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방학입니다. 방학엔 인턴,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부 같은 ‘스펙 쌓기’로 바쁜 대학생들로 다들 변신할 생각을 하니 또 한숨이네요. 시험기간 대학가는 전반적으로 조~용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상한 일도 있었고 흥미로운 조사결과들도 발표되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학점과의 싸움을 벌이셨던 대학생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박수를 치며, 이번 주 주간대학뉴스 시작합니다.


연세대 13학번, 누굴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불쌍해

21일 열린 ‘미래 인재와 고등교육 논의를 위한 총장 자문회의’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입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내년부터 실시되는 신입생 전원 송도캠퍼스 기숙사 생활에서 문화, 예술, 체육, 봉사 등의 인성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주일에 나흘, 하루에 3학점씩 총 12학점을 야간에 이수하게 되는 것인데요. 정갑영 총장은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지만, 글쎄요. 1주일에 30시간 대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둔다고 창의적 인재가 길러지는지는 의문입니다. 매일 ‘야간자율학습’하며 하루 15시간 학교에 앉아보낸 한국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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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신입생 전원의 송도캠퍼스 이전에 이어서 ‘신입생 30학점 수강’ 소식까지 학내에서 아무런 얘기도 돌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행사에서 ‘빵’ 터뜨리는 식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인데요. 총장이 지난 4월 학생들에게 구두 사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불통이라는 반응입니다. 게다가 신입생들이 전원 기숙사생활을 하고, 30학점을 수강하게 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나 다른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길을 오히려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 기숙사 생활에 30학점 수강까지, 그리고 앞으로 또 무슨 정책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연세대 13학번,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벌써부터 참 불쌍합니다.


고려대 학생회, “양심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시험기간만 되면 ‘미어터지는’ 도서관, 매번 말썽이 되는 것은 공동의 도서관 시설을 자기 것처럼 쓰는 ‘사석화 족’의 행태입니다. 분명히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배정을 받고 사용해야 하는 좌석임에도 막무가내로 책을 쌓아두고, 개인소지품을 비치해 다른 학우들이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식인데요. 보다 못한 고려대 총학생회가 ‘양심스티커’를 도서관에 비치해 사석화 행위가 발견되는 즉시 그들의 소지품에 부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두가 ‘스티커를 뗄 수 있는’, 그러니까 벌을 줄 수 있는 것, 조금 삭막한가요?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게 된 구멍난 양심이 아쉽습니다.



계절학기 등록금, 부담 안 되십니까?

매년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대학생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자란 학점 메우기, 재수강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은 점점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1학년 학생들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어 ‘경쟁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매년 지적되고 있지만, 계절학기 등록금은 도대체가 요지부동입니다. 정규학기에 비하면 비싼 수준은 아니지만, 정규학기를 모두 등록하고 ‘초과로’ 내야 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그 부담이 더합니다. 한 경제지의 조사 결과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 중 계절학기 등록금을 인하한 곳은 단 3곳뿐입니다. 2012년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교과부의 5% 인하 요구에 본 학기 등록금은 인하하는 시늉이라도 냈었는데, 계절학기 등록금은 그야말로 ‘무법지대’입니다. 1학점 당 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며 무더운 여름에도 학교를 찾는 대학생 여러분, 학점 세탁이라도 꼭 성공하세요!


비싼 등록금이 계급 불평등 재생산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저소득층 대학생의 가난 대물림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저소득층 가구의 대학생은 학비를 융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융자로 학비를 조달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토익 점수, 정규직 취업률, 취업 후 월평균 소득 등이 모두 낮게 나타났는데요. ‘못 사는 애들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학점도 안 좋다’는 소문이 뜬소문이 아닌 것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가난의 악순환입니다.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는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있습니다. 입이 아프도록 말하고 있습니다만 정말로 이제는,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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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성추행 교수 해임됐다

“교수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술집, 교수연구실, MT장소 등에서 여학생들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 중앙애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 나온 피해 학생들의 증언입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당연히 벌 받아야 할 일이 발생한 것인데도 사실은 이번에도 ‘교수 권력 감싸주기’가 일어날까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0일 중앙대는 해당 교수를 ‘해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교수에게 통보했다고 하네요.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경성대가 떠오르고요. 또, 성추행 사실을 숨기고만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교수와 학생의 권력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어이없는 추행을 당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