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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사업수성의료지구 간선도로 건설사업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목포대교 CCTV 설치 사업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언뜻 보기엔 단순히 지역 사업 목록을 나열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들 사업은 모두 올 2013년 국가예산안에 반영된 사업들이다


올 2013년 예산안에는 복지정책 관련 예산이 대폭 확대되었다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부문의 예산들을 여럿 삭감함으로써복지정책으로 인해 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아직도 이번 예산안 배정에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특히 국가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SOC(Social Overhead Capital: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많이 배정된 점이 가장 논란거리다. 여기에는 지자체이익단체공공기관 등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보낸 소위 쪽지가 위력을 발휘하였는데, 이 쪽지에는 지자체 등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부탁하는 요구사항이나 민원 등이 적혀 있다. 올해 이러한 쪽지의 수는 4500건이 넘어, 예년의 2000~3000건에 비해 훨씬 증가했다.
 

쪽지를 반영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로 넘기고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쪽지예산'이 추가로 할당되었기 때문이다. 쪽지예산이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자체․이익단체 등에서 보낸 쪽지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막판에 반영된 예산을 말한다. 주로 새누리당민주통합당에서 유력한 위치에 오른 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을 국가예산안에 끼워 넣었다실제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 지역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지역구가 속해 있으며수성의료지구 간선도로 건설사업이 진행될 대구 수성구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목포대교 CCTV 역시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목포시의 사업이다위에서 언급한 사업 외에도 이번에 국가예산에 반영된 지역사업들이 더 있다. 이들 지역사업들은 당초 정부의 예산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복지정책의 확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 증액과 전체 예산 대비 복지정책 예산의 비율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불필요한 부분의 예산을 제대로 감축하는 게 첫째다그러나 이번 예산안에서는 그 첫 번째 단계마저도 실패했다지역의 사업은 일차적으로 지자체의 예산을 통해 해결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쪽지'를 통해 새로이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들은 모두 정부의 원래 예산안에 없었으므로 지역 예산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마저 어겼다이렇게 국가예산에 반영된 지역구 사업의 예산을 모두 합하면 무려 1 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5000여 억원 늘어난 수치다. 오죽하면 자신들도 지나친 쪽지예산의 반영이 외부로 드러나는 걸 꺼려 평소 예산심의를 하던 곳(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이 아닌 여의도의 호텔방에서 예산심의를 했겠는가. 심지어 예결위원인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국가 예산을 다루는 분들이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도가 심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예산은 충분히 증액되지 못하거나오히려 삭감되었다대표적인 사례가 의료급여 미지급금 예산의 삭감이다의료급여 미지급금 예산은 국가가 의료급여 환자들을 치료한 병원들에 지급할 예산이다의료급여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156만 명은 병원 진료비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이 때 저소득층들이 내지 않은 진료비는 국가가 대신 지급한다그런데 그 돈이 올해 2224억 원이나 삭감되었다작년 예산의 45%에 달하는 비율이 삭감된 것이다이렇게 되면 당연히 병원은 의료급여 환자들을 진료하기 꺼리게 될 것이다자칫하면 국가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비슷한 사례로 양육시설 아동급식 지원비가 있다양육시설 아동급식 지원비는 올해 끼니당 1520원으로 100원 올랐다그러나 끼니당 1520원으로 살 수 있는 재료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이러다 보니 이들 시설이 아이들에게 지급하는 급식은 심각할 정도로 부실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당시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구태정치로부터의 탈피를 외치며 뼈를 깎는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국민들에게 다짐했다그러나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벌써 이러한 다짐이 흐지부지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지역구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안 반영은 예전부터 계속된 대표적인 구태정치 중 하나이다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실행될 것처럼 보였던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도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오히려 국회의원 연금으로 쓰일 128억 7600만원이 원안대로 통과되었다당장이라도 구태정치를 타파할 것처럼 보이던 패기는 저 멀리 사라졌다선거가 끝나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지난 대선에 후보로 나서 청렴한 정치를 주장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이에 대해 선거가 끝나자마자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실제로 국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 “이래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국회의원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작년,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를 중심으로 크게 일어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선거가 끝나니 이전의 안일한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SOC(Social Overhead Capital):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의미로,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의미한다. 도로, 항만, 철도 등의 시설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