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이번 주간대학뉴스에는 유난히 성추행 사건, 총여학생회 역할 논란 등 성 문제에 관련된 사건들이 많네요.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한양대 총여학생회, 여학생들이 편하다고?

지난 5일,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한양대 총여학생회 ‘터미네이터’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습니다. 이는 총여에서 기획한 ‘여학생 병영체험’ 이벤트 때문인데요. 특히 교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기획의도가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듯합니다. “병영체험을 통해 여학생들이 얼마나 편하게 생활하는지 체험했으면 한다”는 게 한양대 총여의 발언이었는데요. 양성 평등의 문제가 ‘누가 더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유치한 싸움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는 건 이제 상식인 줄 알았는데, 무려 총여학생회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려줬네요. 이런 인식 수준은 “남자 군대 가잖아”에 “여잔 애기 낳잖아”라고 받아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익산시 여성공무원 병영체험 ⓒ 익산신문



한양대 총여학생회의 경우에는 올해 초 한양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위원회의 인준을 거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특정 소수를 위해 학교 예산을 쓸 수 없다’는 명분이었는데요. 여성인권과 소수자 문제에 아무런 철학도 없는 총여학생회라니! 안 그래도 졸업사진 메이크업 지원 센터로 전락한 총여학생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판이니 이건 거의 학내 여성주의의 위기라 할 수 있겠네요. 총여학생회가 무엇을 위해 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끊임없는 대학 내 성추행, 이번엔 경성대 철학과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추행한 경성대 철학과 한 교수의 행각이 밝혀졌습니다.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들을 술집으로 데려간 뒤,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아 온몸을 더듬고 입을 맞추려 시도하는 등의 못된 행각들을 계속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일 경성대 인문관 앞에 부착된 빨간 현수막들과 대자보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폭로를 주도한 철학과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해당 교수를 교단에서 추방할 것을 학교본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하네요.

ⓒ 경성대학교 언론사



경성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교수의 성추행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학내에 공공연하게 돌던 소문이었다고 합니다. 성추행이 쉬쉬해야 할 부끄러운 얘기로만 취급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나, 또 교수와 제자라는 권력 관계 하에서 쉽게 나서기 힘든 학생 피해자들의 문제 때문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추행 사건들 중 조용히 묻히는 사건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번 건의 경우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교수위원회를 소집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경성대 본부 측의 행동력을 기대해봅니다. 허튼 짓 하면 안 된다는 선례를 보여줘야죠!


대학교 여자 샤워실에 남자의 목소리가?

3일, 서울시립대 학생커뮤니티에는 황당한 글이 게재됐습니다. 한 여학생의 글이었는데요. 미래관 여자 샤워실에 혼자 있는데 남학생들 무리가 샤워실 문을 열고 당당하게 걸어들어온 것입니다. 그들은 여학생이 샤워실 안에 있다는 사실에도 아랑곳 않고 “여학생들은 여기 안써”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었다고 하네요. 후에 지나가다가 다시 마주쳤을 때 해당 남학생들 중 한 명이 옆에 있던 친구에게 “아까 여자 샤워실 들어갔다가 쟤랑 마주쳤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고의적이나 악의적으로 샤워실에 침입해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자 샤워실을 이용하던 학생들이 ‘샤워 중에 남학생들이 들어왔다 나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조금 더 분별 있는 행동이 아쉬운 순간입니다.


뒷돈 받은 공주대 교수 4명 구속

공주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4명이 구속됐습니다. 이유는 교수채용과 관련된 비리 때문인데요. 2011년 3월 전임강사로 채용된 A씨가 시간강사이던 시절 임용 심사를 맡은 교수 4명에게 총 1억 21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공주대는 해당 교수들의 직위를 즉시 해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인데요. 실력보다 ‘경제력’으로 직업도 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건입니다. 사실 교수 임용의 투명성과 관련한 논란은 언제나 있어왔는데요. 실력 이전의 인맥, 경제력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해, 비리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 news1

서울대 학생식당, 외부인 차별 논란


지난 2월,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이 외부인에게 인상된 밥값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서울대학교 학생, 교직원 등 관계자는 1700~3000원, 외부인의 경우 2500~4000원의 차등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학생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서울대 학생들이 게재한 등산객, 택시기사 등에 대한 불만 글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다시 한 번 ‘외부인 차별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립대학교인만큼 외부인에게도 시설을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와 등록금을 내고 다니니 어느 정도의 배타적인 사용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째 ‘서울대생은 이기적인 놈들’이라고 몰아붙이는 식의 황당한 주장들도 횡행하고 있어 씁쓸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논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죠.


누구를 위한 학교 공간인가?

중앙대 학생커뮤니티 ‘중앙인’에는 분을 주체하지 못한 한 학우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경영학부 창제반이 지난 5일 중앙도서관 뒤편에서 공연 행사를 여는 바람에 학업에 방해를 받았다며 주최 측을 비난했는데요. 기말고사를 불과 1주일 앞둔 데다, 각종 고시 시험 날짜가 가까워오는 6월 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글쓴이는 이 사건을 ‘6.5 사태’라 규정하기까지 했는데요. 사실 학생지원처의 승인을 얻어 행사를 개최한 경영학부 창제반 학생들은 황당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학생회장이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말이죠. 불시에 찾아오는 소음 뿐만 아니라 사실 축제 기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축제 자체가 매우 성가신 일일 것입니다. 반대로 학교라는 공간이 공부를 해 취업을 준비하는 것 이상의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 싸우기 보다는 조화로운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