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리플리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 여성이 한 남성의 아내로 종속돼야만 할까? 자신의 주체성을 다른 곳에 발휘할 수는 없을까? 장미리의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았다면 그는 송유현과 결혼했을 테고 장미리 개인이 아닌 재벌 2세의 아내로 남았을 것이다.(중략)  미스리플리라는 제목은 거짓말을 계속 하다 결국은 그 속에 살게 되는 리플리증후군과 아가씨를 뜻하는 여성을 뜻하는 미스를 합친 단어다. 그러나 남성에게 종속되는 순간 미스는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미세스리플리가 되는 것이다. 기획의도가 진부한 로맨스에 있었다면 미스리플리보단 미세스리플리가 더 적절한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 ‘미스리플리? 미세스리플리!’ 중에서

아직도 TV에는 이와 비슷한 드라마들이 등장한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실제 사회의 모습도 이와 닮았다. 출산,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을 하면 복직하기 어렵다는,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이 들린다. 문제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이지만 올라갈 수 없다는 유리천장은 공고하기만 하다. 숙명여대 여성학과 폐지나 여성학과과 축소는 이런 불평등의 움직임을 거역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백목련 씨를 만났다.

백목련 씨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성교육 센터 ‘아하’에서 초·중·고등학생의 성교육을 하고 있다. 목련 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감추려하거나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성교육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Q. 성교육을 어떻게 시작했어요?

원래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 어릴 때 구성애 씨가 TV에 나와서 성교육을 했었잖아요. 그 이후에도 호기심이 많아서 성교육 책을 사게 됐어요. 마침 인터넷 서점이 생길 때였죠. 처음 봤던 책이 독일에서 나온 <당당한 나, 아름다운 섹스>였어요. 주변에 알려 줄 사람이 없으니까 혼자 공부하게 된 거죠. 나이가 많아지니까 생리나 성경험에 대해서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좋은 상담사가 될 수 있었죠. 

공부를 하다보면 연구계획서를 써야 하는데 성교육을 주제로 쓰게 됐죠. 성교육은 아름답고 일상적이고 배워야 한다는 것까진 구성애 씨가 했는데요. 성교육을 할 때 자신의 남성의 성을 일상적으로 얘기했다면 여성의 성은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이런 담론을 바꿔보고 싶어서 연구계획서를 썼고 지도선생님이 서울시에 있는 성교육기관 ‘아하’를 소개해주셨어요.

아하 센터 성교육 워크숍 현장



Q. 성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처음엔 제가 성지식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10대들을 만나 교육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학교에서 오거나 단체에서 오기도 하는데 학생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어려워요. 처음에는 나이가 젊으니까 점수를 좀 얻었는데 꼰대로 찍히니까 힘들었어요. 잠도 많이 못자고. 가르치려 들거나 정정해주려 들면 안된다 하더라고요. 다행히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공사를 해 쉬었고 재정비를 하게 됐죠. 개그 프로그램도 보고 인터넷도 하면서 아이들이 쓰는 용어도 배웠어요. 프로그램도 있어서 거기에 따라가니까 조금은 쉬워지더라고요.


Q. 어떻게 교육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먼저 남녀를 섞을지 말지 고민을 해요. 소수거나 친할 때는 섞고 그렇지 않을 땐 나눠서 하죠. 5개 정도의 워크시트가 있어요. 하나는 남성은 성경험이 장점이 되는데 여자는 왜 단점이 되는지, 다른 하나는 스킨십에 대한 거요. 연애에 대한 것도 있고 지금 섹스해도 되는지 피임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같은 것도 있어요. 조를 나눠서 돌아가면서 대화를 하게 해요. 예전에 또래들이 했던 질문을 줘요. 

지금 성경험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와요. 그러면 피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죠. 연애 마인드맵도 그리게 해요. 아무래도 저학년들은 상상력이 부족해요. TV에 나오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 뭘 해야 할지, 감정에 어떤 변화에 생길지 고민을 하게해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면서 정상, 비정상이 있는 게 아니라고 얘기하죠.


