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쿱(Coop) : 협동조합(Cooperative)의 줄임말

올해 카이스트 축제에는 착한 국밥이 등장했다. 착한 국밥의 정체는, KAIST 생협준비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밥 부스에서 판매하는 육개장이다. KAIST 생협준비위원회 학생들이 식재료 구매부터 조리까지 도맡아 만든 육개장은 축제 기간 3일 동안 500여 그릇이나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착한 국밥 부스는 KAIST 생협준비위원회에서 준비한 모의 생협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구성원 50 여명이 모의 생협의 조합원으로 참가했다. 착한 국밥 부스는 모의 생협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운영됐다. 착한 국밥 부스의 메뉴로 육개장이 선정된 것도, 조합원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착한 국밥 부스를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KAIST 생협준비위원회를 주도하는 학부 총학생회 엄재정 복지국장은 “모의 생협은 학우들이 대학생협의 좋은 취지와 의의를 체험할 수 있는 소규모의 행사”라고 말했다.


KAIST 생협준비위원회는 올해 4월 11일에 출범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한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 설치가 목표다. 구성 인원은 학부생 및 대학원생 12명이다. 현재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대학생협 설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동의를 얻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생협에 대한 정보를 담은 웹자보를 연재하는 중이다. 첫 번째 웹자보에서는 대학생협의 특징과 대학생협이 생긴다면 일어날 변화 등에 대해 소개했다. 두 번째 웹자보는 대학생협의 설립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엄재정 복지국장은 대학생협 설립 시도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낮은 학교 식당 만족도 때문에 대학생협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카이스트 식당의 경우 식당에 학교 보조금이 주어지지 않는데다가, 다른 종합 대학에 비해 식수가 적고 불안정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업체에 식당 운영을 위탁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식당 음식의 가격이나 질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식당 개선을 위해서 비영리 공익법인인 대학생협의 도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KAIST 생협준비위원회는 대학생협에 학내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엄재정 복지국장은 “연세대의 경우 신입생에게 거의 의무적으로 대학생협에 가입하도록 해서, 조합원 수는 많지만 대부분 생협이 뭔지 잘 모른다. 반면,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는 적지만 조합원들이 대학생협의 의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대학생협 주최 행사에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대학생협이 연속성 있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세대 생협은 이화여대 생협에 비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여 최고의 대학생협을 만드는 것이 KAIST 생협준비위원회의 포부다.




축제 마지막 날 착한 국밥 부스의 운영이 끝난 후, 저녁 7시에는 모의 생협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총회는 사업 운영 보고, 잉여금 사용 결정, 생협 다큐멘터리 상영의 식순으로 진행됐다. 총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의 건의로 잉여금 사용 결정은 추후에 온라인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50 여명의 조합원 중 총회에 참가한 인원이 10명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이 날 총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제시한 잉여금 사용 방안을 토의와 투표를 거쳐 5가지로 압축시켰다. 모의 생협에 조합원으로 참가한 박중배 씨는 총회 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잉여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토의를 통해 결정하니,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어 사업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 같다. 또한, 대학생협이 설립된다면 학생들이 자치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카이스트에 대학생협이 설립되기까지는 적어도 2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학교 측이 대학생협 설립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북측 학사 식당의 재계약 시점에 대학생협을 출범시키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사실, 어떻게든 대학생협을 설립하고자 한다면 설립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30인 이상의 발기인회를 구성하고 300인 이상의 설립동의자 그리고 출자금 3000만 원 이상을 모아 창립총회를 개최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생협을 운영하기 위해선 3000만원의 출자금으로는 어림이 없다고 한다. 출자금 확보를 위해 조합원을 너무 많이 모집할 경우에는, 과반수의 조합원이 참석해야 하는 창립총회를 성사시키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협 설립을 위해선 학교 측의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재정 복지국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