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되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상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만 19세 이상인 성인 남녀 모두에게 평등한 선거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과 개폐 청구권,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 자격이 인정되었고, 대한민국 성인 남녀는 날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이 참정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참정권'은 사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풍경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232개국 가운데 92%가 넘는 215개국이 선거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선거권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16세 청소년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권 연령이 20세 이상인 경우는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청소년의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은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시 15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하여 “왜 선거는 19금인가”라는 피켓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청소년 참정권 운동은 대통령 선거 기간에만 반짝 관심을 받았을 뿐, 10년간 실제 현실 정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해왔다.

“청소년들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서윤수씨의 우려가 현실감을 갖는 시점이다.


ⓒ 고함20


Q. 왜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저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6학년 사회과 수업을 맡고 있는데, 2학기 과정의 정치참여라는 수업을 하는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청소년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언권이 생겨야 되고, 그 발언권을 가지려면 당연히 선거권까지 갖는 게 가장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억압적인 고등학교 체제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어떤 목소리, 인권, 이런 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사회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문제의식으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2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교육의 문제에서, 고등학교의 어떤 억압적인 문화나 서열화 되어 있는 학교 체제에 대한 문제에 당연히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두번째로는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노동에 종사하게 됐을 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알거나 (안다고 해도,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이 엄청 많거든요. 그런 청소년 노동 인권에 대해서도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을 불완전한 존재라고 바라보는 인식들에 대한 변화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기성세대들은 청소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불완전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론 실수도 하겠지만, 그런 실수들이 민주주의의 성장과 훈련에 꼭 필요한 것이거든요. 처음부터 태어나면서부터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실수도 하고, 그걸 바로잡기도 하는. 그런 과정들이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 않는가 싶습니다.

Q. ‘청소년 참정권’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프랑스나 독일 같은 경우에는 사회 교과서의 시민교과라는 과목에서 실제로 노동자 교육이라는 실습을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을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으로 나눠서, 실제로 단체교섭의 모의 실습도 하는데. 한국에도 그런 교육 과정들을 도입한다든지 하는 교육 과정상의 개편들이 필요할 것 같고요.

학교 내에서도 학생이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경기도 같은 곳에서는 일부 인권조례가 됐긴 한데, 사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체벌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하거든요. 그런 현실부터 바꿔내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지 싶습니다.

Q. 그럼 어느 연령대까지 참정권을 부여해야한다고 보시나요?
저는 만으로 따지면 16세, 17세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요. 물론 (학생이라면) 실수도 하겠지만. 충분히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친구들과 함께 민주주의 문화를 배워가고. 그 속에서 나중에 민주시민으로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녹색당의 경우 이번에 9살의 최연소 대의원이 대의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일찍부터 정당 활동 등을 통해 정치를 접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어린 나이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민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요. 원래 학교라는 공간도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경직성이나 여러 가지 보수성으로 인해서 학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탈학교의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고요. 다양한 경험, 그 다양한 경험이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본인도 자녀분이 계신가요? 자녀분과는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이야기해보셨나요?
네. 저희 애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 (저희 애보다는) 학생들과 사회 시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인권조례가 화제가 되기 전부터... 초등학교 애들도 6학년쯤 되면 중학교의 두발제한이나 교복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생깁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인권 수업도 많이 진행했었고요. 실제 학생들이 청소년 인권선언을 만들어보게도 했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시민 단체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Q.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민단체들을 만들고 싶어하던가요?
초등학교 6학년 애들 수준에서 했던 게 많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일단 두발자유 만들기, 평화적인 센터 만들기 같은 논의를 하게 되고. 실제 아이들이 토론한 결과물 가지고 복도에서, 식당에서, “체벌이 없는 학교를 만들어요.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요.” 같은 피켓을 들고 피켓팅도 진행했었어요. 이런 것들도 참여의 한 형태라고 생각을 합니다. 동네의 문제점을 찾아서 그 문제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형태도 진행을 했었고요.

Q. 그럼 이런 정치 교육에 대해서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는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학부모님들과의 동의 속에서 진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지를 받고 있고. 또, 이라크 파병이나 이런 게 있을 때도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서 반 아이들과 집회에 참여를 했던 적도 있어요. (학부모님들로부터의) 큰 반발은 없었던 것 같구요.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지지와 응원을 많이 해주십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청소년도 충분히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했으면 좋겠고요. 그 과정 속에서 청소년이 나중에 한국사회의 민주시민 일원으로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성세대에게 있어야, 동반자로서 함께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소년이 불완전한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불완전성이,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