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동상이몽!
다양한 전공을 가진 20대들이 모인 고함20. 같은 주제를 보고도 전공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집니다. 하나의 키워드를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두명의 필진이 풀어내는, '동상이몽'입니다.


왜 <신사의 품격>은 <파리의 연인>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가.-신문방송학

장르의 친숙성, 주연배우의 지명도, 인터넷 기사의 양은 드라마 시청률을 결정한다. 한 드라마의 장르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익숙한지, 주연배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그리고 관련 기사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가 시청률의 높낮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최근 방영중인 <신사의 품격>은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먼저 <신사의 품격>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이는 한국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극, 가족 드라마와 함께 오랜 시간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받아온 장르이다. <풀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 최근에는 <최고의 사랑>까지 모두 로맨틱 코미디를 장르로 하여 성공한 드라마들임에 틀림없다. 또한, <신사의 품격>엔 정상급 스타들이 배우로 출연한다.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등의 등장인물들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계에서 이미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다. 관련 기사의 양도 이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에 기여한다. 하루 전에는 <신사의 품격> 12회에서 장동건(김도진 役)이 김하늘(서이수 役)에게 고백을 한 장면이, 오늘은 <신사의 품격> 옥의 티 관련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거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앞서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을 대 흥행시킨 김은숙 작가의 극본구성 능력, 일명 ‘글빨’은 <신사의 품격>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다음가는 주말 드라마의 최고봉으로 오르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바로 ‘왜 <파리의 연인>에 비해 <신사의 품격>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가’이다. 두 드라마엔 같은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PD가 참여했고, 장르도 비슷하고, 주연배우도 정상급인데 시청률은 왜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다. 물론, <신사의 품격>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드라마이고 아직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시청률에 대해 논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주에 방영된 <신사의 품격> 12회 전국 시청률은 20.3%(AGB닐슨)이고 이는 2004년 여름, <파리의 연인>이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일 때의 12회 전국 시청률인 47.1%(AGB닐슨)에 비해 26.8%나 낮은 수치다. 국민 5명 중 1명이 <파리의 연인>을 더 봤다고 생각했을 때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디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미디어는 여러 해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4년 당시에는 컴퓨터, 인터넷, TV, 라디오 정도가 미디어의 전부였다면 최근엔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2005년 처음 등장해 특정 기기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던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현재 대부분의 단말기 (휴대폰, 내비게이션, PMP,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구동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각 방송사에서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방송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집에서만 보던 TV를 외부로 끌고 나가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공간에서 TV를 볼 수 있게끔 해주었고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방영하는 시간이면 무조건 집으로 가야하는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가 그 이유다. 2004년 7월 단계적 시행에 들어선 주 5일근무제는 최근 마지막 6단계에 들어섰다. 1단계인 공기업·금융업·보험업 및 1,0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1년에 들어서는 20인 미만 사업장에도 시행 중에 있다. 이에 사람들은 본방사수(‘본 방송을 반드시 본다’는 뜻의 신조어)를 할 필요가 없어졌고 주말에 재방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똑같은 내용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재방송도 볼 수가 없다면 다운로드를 통해서 볼 수도 있다.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제휴를 통해 500원에서 700원 사이의 값을 지불하면 드라마 한 편을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동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드라마를 시청하기도 한다. 시청률 조사는 일반적으로 본방송만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활 패턴의 변화는 드라마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컨텐츠의 다양화를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파리의 연인>이 방영되던 2004년에 비한다면 최근 컨텐츠의 수는 엄청나다. 이에 케이블 방송의 다양화가 일조했다. tvN에서 시작한 <롤러코스터 : 남녀탐구생활>, <화성인 바이러스> 등을 시작으로 On Style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Mnet의 <슈퍼스타k>, 또 최근엔 올리브 채널의 <마스터 셰프 코리아>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한 케이블 방송이다. 이렇듯 케이블 컨텐츠의 다양화는 사람들을 지상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로 이끌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와 같은 인터넷 방송의 증가, <노다메 칸타빌레>나 <프리즌 브레이크> 등과 같은 해외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을 분산시켜 주었다.

