ph2.5), 요구르트 (ph3.4), 맥주(ph4.0)보다 중성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조건 산성비는 건강에 해롭지 않으므로 산성비가 내리든 말든 신경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공기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빗물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가 산성비에 대한 과장이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삼가야한다. 빗물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중 하나이다. 물 부족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빗물을 재활용했을 때 국민들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교육부나 전문가들이 나서서 빗물에 대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푸는 등의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민들도 빗물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