Q. 우리나라 성교육의 문제점은 없을까요?

많죠. 섹스하면 빨리 죽는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있고.


Q. 매스미디어에서 비추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방송 통제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사실 연예인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또 현아 같은 연예인이 야한 옷차림을 입고 나오면 따라한다고 규제하곤 하죠. 하지만 아이들도 자기들만의 개념을 갖고 있어요. 술을 마시거나 담배 피는 것을 일탈이라 규정하기도 하고.


Q. 야동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저도 좋지 않은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센터에 계시는 선생님이 꼭 그렇게만 볼 게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 제대로 된 야동은 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해요. 물론 아동포르노는 규제하는게 맞는 거지만요.


Q. 성교육을 하는데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끝내줘야 해요.(웃음) 그 이후로는 아이들 집중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비교적 젊은 나이다 보니까 남학생들에겐 “이런 게 좋더라”, “이런 게 싫더라”하는 게 통하더라고요. 피임 안 하는 남자는 싫다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죠.
 
 


중간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둘 모두 화장실에 다녀왔다. 좁지 않은 카페임에도 남자 화장실이 없었다. 남자화장실은 카페를 나가떨어진 출구를 통해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었다. 추운 날씨여서 벌벌 떨기까지 했다. 여자화장실만 있는 카페는 여기뿐만이 아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역차별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목련 씨와 여성학과 여성가족부, 남성연대, 역차별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가진 이유다.


Q. 여성학은 어떻게 공부하게 됐어요?

원래는 여성학을 싫어했어요. 5만원권 나올 때 난리였잖아요. 그 외에는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로 비춰져서요. 1학년 때 제 머리가 엄청 짧았거든요. 남자들은 형이라 부르고, 선배들은 “쟤는 남자 같아서 혼자 다닌다”라고 하고.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 ‘섹스와 섹슈얼리티’ 수업을 듣게 됐어요. 방학 때 여성학 책을 읽고 그 이후에 여성학개론 수업을 듣게 됐죠.


Q.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하고 있나요?

과거엔 여성을 재의미화 하는 게 필요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여성 집단을 동일화 하고 백인중산층 여성에 대한 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강화돼왔는데 흑인 페미니스트나 레즈비언 같은 소수 집단은 그렇지 않죠. 누굴 어디까지 여성으로 볼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차이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지금도 그래요. 아직 공부할 게 더 많아요.
 


Q. 그러면 소수 여성 집단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 됐을까요?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요. 결혼이주여성 문제 같은. 주류 문제에 파묻히는 거죠. 


Q. 계급문제가 해결되면 양성평등도 실현된다는 마르크스페미니즘 같은 이론은 폐기됐죠?

그렇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사람 생각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Q. 현존 하는 여성 문제 중 가장 큰 건 뭐라 생각해요?

여성혐오요. 성폭력 사건도 여성혐오 사건이라 볼 수 있어요. 성폭력은 성욕 때문에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많은 영향을 미쳐요. ○○녀의 유행이나 일베 같은 곳에서의 여성 혐오도 같은 맥락이고요. 여성 간의 여성혐오도 매우 심해요. 시어머니, 시누이, 며느리들이 서로 헐뜯는 것처럼요.


Q. 여성혐오 때문만은 아니잖아요.

복합적인 거죠. 지하철에서 애완견이 똥을 쌌는데 그냥 사라졌던 사건 있죠. 주인이 남자였으면 안 그랬을 거예요. 특정 여성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여성 전체를 일반화시키는 거잖아요.


Q. 언론에서 다루는 방식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를 여성이 일으키면 그 직업 앞이나 단어 뒤에 ‘여’가 붙어요. 벤츠 여검사처럼.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서 횡령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직원이 남성이면 ○○기업 횡령사건일텐데 여성이라면 ○○기업 여직원 횡령사건이 되겠죠.


