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노예계약제도”

KBL이 방송인터뷰에서 FA제도를 노예계약이라 얘기한 삼성 썬더스 김승현 선수에 대해 징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선수나 감독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KBL 비방 및 명예실추 행위를 했을 경우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규정을 든 것이다. KBL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비난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계약 당사자인 선수의 의사표현을 막는 KBL의 일방적인 징계회부가 부당하다는 얘기다. 더불어 KBL 비방을 막는 규정이 개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농구계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무죄 판결을 받은 미네르바도, 최근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된 SNS도 얼마 전까진 억압의 대상이었다. 지난 달 북한에서 전송되는 트위터 메시지를 풍자하고 조롱하기 위해 리트윗을 해왔던 박정근 씨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것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건으로 꼽힌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농구판도 사회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KBL이 김승현 선수를 징계 대상으로 거론하는 이유다.

'억압된 표현의 자유' ⓒ 진보넷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이나 규정이 명문화되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상이나 이념을 자기 멋대로 재단해 기소하는 국보법이나 김승현 선수의 징계 근거가 되는 KBL 규정이 여기에 들어간다. SNS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규제하던 방송통신법도 마찬가지다. 규제 근거의 존재가 제 2의 미네르바, 김승현, 박정근을 만들어 낸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김승현 선수 ⓒ 마이데일리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규제의 존재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를, 부당함을 호소할 권리를, 정당한 문제제기의 권리를 박탈한다. 이어지는 건 표현의 자유가 가져올 긍정적인 기능들의 상실이다. 이는 단지 개인을 법률을 악용해 기소하고 구속해서 입을 막는 차원이 아니다.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김승현 선수의 입을 막아버리면 당장은 KBL과 구단에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선수들은 노력하지 않고 유망주들은 농구를 떠나 다른 운동으로 뛰어든다. 농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사회가 굴러가는 동력을 만든다. 정방향이다.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독일 같은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는 ‘공론장’에서 토의와 숙의를 거치는데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KBL을 위시한 우리 사회는 조건마저 없다. 이런 부분을 도외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과 규정 등은 폐지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