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과거사 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또 다른 과거사를 두고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故) 김지태씨 유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가도를 위한 준비 차원으로 보이지만 세월이 가며 잊혀가고 묵혀있던 문제인 만큼 긍정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정수장학회는 독재정권의 잔재로 진즉에 해결됐어야 할 문제였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은 부일장학회다. 부산지역 유명한 기업이었던 고 김지태씨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없는 유능한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지만 1962년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강탈당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일장학회의 재산 포기는 헌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2004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잇따라 “중앙정보부 관계자 등이 김지태씨에게서 재산을 헌납받은 것은 국가의 강압에 의한 행위였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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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적인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김씨 유족이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 소송은 1심에서 기각됐고 김씨 유족의 권한도 행사 기한을 넘겼기 때문에 법적으로 해결하기 힘들었다. 결국, 김씨 유족이 바라는 ‘명예회복’이나 ‘보상’을 위해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씨 유족 측에 박 전 위원장의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의원도 4일 “정수장학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간다”고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정수장학회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가야 한다. 그저 김씨 유족에게 돈 몇 푼을 주고 어영부영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대선 과정을 위해 해결할 단순한 문제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과거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일 군사협정의 결과가 그것을 보여준다. 그간 김씨 유족이 받았던 정신적, 물리적 고통을 보상하고 확실한 사과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계기를 통해 그동안 모호했던 독재정권에 대한 평가도 다시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선을 준비하는 박 전 위원장에게도, 박 전위원장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도 이로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