Q. 여성의 여성혐오는 왜 나타날까요?

예를 들어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잔데 자본가라 착각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투표하는 것만 봐도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찍는 일이 많고요. 이처럼 가부장제 아래에선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버지, 어머니처럼 각자 역할을 맡게 되고 남성중심적 의식을 내면화하는 거죠.


Q. 한국 사회의 ‘남자는 이래야 돼’, ‘여자는 이래야 돼’ 같은 편견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걸 느꼈었어요. 양성평등이 공론화되고 발전할 때는 커리어우먼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러다 ‘내조의 여왕’ 같은 드라마가 등장했어요. 커리어우먼인 선우선은 불행하고 전업주부인 김남주는 행복한 이야기죠. 거기 나오는 대부분 여성은 직업이 없고 주체성도 없어요, 남편이나 자녀에게 자신을 투영하죠. 쇠락하는 전통 남성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현된 거라 생각했어요.


Q. 여성문제에 대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책임이나 고쳐야 할 점은 뭔가요? 예를 들면 마초근성처럼.

사실 모두가 마초에요. 덜 마초냐 더 마초냐의 차이지. 저도 마초거든요. 굳이 남성에 한정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Q. 사실 여성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개개인이 바꿔야 할 점은 없을까요?

여성문제를 문제라 생각하는 거예요. 비슷한 종류로 성폭력은 예전엔 남의 문제로 인식됐잖아요? 된장녀 관념이 그렇죠. 된장녀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같은 ‘공식’이 생기게 되는데 100%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만들어내는 이미지 자체가 ‘허구’인거죠.


Q. 취업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생리휴가를 꼭 금요일에 쓴다’는 비판처럼.

사실 생리휴가의 취지는 생리할 때 몸이 심하게 아픈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에요. 생리휴가가 문제가 된 이유는 다른 휴가들을 마음껏 쓸 수 없으니까 생리휴가라도 무의식적으로 쓰게 되는 거죠. 휴가제도가 잘 돼있으면 생리휴가를 오용하는 일도 없어지겠죠. 여학생휴게실도 마찬가지에요. 여학생이 아무 데서나 잤을 때 성추행을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일이 없으면 여학생휴게실이 따로 필요 없겠죠.

취업은 제가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사실 좋은 차별을 받고 살아 왔을 거예요. 여성이라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막상 취업 전선에 뛰어 들면 남성들에게 밀리고, 취업 가능한 연령대도 짧고. 학교 커뮤니티에도 한달에 한두번쯤은 그런 종류의 글이 올라와요. 너무 구조적이라 남자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죠. 면접에서 “저 대신 여자를 뽑아주십시오”라고 할 순 없잖아요.


Q. 생리휴가 문제를 제기한 기업 간부가 여성이었던 건 아시죠? 여성이 이 정도까지 올라가려면 젠더(Gender)차원에서 남성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연구결과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을 여자마초라 부르죠. 그 사람들은 여성들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라 하면서 거기까지 올라간 거죠.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해요. 언제나 도전과 비판에 직면해야 되니까. 그 사람이 생리휴가가 필요하다 했으면 ‘이래서 여자는 안 돼’라는 소릴 들으면서 출세하지 못했겠죠.

조모임 관련해서도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요.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낮다고. 그런데 조모임이 고학번 위주로 돌아가잖아요. 남성들은 군대갔다오면 나이도 많고 조장도 도맡아하고. 여성들이 끼기 힘든 구조인거죠. 어차피 조모임은 다 같이 열심히 하는 경우가 드물고 누가 하면 하고, 안 하면 내가 하고 그렇죠.


