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본명 정지훈)’와 ‘김태희’. 두 스타의 열애 인정으로 새해 첫 연예인 커플 탄생 소식이 인터넷을 후끈 달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논란이 불거졌다. 군 특혜 문제다. 현역 복무 중인 비가 휴가를 나와 자주 김태희와 연애를 즐겼다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비가 ‘연예 병사’이며, 일반 병사보다 휴가 일수가 많다는 데에 불만의 여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것이다. 현역 군인이 공적 목적의 외출을 사적 용도로 썼다는 데에 대해서도 비난의 눈총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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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병사의 정식 명칭은 ‘국방홍보지원대’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공인으로 활동하던 연예인들은 국방부 소속 기관인 국방홍보원에 대부분 연예병사로 선발되어 공연이나 방송 제작 등 기존의 특기를 계속 활용한다. 평소에는 국방홍보원으로 출근하여 홍보지원대 업무인 국군 TV, 국방 FM 등에 출연하거나 위문열차 공연 등을 하며 야간작업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들은 훈련 일정에 따라 사격, 유격, 혹한기 훈련 등 군인으로서 기본 훈련을 동일하게 받는다고 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연예병을 다양한 복무형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운전병, 취사병, 행정병처럼 군이라는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일종인 것이다.

비가 비난을 받고 있는 일차적인 이유는 그가 연예병사로 복무한 300일 동안 71일의 휴가와 외박을 썼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나흘에 한 번 휴가를 나온 셈이 된다. 그런데 이 중 업무상 외박이 44일로, 앞서 말한 국방홍보원의 각종 행사 및 출연 업무를 본 엄연한 ‘출장’이다. 따라서 나머지 27일이 외박 ‘휴가’에 해당한다. 일반 병사보다 겨우 며칠 많은 수준이다.

사실 휴가 일수가 법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지휘관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이 휴가 일수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를 제쳐두고라도, 또 다른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의 ‘업무 수행’이 그리 힘든 것이냐는 비난이다. 일반 병사들은 힘든 노역 작업에 자주 동원되고 열악한 내무반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외부와도 단절되어 있다. 또한 군 생활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어 기존의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 데다, 힘들게 복무하고 한 달 받는 돈도 고작 10만원 남짓이다. 최전방이나 위험 지대에서 근무를 서는 병사들도 있으니, 이들에게 자유로이 출퇴근하고, 일도 쉬워 보이는 연예병사들이 당연히 밉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 며칠의 보너스 식 포상 휴가와, 추가 노역 작업에 덜 동원되고, 훈련도 덜 받는 것처럼 보이는 연예병사를 얄미워하는 일반병사 입장이 되어보자.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면, ‘특혜’라며 비난하는 그들은 사실상 병영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군 복무의 형평성은 이른바 ‘특혜’를 줄이는 것보다, 전체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에 있다. 연예 병사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보다는 군내의 전반적인 복지를 증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이유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군 당국은 비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사적 용도로 사용한 공적 휴가나 복무규정 위반 등 여타 문제를 엄격하게 따지면 규정 위반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연예병은 연예병으로서 홍보라는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평소 자신들이 하는 일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일반 병사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겠는가. 아마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더 시급하고 필요한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