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적으로는 차라리 제명시켜줬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진보진영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으로서는 틈만 나면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제명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일어나는 ‘제명 논의’조차도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두 당선자가 제명되어야 할 이유로, 그들의 종북 성향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벌써부터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의 자격 문제는 그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원직을 획득했기 때문에 제기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경선이 아니라, 명확하게 규정할 수도 없는 그들의 종북 성향이 제명의 이유가 된다는 새누리당 일각의 주장은 상당히 황당하게 느껴진다. 만약 그런식으로 의원 자격을 걸고 넘어진다면, 당권파 출신의 지역구 당선자들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민주당에 있는 과거 주사파 출신들 역시 제명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종북세력이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부정하기 때문에 제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쿠데타를 일으킨 아버지를 긍정하는 박근혜 의원은 물론, 대북강경발언을 하며 전쟁도 불사해야한다고 하는 송영선, 공성진 前 의원같은 사람들도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사람들이므로 제명 대상이다. 나아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산업화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4.19를 단순한 학생운동으로 깎아내리는 뉴라이트 세력들은 또 어떠한가? 이들 역시 3.1운동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상이나 신념이 헌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따져보자면 의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논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김재연의 본질적인 문제는 ‘부정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당선자’라는 점인데, 거기다 갑자기 ‘종북’이라는 색을 덧씌우고 공격하고 있다. 보수언론에서 시작해서, 제1당인 새누리당, 심지어 대통령까지 ‘부정경선’이 아닌 ‘종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 닥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국회의원은 사인(私人)과는 달리 유권자들이 던지는 물음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물음이 “너 종북세력이냐?” “김정일 개새끼 해봐”등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드러난다면, 이것에 대한 대답을 강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이러한 질문이 종북세력임을 알아내고 규정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명확하다면, 살아남기 위해 생각과 다른 말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국보법이 남아있는 가운데, 자신을 ‘종북’이라고 밝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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