Q. 그럼 구조적으론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여성학을 공부해야죠.(웃음)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교육자나 법조인, 행정가의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일인 것 같아요. 노래방 도우미 여성이 2차를 거부해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성의 취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집행유예로 풀려났어요. 도우미 여성을 보호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거죠. 저 같은 일반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런 판결은 안 나왔을 거라 생각해요. 수사 과정에도 섹스 경험을 묻거나 ‘너도 즐겼지 않냐’고 묻는 등 2차 가해도 발생하고요. 법조인들은 원래 젠더 감수성 교육을 받는데 시간만 때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Q. 역차별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역차별이란 개념 자체가 좀 이상하다 봐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녀차별이 여성에게만 존재한다고 보는 건지. 남학생 휴게실이 없는 건 그냥 차별이죠. 역차별이 아니라. 역차별이란 얘기는 그건 밥그릇을 뺏긴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거예요.

 
Q. 역차별 주장의 대표적인 예가 군대일 것 같은데.

네. 그런데 군대는 제도의 문제에요. 남성만 군대를 가는 걸 따지고 싶으면 국방부에 가서 따져야죠.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나 여성부에 따지는 게 아니라. 특권층의 병역기피는 가만히 있으면서 만만한 연예인이나 여성에게 뭐라 해서는 안 되는 거라 생각해요. 분노의 방향이 잘못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집단들은 따로 있겠죠.


Q. 군가산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반대해요. 예를 들어 제 동생이 군대에 갔다 왔는데 국가고시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해요. 지금도 있는 호봉 인정 같은 방법도 있잖아요. 남자는 군대를 가야하고 여자는 출산을 해야 한다는 도식을 깨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Q. 남성연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웃음) 저는 너무 웃긴 게요. 남성연대는 여성부를 페미니스트단체라 하잖아요. 여성부는 사실 페미니스트들한테 애증의 존재에요. 여성부 밑에는 성폭력상담소 같은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부서가 있어요. 분명 도움이 되는 기관이죠. 그런데 젠더 감수성 측면에선 도움이 별로 안되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 공무원이거든요. NGO에 있던 분들은 한계를 깨닫고 이미 나온 상태에요.


Q. 여성부가 폐지되면 남성연대도 해체할 거라 하던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여성부는 페미니스트집단이 아닌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허울일 뿐인데. 언제든 없어 질 수 있는 곳이잖아요. 존재이유가 여성부를 없애기만을 위한 거라면 너무 평범하지 않나요? 남성연대는 남성의 위기의식을 비논리로 담아낸 아주 귀여운 단체?


Q.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근혜 후보가 여성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여성은 맞아요. 그런데 다른 정치인도 마찬가지잖아요. 특권층들이고. 왜 하필 박근혜만 비판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박근혜의 꼬투리를 잡으려면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다’가 아닌 여성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집단이고 ‘왜 박근혜가 여성을 대표하냐’고 주장했어야죠. 황상민 교수의 “박근혜는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말은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거예요. 애를 낳아봤냐 키워봤냐고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나요?


Q. 숙명여대에서 여성학과가 폐지됐잖아요. 이런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사실 우리 학교도 제가 마지막 졸업생일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여성학이 여권 신장에 큰 역할을 못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숙대 여성학과가 폐지된 이유는 학생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차별이 줄어들었는데 여성학과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주장에 따른 것이기도 해요. 숙대 총장이 했던 말이죠. 우리 학교 여성학과는 다른 학과에 차별을 당하고 있어요. 원래 없던 연구실이 공사를 하면서 어렵게 생겼지만 교수 연구실만한 규모에 불과해요. 이화여대와 성공회대로 쏠리는 경향도 크고요.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대의를 위해 뭘 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요. 여성학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경제적 문제가 없으면 ‘아하’같은 기관이나 시민단체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곳은 하는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어요. 이건 기관의 문제만은 아니죠. 분명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데 경제적 이익을 생산해내지 않는다 해서 빈약한 대우를 받는 건 옳지 않잖아요. 차기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 힘을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임금은 줘야죠. 이런 차원의 지원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