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검사들의 향응·성접대 의혹을 보도하면서, 검찰에 대한 여론이 시끄럽다. '떡검'에 이어 '섹검'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연일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의 이미지가 권력의 상층부, 비리의 상징 등 부정적인 측면으로 굳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수목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다.



▲ 검사 프린세스 홈페이지 캡쳐


5주 전부터 시작된 치열한 수목드라마 전쟁 속에서, 시청률로는 가장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많은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타 방송국에서 몇 달에 걸친 홍보를 통해 심혈을 기울여 온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10%가 넘는 시청률과 높은 인기를 지켜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최대한 매력적으로 그려낸 살아 있는 인물들과, 검찰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이용해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와 멜로 라인 전개 등 다른 드라마보다 재미의 우위를 점하는 면이 굉장히 많다.

드라마의 장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인물,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마혜리 검사다. 극중 마혜리는 명품 구두를 구입하기 위해 신임 검사 워크숍에 빠지고, 조직 문화를 무시하고 일이 밀려있어도 칼퇴근을 잊지 않는 '된장녀 스타일'의 부잣집 딸 검사로 그려진다. 하지만 명품을 밝히고 검사 신분과 맞지 않는 화려한 복장을 하는 '된장녀'인 그녀에게는 인간적인 면모가 넘쳐 흐른다.

알고 보면 그녀의 이기적 몸매는 뚱뚱했던 과거 시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피땀어린 다이어트의 결과이며, 그는 자신의 '잘 나지 못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아픔과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명품을 밝히는 '된장녀'이긴 하지만, 인간을 보는 시선과 가치관, 또한 간직하고 있는 속마음은 매우 순수한 어린 아이의 그것을 닮았다. 이러한 그녀의 내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로 인해 우리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다. 김소연의 호연 또한 마혜리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된장스러운 그녀의 겉모습으로 보나,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함을 간직한 그녀의 내면으로 보나 마혜리 검사는 '검찰'이라는 조직과 오묘하게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의 사치스러운 복장은 그녀를 경직된 검찰 조직의 '무채색 옷'을 입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그녀의 성격 역시 조직 문화를 앞세우는 검사들의 문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주변을 부유한다. (검찰 내의 많은 여직원들은 그녀를 질시의 대상으로 삼아 화장실에서 뒷담화를 하기 일쑤고, 같은 부 검사들이 매일 점심을 같이 하는 조직의 전통과 상관 없이, 그녀는 언제나 과일 도시락을 자신의 방에서 혼자 먹곤 한다.)



▲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다이어트 전의 마혜리 검사


이러한 그녀의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마혜리가 가진 비뚤어지지 않은 정직한 눈과 마음은 '마 검사'의 존재 가치를 충분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일의 상대로서만 피해자나 피의자를 대하다가도, 어느새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알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성폭행을 당한 지민이와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알게 되고, 자신 앞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 볼 줄 알게 된다. 아내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낸 불륜 남녀에게는 당장이라도 불타오를 것만 같은 정의감을 품는다. 사람을 색안경끼지 않고 솔직하게 볼 줄 알고, 누군가의 배경을 보기 전에 그 사람 자체를 보고, 보이는 것을 믿을 줄 알고 사랑할 줄 안다. 부킹하는 검사 '부검'이면 어떤가. 그건 프라이버시일 뿐, 적어도 검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녀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검사 프린세스>에 나오는 다른 검사들도 대부분은 마찬가지다. 한정수가 연기하는 윤세준 검사도, 최송현이 연기하는 진정선 검사도 모두 정의를 위해 일하는 곧은 검사이며, 매우 바람직한 검사상이다. 일을 하며 서로에게, 후배인 마혜리 검사에게 읊어대는 말들은 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명구절들이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바람직한 검사들의 캐릭터가, (특히 마혜리의 그것이)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만큼 순수하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강직한 검사들이 더욱 많겠지만) 검찰의 옳지 못한 접대 문화와 너무나도 강력한 검찰의 권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권력에 때묻지 않은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검사 프린세스>는 더더욱 시사적이다. 환상은 환상일 때 아름답다지만, 이번 경우엔 환상이 현실이 좀 됐으면 좋겠다. 마혜리 같은 '순수한' 검사, 현실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