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흥망성쇠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1)의 출시는 게임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한국 게임계의 대혁명이었다. 게임이 출시 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스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그동안 단순한 애들 장난으로만 치부되었던 컴퓨터 게임이 엄청난 부가가치 사업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대기업이 E-Sports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던 2006년 이후에 프로팀은 한 때 11개 팀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게다가 상무와 같이 복무 중에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공군’팀도 만들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하나의 ‘스포츠’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였다.

E-Sports는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의 남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스타경기를 보지 않지만, 예전에는 스타1 경기를 열심히 챙겨봤던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의 선망직종의 하나가 되었고, 스타급 선수들은 억대연봉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온게임넷에서 첫 리그가 열리고, '쌈장' 이기석이 처음 공중파 cf에 나왔던 99년도를 스타1의 대중에게 알려졌던 시기부터 약 10년 동안은 스타판은 점점 성장하는 추세였다. 서든어택, 카트라이더등 다른 게임도 E-Sports화 되었지만, 스타가 단연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린 2005년 전반기 프로리그 결승전. 매년 프로리그 결승전이 열렸던 부산 광안리는 스타계의 '성지'가 되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09년도부터 ‘택뱅리쌍’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과 같은 스타1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고, 스타1쪽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면서 한 물 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더구나 10년도에 일어난 승부조작 사건은 위기의 스타1을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어버린다. 승부조작 사건은 E-Sports의 근간을 위협하면서, 결국 2010년, 2011년 기업들의 집단 스폰 철회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기업 스폰이 철회하면서 팀이 없어진 선수들을 모아 한국프로게임협회(이하 KeSPA)에서는 ‘제8구단’이라는 팀을 만드는 자구책으로 버텨나갔지만, 스타1의 하락세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온게임넷과 함께 스타리그를 진행하던 MBC게임 역시, MBC 뮤직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MBC게임에 있던 게임리그들은 전부 없어지게 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는 스타1뿐만 아니라, 다른 E-Sports의 규모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승부조작 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 (이하 스타2)라는 후속작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스타1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스타2가 스타1보다는 상품 가치가 높다고 믿고 있었으며, KeSPA에서 스타2리그를 주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현재는 곰TV가 블리자드의 승인을 받아 리그를 열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스타1리그는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스타2로의 전환, 그러나 불안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타1 경기는 올 여름까지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1은 지금까지 선수 하나하나 경쟁하는 개인리그, 팀 단위로 대결하는 프로리그로 나눠져 이어져 왔는데 두 리그 전부 이번시즌까지만 스타1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온게임넷에서는 지난 5일 “이번 'tving 스타리그 2012‘가 스타1으로 열리는 마지막 스타리그”·라고 발표했다. 또한 프로리그 역시도 현재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해서 한 경기의 전반부는 스타1, 후반부는 스타2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역시 스타2로의 완전 전환을 위해 준비하는 과도기적인 형태다.

스타1이 E-Sports계에서 없어지는 것은 팬들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물론 스타1이 스타2보다 인기가 없거나, 상품가치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타2로의 전환은, 팬들의 바람이나 대세라기보다는, 외국에서 인기 많은 스타2를 통해 한국의 E-Sports를 세계화시키려는 대기업들의 압력이 작용해서다.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스타1과 스타2는 세계관은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조작방식이나 유닛, 게임 속도 등이 전혀 다른 게임이다. 똑같은 게임을 구 버전에서 신 버전으로 바꿔서 진행하는 형태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게다가 스타2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PC방 점유율만 보더라도 스타2를 즐기는 인구보다 스타1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 한국에서의 스타2 리그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하려면, 먼저 한국인들 사이에서의 흥행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스타2는 스타1과 달라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스타1 팬이 스타2를 본다는 보장도 없다. 스타2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앞으로의 E-Sports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스타1을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생각했다면, 조금 더 진득하니 지켜봤어야 했다. 야구나 축구등도 항상 인기가 있지는 않았다. 특히 야구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2006년 WBC 이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다시 발돋움한 케이스다. 스타1도 한참 인기 있을때가 있었으니, 잠시 저조할 때도 있는 법이다. 최소한 10년 이상 ‘판’을 지속해온 스타1은 잠깐 인기 끌고 지나갈 ‘유행’이 아니다. 계속 존속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면 수십 년 전통을 쌓아나갈 수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스포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팬들도 모르는 사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얼마 있지 않아 스타1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스타1의 시대를 잘 마무리해야, 스타2가 성공할 가능성 생겨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므로, 이제 스타2로의 전환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스타1의 역사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해주면서, 스타1의 자양분을 스타2로 끌고 가는 것이 E-Sports를 위해서 좋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KeSPA는 프로리그에서 스타1과 스타2를 병행시키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스타1의 마무리와, 스타2의 시작을 어설프게 만들었다.

선수들이 스타1과 스타2를 한판씩 번갈아가며 출전해야 하는 프로리그 방식이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병행하게 만드니 게이머들이 스타2에 적응하기가 더욱 힘들게 되었고, 이는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를 불러왔다. 특히 스타1보다는 스타2에 연습이 집중되다보니, 스타1 경기에서는 소위 말해 ‘눈이 썩는’ 경기가 많이 나왔다.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스타1의 기존 팬들을 실망시켰고, 스타2에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스타2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에 대해 송병구 선수는 “최근 스타2를 병행하면서 스타리그(스타1 개인리그)에 너무 관심이 없어졌고, 스타1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스타2 병행으로 인해 선수들이 정말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야 그냥 그렇게 하도록 지켜만 보면 되지만 선수들은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병행체제는 팬들 보기에도 불편할뿐더러, 선수들에게도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리그중이긴 하지만, 2라운드부터(3라운드로 이루어진 리그에서 현재 1라운드 중)라도 각 구단의 양해를 구해, 이번리그까지만 스타1으로 진행하든지, 아니면 스타2로 확실하게 전환해버리는 것이 낫다. 그것이 선수들을 위해서나, 팬들을 위해서나 좋다. 개인적으로는 스타1을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Sports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팬들이 스타1의 마지막 스토리를 만들어낼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기존의 스타1팬들도 스타2로의 전환을 긍정할 수 있도록 스타1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해야 한다. 결국 스타1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던 게이머들과 팀들이, 이제부터는 스타2를 기반으로 새로운 E-Sports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타2가 스타1의 역사를 이어받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모든 E-Sports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스타1의 풍부한 경기외적인 스토리나, 고유의 팬덤 문화가 스타2에서도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면, 스타2의 어두운 미래에 한 줄기 빛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