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핸드폰에 1588로 시작하는 낯선 전화가 예전보다 부쩍 자주 올 것이다. 은행에서 오는 전화다. 파생상품 권유를 위해서 라기보다 6월부터 IC카드를 제외한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의 이용에 제한이 생김을 알리고, 9월부터는 전면적으로 IC카드만 쓸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카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직접적인 홍보보다 은행권의 전화를 통해서 아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이 소식을 그다지 반가워하는 눈치도 아니다. 일일이 바꾸러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은행권의 이러한 통보는 번거로움만 느끼게 하는 일방적인 통보 수준에 가깝다. 이러한 불만사항을 수용한 것인지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제도의 제한적인 시행을 내년 2월로 일단 미뤄두었고, 전면적인 시행은 1년의 시범기간을 거친 2014년 2월로 다시금 미루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혼란은 사그라 들지 않고있다.

                                           

ⓒ 한국금융신문




그렇다면 왜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바꾸게 하는 정책이 나왔는지에 대한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주된 배경과 이유는 마그네틱 불법복제 사고가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의 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만 7,900여건의 카드 복제사고로 약 300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사례 모두 마그네틱카드 복제와 POS단말기 해킹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마그네틱 및 POS단말기 교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2004년부터 금융당국은 마그네틱과 POS단말기 교체를 줄곧 추진해왔다.

실생활 속은 실제로 보안에 취약하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비롯한 상당수의 영업점은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결제방식이다. 개인정보의 유출위험과 카드복제가 가능한 마그네틱 카드가 대부분의 카드결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안을 위해서, 그리고 올바른 소비생활 정착을 위해서라도 전환은 필요한 듯 보인다.



ⓒ 노컷뉴스


                                                           
IC카드 전면 전환의 시기가 다시 한번 미뤄졌다고 하더라도 전환과정과 전환 후에 예상되는 문제가 많다. 이 문제들을 극복하고 넘어가야 정책개선으로 인한 소비자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로는 지난 2011년 말 현재 대형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포스(POS)단말기’ 40만대를 제외한 가맹점 단말기 252만대 중 IC단말기는 32%인 81만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나머지 가맹점에선 여전히 IC칩이 탑재된 신용카드임에도 마그네틱에서 계좌 정보를 읽는 형태의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MS카드 한 장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0~600원이지만 IC카드는 약 2000~3000원이 들어간다. IC단말기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카드를 만드는 은행과 IC단말기를 구매해야하는 가맹점들이 이러한 제반비용들을 모두 감수할지도 미지수이다. 현재 잔존하는 마그네틱 카드의 폐기문제와 은행사의 마그네틱 공카드 처리문제도 어려운 부차적인 난제이다. 


두 번째 문제로는 결제건수 월 100건 이하의 소형가맹점이 직접적으로 떠맡게 될 단말기 교체 구입 비용이다. 첫 번째 문제로 교체비용의 문제를 언급한바 있지만 중간규모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카드사들이 교체비용을 지원해 주지만, 소형가맹점의 경우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바뀔 정책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셋째로는 숱한 정책 시행연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놓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연기했다는 말에 신빙성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늦장대응이 예상된다. 연기해서 시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홍보방안을 내놓지 않고, 추후 논의해보겠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 요구되는 정부 부처와 은행의 태도는 정책에서의 혼선을 빚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홍보 및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IC카드로의 전환은 화폐제도를 개혁하는 것과 맞먹는 중요한 정책변경이기 때문에 한단계 한단계 마다 계획에 어긋나지 않는 정책을 펼쳐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혼란을 주지 않아야 한다. 공익광고 형식으로 보안에 취약함과 교체의 당위성을 알리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은행에서는 현재 ATM에서 거래를 했을 때, 마그네틱 카드의 향후 이용이 제한이 생김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느낌이다. 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국민적인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전화를 통한 안내는 좋지만, 집중적으로 제도를 알리고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정부와 은행이 연계를 이루어 홍보를 통한 국민들의이해가 선행될 때 성공적인 정책변경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