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양아치니?"
 

최근 TV에서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유행어이다. 당시 룰라의 멤버였던 신정환씨와 고영욱씨가 짖굳은 장난으로 인해 같은 멤버인 김지현 씨에게 들었던 나름의 귀여운 욕에서 시작했다. 게다가 양아치와 학교폭력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 <바람>의 짱구처럼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양아치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욕으로서, 혹은 존재로서 만연하게 퍼져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일탈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허나 최근 대구 여중생 자살사건이나 끊임없는 자살사건에 학교폭력이 깊게 개입이 되어 있고, 일진의 일탈행위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목소리에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가 주요 사회적 담론이 되었다. 이에 교육당국은 학교폭력과 일진(양아치) 근절을 위해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는 스쿨폴리스제’, 피해자든 가해자든 고해성사를 할 수있게 하는 학교폭력 상담소등을 방안으로 내놓았고 가해자 학생을 실형을 선고하는 극단적인 방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게다가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국의 양아치들을 싸잡아 죽여야한다,’는 매우 극단적인 이야기들의 양아치 심판론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현재 가해 학생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양아치를 심판해야한다는 방식이 박통시절의 나는 깡패입니다.’ 거리행진을 연상시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게다가 스쿨폴리스제도와 같은 효과가 없이 실패한 제도를 그대로 다시 답습한다는 모습에 교육사회가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었다.

 

스쿨폴리스 스쿨폴리스


양아치를 만나다

짜증나는 교육사회의 대처방식을 답답해하는 와중에, 문득 기자는 양아치를 고민하기 위해서 당사자인 양아치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기자의 중·고등학교에서도 양아치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내 기억 속에 강렬히 존재하는 양아치’ 한 명이 떠올랐다기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지금 부산에서 락밴드를 하고 있는 김민재(21)씨이다고등학교 시절 펜 대신 기타를 들었고, 교과서 대신 오선지와 음표를 들었던 민재 씨였다. 이런 모습에 민재 씨는 어떤 선생님으로부터 패배자야넌 커서 해적질이나 해라.’는 식의 폭언을 듣기도 하였다아직은 쌀쌀했던 5월의 저녁에 한 카페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학교생활을 보냈던 그를 만나 ‘Real 양아치의 이야기 들어보기로 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홈플러스 알바, 대학 휴학생, 그리고 락커를 병행하고 있는 21살 김민재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최근에 군대 입대 발표가 나서 요즘 아주 멘탈붕괴 중이다.(웃음) 대학 졸업하고 주로 부산하고 지방을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돈이야 거의 못 벌지만 나름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밴드하는 친구 중에 같이 입대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밴드 정리도 하고, 팔 것도 팔고 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이거(인터뷰) 끝나고 홈플러스 알바를 뛰는 평범한 민간인이다.
 

지금까지도 민재씨는 음악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음악을 하시나요?

나는 락밴드에서 기타를 쳤다. 메탈이나 하드락을 좋아하기도 하고 본 조비(Bon jovi)가 나의 우상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하지만 여러 음악들을 접해보고 나의 음악의 거취를 정하고 싶다. 최근에는 버스커버스커 노래나 랩에 심취해서 가벼운 음악들을 작곡하기도 랩을 연습하기도 했다. 그리고 클럽DJ를 꿈꾸면서 턴테이블도 연습했다. 무리인 것은 알겠는데, 최대한 해볼 수 있는 음악을 다 해보고 싶다.

 

나는 양아치다.’라는 주제로 인터뷰하려한다. 자신이 양아치라고 생각하는가?

인터뷰 주제를 듣긴 들었지만 되게 노골적으로 물어보니 당황스럽다.(웃음) 제가 학교에선 행동이 시시껄렁하긴 했지만, 못된 짓은 거의 안했다 품행이 천박하지도 않고. 인터뷰 직전에 양아치에 대해 검색하고 왔는데, 조금 전에 내가 양아치는 아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생이나 선생이나 저를 양아치, 날라리로 너무 불러서 나도 내 스스로가 양아친줄 알고 살아왔다. 거의 수업 들어가면 선생님들은 저를 범죄자 취급을 받았으니깐 말이다.

 

정확한 혐의는 무엇인가?

음악을 한다. 정확히 말해서는 공부대신 음악을 한다. 제 담임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저를 위하는 척하면서 끝까지 내 음악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입시공부를 하게 만들려고 했다. 나만 위선으로 느껴지는가? 또 나름의 음악인으로 자존심이 있어서 친구들이 제 인생을 멋대로 이야기하고 깔볼 , 주먹이 가끔 날아갈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정말 반성한다. 하지만 별달리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생활은 대체로 어땠나?

학교생활은 유별나게 달랐던 점은 없었다. 뭐 나름의 일탈이라고 하면, 점심 먹고 식후땡 담배 몇 개비, 가끔 야자 째서 술 마시고, 이외에는 별달리 다른 점은 없었다. 싸움도 내 자존감을 뭉게는 것 말고는 친구들과 달리 싸우는 것 없이 잘 지냈다. 나도 음악만 한 것은 아니다. 수능을 앞두고 나도 불안해서 공부를 급하게 끄적거리기도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하는 학생이기도 하다.

