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7시 30분쯤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소식이 없던 한아름(10)양. 한 양의 아버지는 딸이 귀가하지 않자 오후 10시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일대를 수색했지만 한 양을 찾지 못했다. 유일한 단서였던 한 양의 휴대폰에서도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수색에 성과가 없자 19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한 양이 실종된 지 일주일째 되던 22일 통영의 한 야산에서 한 양은 숨진 채 발견되었고 용의자는 붙잡혔다.
 

이웃주민이 성폭행에서 살인까지

한 양이 학교에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중, 학교까지 태워주겠다는 이웃동네 아저씨인 김씨(44)의 차에 올라탔다. 김 씨와 한 양은 길 건너에 살고 있어 평소에도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리고 사건 이전에도 김 씨는 가끔씩 한 양을 학교에 태워주기도 했다. 이 점으로 보아 한 양이 의심 없이 김 씨의 차에 오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종 당일 날, 한 양을 학교가 아닌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 했고 이에 반항하는 한 양을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하였다.

일명 ‘통영 살인사건’인 이 사건은 전형적인 아동 성범죄의 전형이다. 아동 성범죄는 주로 이웃, 친인척 등의 아는 사람들에 의해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용의자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한 후 한 양을 목격했다며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나는 범인이 아닌 목격자일 뿐이다.’라는 의도를 갖고 인터뷰를 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도 성범죄자알림e도 소용없나?

통영 살인사건이 이웃주민의 범행으로 알려진 이후 ‘성범죄자 알림이’ 사이트는 검색어 1위를 하면서 사이트의 접속이 마비됐다. 성범죄자 알림이는 성범죄자들의 사진, 이름, 나이 등을 열람할 수 있다. 통영 살인사건 용의자 김 씨는 2005년도에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중상을 입혀 4년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왜 몰랐고, 성범죄자 알림이에 김 씨는 나오지 않는 걸까?

주변인들이 몰랐던 이유에는 전자발찌 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턱없는 인력을 채우기 위해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도구가 전자발찌(신세대 족쇄)이다. 2005년에 처음으로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에게 부착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성인 대상 범죄자였던 김 씨는 전자발찌 제도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 씨의 전과를 마을 주민 몇몇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성범죄자 알림이에 김 씨가 나오지 않는 것은 범죄자의 인권 침해 때문이다. 성범죄자 정보공개는 법무부(성인 대상 범죄자), 여성 가족부(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자)에서 관리하고 있다. 관리기관에 따르면 김 씨의 2005년도 전과는 법무부 관리이다. 하지만 범죄자 인권 침해 문제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2010년 이후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 알림이에 김 씨의 신상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김 씨는 그저 3개월에 1번 경찰이 동향을 파악하는 단순 우범자 관리대상에 포함됐을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그만

경찰청장은 “현재 대책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과거의 유명한 두 가지 사건 후에도 들은 말이었다. 첫 번째 사건은 2008년에 일어난 ‘김길태 사건’이다. 여중생을 강간 후 살인한 김길태는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여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이 사건 후에도 경찰은 보완하겠다, 강화하겠다 등의 말을 하였다. 두 번째 사건은 2년 후인 2010년에 일어난 ‘조두순 사건’이다.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조두순은 아동성폭행에 대한 법률 위반 최고형인 12년형을 받았다. 그 이후로 아동 성폭행에 대한 법률이 새로 개정되는 등의 노력을 하였지만 똑같이 2년 후 통영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경찰은 보완하겠다, 대책을 마련하겠다 등의 말을 내놓고 있다. 부족한 점을 못 찾는 것일까 아니면 찾아도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성폭행은 살인, 강도, 방화와 함께 4대 강력 범죄에 속하지만 무조건 처벌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고소(친고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합의가 된다면 가해자는 형사 처분을 받지 않고 무죄가 된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 중에서는 돈 주고 해결하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성범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한국은 술에 너그러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술 때문에 순간의 충동으로 했다, 딱 한 번 저지른 잘못이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 등의 말을 하며 우는 가해자에게 1심, 2심, 3심이 갈수록 형량은 줄어든다. 그 결과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성폭력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고작 1.2% 뿐이다.


근래의 성범죄는 성범죄 대상에 대한 나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고(아동 성범죄율 증가) 그에 대한 수법도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그리고 성범죄의 경우는 재발률이 64%에 이른다.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는 12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다른 나라는 어떨까? 폴란드의 경우 2009년부터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화학적 거세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에게 최소 25년형을 선고하고 평생 전자발찌로 감시를 받게 된다. 또한 12살 이하의 아동을 성폭행한 경우에는 가석방 없이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아동 성범죄자가 형량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게 되면 주소, 일자리 등의 정보를 모두 고지(특정 상대에게 일정 사실 알리는 일)하고 공개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처벌을 보면 우리나라와 비교해 강한 처벌을 하고 있다. 4대 범죄 중 하나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법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은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단순히 양형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성범죄자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처벌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