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올해 6월, CBS 시사자키로 유명한 김용민 교수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글을 충대신문에 기고했다. 20대의 소극적인 사회 참여를 맹렬히 비판하고 결국 너희에게는 희망이 없다며 20대를 포기하겠다 선언한 글로 당시 포탈에서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내가 지금 너희에게 데모할 것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도리어 만류하는 것이다. 왜냐면, 이미 너희는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너희의 단점, 즉 뒷모습을 이미 이명박이 목격했기에 어설픈 저항했다가는 더 가혹한 보복만 당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삽 들고 안전한 삶의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또 너희가 소화하기 좋은 유일한 충고이다. -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 특별 기고문/충대신문/김용민/2009-06-08
 

    김용민 교수가 정말로 20대를 버리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그의 글처럼 20대에게 일말의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장문의 글을 기고했을까. 격하게 따끔한 충고이긴 하지만 20대에 아직 미련이 남았기에 일침을 가하는 이런 글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드는걸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기분은 왜 드는 걸까.

언론에 비친 20대들의 단상
   
    그러고 보니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기사들 중에서도 읽은 후의 기분이 비슷했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 검색을 통해 찾아 보았다.



    
    기사의 출처는 두개 모두 <경향신문>이다. 첫번째 기사는 과반수의 대학생이 방학동안 취업을 위한 사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사교육을 받는 학생 중 30%가 부모님께 비용을 의존한다는 점이다. 두번째 기사는 서울대학교 수강 신청 대란 당시에 있었던 일로, 한 학부모가 자녀를 대신하여 수강 신청을 하던 중 오류가 생기자 학교에 전화를 하여 불평을 한 사례를 다뤘다. 
     내용과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두 개의 기사는 바람직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기사 속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으려 부모님의 돈으로 학원을 다니고 부모가 대신 수강 신청을 해주는 등 기사로 내보낼 정도로 조금 진상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기사를 보면 나는 역시 좀 기분이 찜찜한 것이다.
     
20대를 향한 어떤 비난들이 조금은 불편한 이유
    
   
우선 이러한 기사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집어내지 못하고 단순히 현상만을 나열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이토록 이십대가 미성숙해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과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현상만을 두고 대학생을 싸잡아 비아냥 거리는 것은 건설적이지 못한 비난에 그칠 뿐이다. 물론 지적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런 식으로 '20대=시대의 몹쓸놈' 식으로 몰아가는 건, 결국 20대를 소외시키고 세대 간의 갈등만 커지게 한다는 지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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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초, daum 아고라에서 벌어진 세대 간의 논쟁 

     
그래도 희망은 우리에게 있다

     20대가 사회 구조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사실이고 또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많은 20대들이 목매고 있는 취업이 사회 구조와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경제 침체기에서 경제 위기의 짐을 나누는 방법은 아주 다양한데 결국 정치 제도에 의해 '누구에게 얼마만큼'이 정해진다.

      예를 들자면, 공기업 신입사원 임금 삭감과 같은 제도적 변화는 20대에게 그 짐을 전가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우리의 권익을 대신 찾아주지 않을 것은 뻔하다. 

      '너희는 너무 늦었다'라고 구박 받지만 아직 희망은 우리에게 있다는 걸 기억하자.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원하는 바는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자. 이런 발언대와 공감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것이 고함20의 취지인만큼 우리 싸이트가 그러한 역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