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동상이몽!
다양한 전공을 가진 20대들이 모인 고함20. 같은 주제를 보고도 전공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집니다. 하나의 키워드를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두명의 필진이 풀어내는, '동상이몽'입니다.



귀신, 언제나 당신과 함께한다 - 매스미디어학



귀신이라는 소재는 어딘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있을 법 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목격자는 없는 신비한 존재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어두운 밤 친구들과 나누는 귀신 이야기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끝까지 듣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때쯤에 <퇴마록>이라는 소설이 대히트를 쳤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미디어믹스도성공해 나름 흥행한 영화까지 선보인 것을 보면 <퇴마록>은 한국 귀신흥행의 원조급인 셈이다. <퇴마록> 이후 개봉한 <여고괴담>도 귀신을 아이템으로 히트를 쳤고 다음해에는 <링>이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등장해 귀신 흥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귀신은 여름의 필수 흥행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매년 이 맘 때쯤 꼬박꼬박 한 두 편씩 나오던 귀신영화들은 점점 식상해졌고 <여고괴담>이 회를 거듭할수록 망해가듯이 귀신에 대한 공포도 점차 식어갔다. 한동안 귀신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사람들은 공포감이 떨어진 귀신 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았다. <쏘우>나 <큐브> 같은 것들 말이다. 귀신들은 공포계의 정상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동시에 귀신에 대한 다른 접근도 생겨났다. 귀신을 막연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악한 존재로 보기보다 일상에 숨어있는 좀 더 친근한 존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효시였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귀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귀신은 항상 무서워야 한다는 공식은 개성 넘치고 정감가는 캐릭터들에 의해 무너졌다. 그 뒤를 이어 <귀신이 산다>, <시실리2km> 같은 귀신 코미디 영화가 뒤를 이어 개봉했고 최근에는 <오싹한 연애>라는 귀신 로맨틱 코미디영화까지 등장하며 다양한 귀신 장르를 선보였다.

그렇게 날고 긴다 하던 무서운 귀신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지하실 한켠에 조용히 숨어있어야 했다. 그것도 잠시 귀신들은 사람들의 공포를 살라먹으며 다시 한번 대중들 앞에 선다. 이른바 귀신들의 설욕전인 셈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 바로 옆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는 존재의 공포는 점점 사람의 이성을 앗아가며 마침내 미치게 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그런 귀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지나치게 완벽히 재현해 관객들이 실제 사건인양 느낄 정도로 말이다. 살인과 선혈이 낭자한 미장센 대신에 지극히 제한된 시선으로 귀신의 자취를 따라가는 이 페이크 다큐는 진짜 귀신이 등장한다. 존재하지만 결코 보이지 않는 함부로 모습을 비추지 않는 그런 귀신 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귀신영화에는 귀신은 보이지 않지만 친구가 들려주던 귀신이야기의 존재감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은 봉천동 귀신, 옥수 귀신 등 웹툰 붐을 타고 새로운 귀신 이야기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귀신이야기는 섬뜩함이 주를 이루었다면 봉천동 귀신들은 충격적인 미장센을 더 한 요즘 공포물에 맞는 귀신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적나라하지만 그만큼 공포감도 큰 귀신들이다.

진짜 귀신은 있는지 몰라도 우리 주변엔 귀신이 가득하다.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귀신부터 마음씨 고운 착한 귀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친숙한 귀신을 없다고 하기에도, 있다고 하기에도 어렵다. 하지만 예술은 허구에 기반을 두지만 그 속에는 진실이 담겨져 있지 않던가, 그들의 존재 여부보다는 귀신들이 무엇을 은유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귀신, 진짜로 있기나 하는 거야? - 물리학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간 날, 밤이 깊어갈 때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는 바로 누군가 불을 끄며 ‘누가 무서운 얘기 좀’ 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심약한 친구는 귀를 막고 이불을 덮고 자는 척을 시작하며, 누군가의 눈은 더 말똥말똥. 그리고서는 귀신 이야기가 시작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귀신 얘기에 우리는 서늘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우리들 중 아무도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단언하지 못한다.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그야말로 ‘미지의 대상’인 것이다.

과학으로, 즉 인간의 이성으로 귀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귀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것에 대해 더 이상 공포스럽게 여길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기껏 벌레 정도의 위협만을 줄 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물질의 이치를 다루는 물리학에서 아직까지 귀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것. 귀신이 있다고 증명할 방법도 없지만,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지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양자역학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E=mc²라는 공식으로 유명한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의 한 축을 이루는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뉴턴 역학)의 예측과 맞지 않는 실험 결과들(흑체 복사*, 광전 효과**, 컴프턴 효과*** 등)이 발견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C 말 물리학계는 뉴턴, 맥스웰 등의 이론으로 인해 세상을 인간의 이성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상태였고,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이며 기계적인 세계관이 유행하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으며 ‘물리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도 나돌았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결정론적인 고전물리학의 특성을 부정한다. 양자역학의 세계관은 비결정론이며, 여러 가지의 가능성이 혼재하고 있는 확률의 세계다. 양자역학의 이론인 광양자설에 따르면 빛은 파동이지만 입자이기도 하다. 물질파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입자는 파동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정통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은 모든 것을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고 단언한다. 물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물체를 변화시키지 않고 인식하기란 불가능하며, 우주는 서로서로 얽혀 있고 객관적 실체란 것은 애시당초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 역시 확률의 변화는 인간이 알 수 있으나, 확률의 중첩에 의해 존재 상태가 결정될 뿐 일상의 개념으로 인간이 예측하거나 기술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귀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지만 귀신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 이것도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 세계관을 담고 있는 귀신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라고 볼 수 있다. 귀신이라는 것을 고전물리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실체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에너지가 어느 관측의 순간에 우연히 ‘귀신’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관측된 것일 수도 있기는 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증가능성도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인 귀신은 물리학의 연구되상도 못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차피 허무한 결론이라고? 뭐,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게 '양자역학적'인 세계관이기도 하고 말이다.

 

* 흑체 복사: 모든 전자기를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를 흑체라 하는데, 흑체 역시 자신의 온도에 맞게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복사’ 현상을 일으킨다. 고전물리학의 예측에 따르면 흑체에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고전물리학, 뉴턴의 세계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물리학자들이 갖게 한 중요한 전환이었다.
** 광전 효과: 금속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으로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데, 빛을 파동으로 보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다.
*** 컴프턴 효과: 전자에 빛을 비추면 빛이 당구공처럼 행동하는 현상으로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데, 빛을 파동으로 보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