이처럼 미디어의 변화,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 컨텐츠의 다양화는 지상파 방송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결과적으로 <신사의 품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라는 친숙한 장르에도, 정상급 스타들의 출연에도, 김은숙 작가와 신은철PD가 합세에도 시청률은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신사의 품격>이 2004년에 방영됐다면 <파리의 연인>과 마찬가지로 12회 시청률이 50%에 육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이미 다양한 미디어와 컨텐츠가 곳곳에 존재한다. DMB가 나오고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이 TV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많아졌고 주 5일제가 확대되고 케이블 방송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은 분산되었다. 이에 <신사의 품격>이 <파리의 연인>에 비해 시청률이 나올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디어와 컨텐츠의 다양화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것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건강한 의미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즉, 자연스러운 세상의 흐름일 뿐인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불과 8년 전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전국 반 이상의 가정에서 한 낱 한시에 모두 TV앞에 앉아있었다는 게 웃길 따름이다.



 
 




성공하는 드라마는 완벽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다.-국문학

<신사의 품격>,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배우 장동건·김하늘의 조합이라니, 브라운관에서의 그들은 오랜만이라 더 궁금했다. 그런데 한 회, 한 회를 거듭할수록 궁금해지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신사의 품격>은 어떤 작가가 내놓은 시나리오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이 시나리오를 내놓은 작가는 <파리의 연인>·<온에어>·<시크릿 가든>을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한 김은숙 작가다. 그래서인지 <신사의 품격>은 매 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렇다면 <신사의 품격>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나리오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시나리오는 문자화된 영상이며, 드라마로 영상화되기 이전에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어야 한다. <신사의 품격>은 드라마이기 이전에, 시나리오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기(起)·승(乘)·전(轉)·결(結), 이 네 단계의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신사의 품격>은 나이 마흔을 넘긴 도진(장동건)·태산(김수로)·윤(김민종)·정록(이종혁), 네 남자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매 회 극적갈등이 조성되며, 이 부분이 시청자들의 집중을 유도한다. 드라마가 10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등장인물 성격묘사는 물론, 이들 사이의 얽히고 얽힌 관계가 이미 드러났다.

<신사의 품격>의 매력은 ‘퍼스트 신’에 있다. 말 그대로 ‘퍼스트 신’은 첫 장면을 의미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의의를 갖는다. 타이틀이 지나고 두서너 장면의 퍼스트 신이 매력적으로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그대로 모든 신에 몰입할 수 있다. 때문에 작가는 흡입력있는 퍼스트 신을 위해 노력한다. <신사의 품격>의 매 회 퍼스트 신에는 도진(장동건)·태산(김수로)·윤(김민종)·정록(이종혁), 이 네 남자의 짧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네 남자의 철없는 모습 묘사가 대부분이다. 정록(이종혁)의 좌충우돌 결혼식 에피소드부터 소녀시대 멤버들에 대한 네 남자의 속마음,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져 있는 네 남자의 모습까지 퍼스트 신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자아낸다.

시나리오의 핵심 요소는 ‘인물’과 ‘대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물과 인물이 내뱉는 대사 사이에 거리감이 없어야 한다. “여자는 불편할수록 긴장하고, 긴장할수록 아름다워지는 거야.” 극 중 주인공 이수(김하늘)의 룸메이트로 등장하는 세라(윤세아)의 대사다. 어찌 보면 얄밉지만, 이 여자가 한 말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유는 인물과 대사가 일체됐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일상을 담아내지만, 일상적 용어만으로는 매력적일 수가 없다. 때문에 일상적 용어를 넘어 표현적 용어를 사용한다.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들뿐이다.” 퍼스트 신에서의 도진(장동건)의 말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사다.

앞으로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미 시나리오 <신사의 품격>이 존재한다. 작가는 모든 것을 철저히 계산해 시나리오를 완성해 놓았다. 스토리의 시간적 구조며 인물 관계도가 전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남아 있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작가 김은숙의 문장이 어떻게 영상화 되는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