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취미’라는 주제를 던졌을 때 딱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보자. 영화 감상, 웹툰 보기, 드라마 시청, 공연 관람, 음악 듣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던 한 가지 취미가 더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감상이다. 일본 문화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젊은 층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매니아층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왔다. 매달 열리는 코믹월드만 (아마추어 애니·만화 동호회들의 행사)가보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Q. 먼저 노리라는 예명의 유래가 궁금하다. 왜 노리인가?
Q. 초콜릿파우더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다른 밴드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Q. 곡에 맞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이야기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Q. 한 곡당 한 명의 캐릭터가 있나
Q. 컨셉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 같다. 그런데 캐릭터까지 밴드 멤버들이 전부 만들기는 힘들지 않나?
공연중.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노리씨의 모습
애니메이션 음악,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Q. 어떤 계기로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밴드를 만들게 되었나?
2010년 10월에 만들었으니 만든지는 2년 정도 됐다. 고등학교때는 동인게임 제작팀에 있었고, 대학교 들어와서는 밴드 음악을 했다. 음악을 하다 보니까 고등학교 시절 경험이 떠오르고, 동인아마추어 제작팀과 연계활동을 한다든가, 애니메이션 음악을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인 음악 팀들은 많이 있지만 밴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팀은 없었기 때문에 밴드 음악을 하는 게 괜찮겠다 싶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단순히 음악만 했던 분들은 없고, 고등학교 시절에 다들 나처럼 동인 게임팀에서 활동을 한 경우가 많았다.
Q. 아까부터 ‘동인’이라는 말을 쓰고, 실제로 블로그에도 ‘동인계 인디밴드’라고 소개글을 써놓았다. 여기에서 동인의 구체적인 뜻이 무엇인가?
동인은 쉽게 말하면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차창작이나 서브컬쳐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팀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 창작 집단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다. 아까 말한 동인게임 제작에 대해서 말하자면 단순히 미소녀 많이 나오는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RPG, 시물레이션, 비주얼노벨등 각 팀마다 만드는 장르가 다르다.
Q. 그나저나 애니메이션 음악이라고 하면 딱히 장르를 모르겠다. 초콜릿파우더의 음악 장르는 무엇인가?
장르라고 하면 딱히 규정짓기 힘들고... 컨셉자체는 있다. 기본적으로 락음악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드럼 리듬이라든가, 신디사이저의 사용은 전자음악이나 팝에서 많이 차용한다. 덥스텝 같은 과도하게 신디사이징 들어가는 스타일도 구사하고, 드럼은 하우스나 코어 계열처럼 리듬을 복잡하게 쪼갠다든가... 이 쪽 음악이 장르 크로스 오버가 많이 된다. 어떤 한 장르를 추구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Q. 애니메이션 음악의 매력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나?
장르를 종잡을 수 없는 게 매력이다. 일반적인 구성에서 많이 벗어나있고,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이 혼용되고, 화성의 전개도 특이하다. 그런 곡들을 들으면서 만드는 사람이 실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Q. 밴드를 하면서, 동시에 아이들 가르치는 일까지 투잡을 한다고 들었다. 힘들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직장에 안다니고, 다른 경제활동을 안 하면서 밴드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투잡을 하는 것보다, 돈을 못 벌면서 음악을 하는 게 더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면서 가야하지 않겠나. 투잡을 하다가 밴드일이 궤도에 올라서, 밴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모르겠으나, 아직은 전혀 그런 때가 아니다.
Q. 그래도 이쪽 동인계 음악 밴드들은 은근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공연 영상 보면 항상 사람이 가득 차있던데
초콜릿파우더 자작곡 너에게 PV 여주인공 '유나' ⓒ 초콜릿파우더 블로그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살려야
Q. 그 매니악한 부분이 대중들에게 희화화 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이 심한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애니메이션을 어린아이들의 컨텐츠로 인식하는 부분이다. 투니버스 같은 경우에도 요즘은 아예 아동용 채널로 전락했다. 사실은 어른들도 볼 수 있고, 영화와 마찬가지로 감독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 아닌가.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은 환경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하고, 가이나스나 에반게리온 등에도 문명의 이기에 따른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그냥 애니메이션을 어린아이들의 문화로 쉽게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어른들이 좋아한다면, 가십거리로만 여기고 우습게 본다. 이러한 부분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또 하나는 언론에서 애니메이션 매니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애니메이션 매니아를 자꾸 ‘특정한 캐릭터에 빠져있는 사람들’인 양 묘사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컨텐츠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캐릭터가 아니라 세계관이나 기타 다른 부분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사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더 끌어야 하니까,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는 것 같다.
사실 귀여움을 강조하고,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이런 외향적인 것만 초점을 맞추고 나오는 작품이 많이 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캐릭터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게 애니메이션 문화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에 열광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Q. ‘다양성을 존중해라’라는 말이 한 때 유행하지 않았나. 그 말이 소위 ‘덕후’들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쓰이기도 했지만 원론적으로 맞는 말 같다.
사회가 여전히 획일화 되어있다. 요즘 20대 대학생들조차 비슷한 목표를 갖는 경우가 많다. 개인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사회는 아직까지도 그러한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Q. 20대들은 어쩔 수 없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되려고 획일화 된다. 안쓰럽지 않나
그래서 초콜릿파우더의 음악으로 청년문제를 겪고 있는 20대들을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악이 거창하게 엄청난 변화를 주기 보다는, 그냥 노래 하나, 가사 한마디가 그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을 주거나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초콜릿파우더의 목표는 무엇인가
공연을 할 때 관객이랑 호흡하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거울 지 생각하면서 신나게 곡을 만들고 싶다.물론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즐겁게 활동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쭉 우리 멤버들이 다 같이 만족을 할 수 있고, 관객들도 만족을 할 수 있는 음악이나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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