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30일,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석기와 김재연이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진보진영의 큰 비극이며, 앞으로 ‘진보’의 성장을 막을 큰 걸림돌이 하나 생긴 셈이다. 두 당선자는 당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사태까지 조장하면서 진보진영의 대중적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그들이 4년 동안 금배지를 달고 있는 것은 진보진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진보진영의 비도덕성을 환기시킬 뿐이다.

심정적으로는 차라리 제명시켜줬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진보진영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으로서는 틈만 나면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제명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일어나는 ‘제명 논의’조차도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두 당선자가 제명되어야 할 이유로, 그들의 종북 성향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벌써부터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의 자격 문제는 그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원직을 획득했기 때문에 제기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경선이 아니라, 명확하게 규정할 수도 없는 그들의 종북 성향이 제명의 이유가 된다는 새누리당 일각의 주장은 상당히 황당하게 느껴진다. 만약 그런식으로 의원 자격을 걸고 넘어진다면, 당권파 출신의 지역구 당선자들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민주당에 있는 과거 주사파 출신들 역시 제명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종북세력이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부정하기 때문에 제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쿠데타를 일으킨 아버지를 긍정하는 박근혜 의원은 물론, 대북강경발언을 하며 전쟁도 불사해야한다고 하는 송영선, 공성진 前 의원같은 사람들도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사람들이므로 제명 대상이다. 나아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산업화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4.19를 단순한 학생운동으로 깎아내리는 뉴라이트 세력들은 또 어떠한가? 이들 역시 3.1운동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상이나 신념이 헌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따져보자면 의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논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김재연의 본질적인 문제는 ‘부정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당선자’라는 점인데, 거기다 갑자기 ‘종북’이라는 색을 덧씌우고 공격하고 있다. 보수언론에서 시작해서, 제1당인 새누리당, 심지어 대통령까지 ‘부정경선’이 아닌 ‘종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 닥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얼마전 전원책 변호사가 심야토론에서 “김정일·김정은은 개새끼냐(라고 물었을 때) ‘개새끼다’ 라고 하면 종북세력이 아니다.” 라고 말해서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불행히도 전원책 변호사의 과격한 언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폭력적으로 ‘양심과 사상’을 드러내라고 하는 요구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사상 검증’이 가능해 질수 있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국회의원은 사인(私人)과는 달리 유권자들이 던지는 물음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물음이 “너 종북세력이냐?” “김정일 개새끼 해봐”등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드러난다면, 이것에 대한 대답을 강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이러한 질문이 종북세력임을 알아내고 규정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명확하다면, 살아남기 위해 생각과 다른 말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국보법이 남아있는 가운데, 자신을 ‘종북’이라고 밝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상이나 이념을 문제 삼아 국회의원의 자격을 논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 문제가 되는 것이냐를 규정하는 기준도 모호할뿐더러, 개개인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 또한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위헌적인 발상이다. 더구나 ‘종북’ 논란으로 불거진 문제인 만큼, ‘사상 검증’의 과정이 진보정치인들에게 집중되지는 않을지 굉장히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