 

내 기억에는 가끔 학교도 안 나오는 날도 있던데, 무슨 일을 했나?

악 대회를 나갔다. 어이가 없는 것이, 나는 고스란히 결석처리가 되거나 아주 사정을 해야 대외활동으로 인정되었다. 수학경시대회 이런 건 인정해주면서, 정작 음악부분에서는 인정을 안해주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게다가 웃긴게 클라리넷이나 피아노같이 고급스럽고 입시에 도움이 될만한 음악들은 또 인정을 해주더라. 내가 음악대회를 나가는 것은 스펙 한 줄을 위한, 입시를 위한 입시용 음악이 아니였기 때문에 끝까지 내 출석부는 듬성듬성 비가 내렸다.
 

학교의 현실은 어떻게 다가왔는가?

학교는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학교의 교육은 1, 2, 3등급을 위한 교육이였다. 수학시간만 되면, 414, 24, 34번 이런 식으로 앞에 나가 수학문제를 풀어야했는데, 나만 6~8등급이였다. 만일 수학문제를 못 풀면 맞아야했다. 물론 공부는 안했지만 수학문제하나 못풀었다고 맞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다. 거의 발표수업은 1~3등급들이 준비해서 발표하는 식이였다. 대안으로서 상(), ()반 수업을 진행했는데 글쎄, 그곳에서도 가르쳐주는 교육보다는 풀지 못하면 맞고, 경쟁이라는 본질은 똑같았다.

 

인문계에 와서 입시 공부를 하지 않는다... 모순이 아닌가?

그렇다. 인문계는 대학을 가기 위해 존재한다. 실제로 나는 선생님들에게서 가끔 예고를 가지 왜 인문계에 까지와서 날라리 짓을 하노?’라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애초에 내가 음악을 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들어와서이고, 대학에 가든 안가든 학교에선 학생의 재능과 욕구를 충분히 받아줘야하는 것 아닌가? 아니 최소한 그런 학생들을 위해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옳은게 아닌가? 교육은 핸드폰 3년 약정같은게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학생의 자존감과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하는 것이 교육이다. 하지, 나 때문에 일어나는 모순이 아니라 교육의 이념의 전도에서 일어나는 모순이고 폭력이다.

 

양아치 이야기 속에 학교폭력이 빠질 수 없다. 학교폭력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 끔찍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두둔할 생각은 절대없다. 하지만, 원인은 이상한 몇몇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학교는 학생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공부 이외에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예를 보자, 요즘 양아치들이 전교 1등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 봤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에서 전교 1등은 정말 알짜배기 권력이다. 선생님들의 개인적으로 공부나 입시전형을 알아봐주기도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전교 1등은 본받아야할 대상이고, 인격, 자존심을 제쳐두고 엎드려야했다. 그렇다면, 입시 교육 속에서 공부를 해도 안오르는 혹은 소위 7, 8등급 학생들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교 1등을 앞에두고 계속 엎드리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허세를 부리고, 폭력을 휘둘러서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을 채우거나, 혹은 자살로 벗어나거나...
 

출처 : KBS

학교폭력이나 일진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학생들 개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점?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당사자를 존중하고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즐기는 것이 아닐까? 아주 흔해빠진 말이 있지 않나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우리 학생들에게 허락된 음악은 단지 공부를 위해 쉬는 음악 혹은 입시를 위한 음악만이 존재했다. 그런 음악만을 허용할 수 있게 해놓고 나는 너를 존중했다라는 식의 대답은 기만이고 폭력이다. 나는 그것에 반하는 음악을 계속해왔고 어떤 장르라던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2주일동안 장난스레 만들었던 음악이 있다. 우리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이름을 따서, 학교를 나름 비판한 곡이다. 들어봐라 상스러운 이야기도 있지만 대충 만들어서 별로일수도 있지만 한번 들어봐라.(개인적으로 매우 별로였다.) 내가 막 음악을 잘 만들고 잘 부른 사람이 아니다. 허나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하고 싶다.
 

'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인터뷰 이후 민재 씨와 양아치의 본질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았다. 민재 씨의 답은 아주 간단했다. "양아치도 별 것 없다, 양아치든 범생이든 어떻게든 자신이 인정받길 좋아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공부말고 다른 것을 통해서는 그게 쉽지가 않다고 한다. 그는 "학교는 성적이 낮은 아이들에게는 '양아치, 날라리, 공부 안하는 놈'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고 자존감을 빼앗는 비교육을 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학교폭력의 문제의 핵심은 학생이 아닌 학교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민재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식 날,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처럼 대한민국 고등학교 xxx 그래!!’를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가 그만큼 음악하는 민재 씨에게 억압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폭언을 들으면서 가슴속에 상처를 입어가며 입시를 위한 음악을 당당히 거부하며, 3 담임선생님의 이름과 욕설이 잔뜩 들어간 상스러운 음악을 만드는 이 도발적인 아티스트 김민재 씨의 인터뷰에서 그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고민을 했는지 묻어나오는 듯 했다.




[링크] 기획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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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문제에서 ‘청소년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  나는 양아치입니다.
 

-  당신의 입시는 어땠나요?

-  청소년, 미성년의 딱지를 거부하다.

-  인권과 청소년이 꿈꾸는  사회를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