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에 재학 중인 구모(25)씨는 올해 휴학을 하고 6개월 째 서울생활 중이다고등학교 까지 전주에서 보낸 그는 통학을 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를 선택했다서울로 올라가게 되면 방값식비 등 생활비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한다며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결국 이렇게 올라올 줄 알았으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걸 그랬어요.”


△서울에서 진행되는 대외활동의 경우 대부분이 '수도권 거주자'를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충대신문


오로지 서울상경을 위한 휴학,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라도 넣어야죠

그를 서울로 오게 한 것은
대외활동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학과공부나 자격증공부뿐 이었어요. 수도권에는 차고 넘치는 기업의 서포터즈 같은 활동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란 더 어렵고요.”

실제로 한 해 열리는 1,300여개의 대외활동 중 70~80%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방 학생들이 지역 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폭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는 대외활동이 여의치 않자 수도권으로 눈을 돌렸지만, 기회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대외활동의 대부분이 지원 자격으로 서울 및 수도권 대학 학생으로 제한했어요. 대부분의 활동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 학생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이겠죠.”

그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왜 이 대학에 와서 남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것조차 못하고 있는지 한심했어요(웃음). 학점이나 토익 점수, 자격증 등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대외활동 경력이 중요하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큰 마음 먹고 올라왔죠.”

굳은 마음을 가지고 상경한 그의 앞엔 수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었다.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좁은 고시원 방안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생활의 터전이 계속 전주였기 때문에 친구들부터 대학동기, 선후배들도 모두 그곳에 있어요. , 정말 이곳엔 나뿐 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더라고요.”

금전적으로 겪는 어려움도 그를 힘들게 했다. 방값부터 핸드폰비, 교통비, 식비 등 기본 생활비만 해도 한 달에 80만원을 훌쩍 넘긴다. 부모님에게만 의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일과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잖아요. 시간도 많이 차지하고, 신경도 많이 쓰이고요. 휴학하고 제 이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올라왔는데 점점 그것은 잊혀지고, 아르바이트에 몰두하면서 자존감은 낮아지고심란해요. 가끔 이게 뭐하고 사는 건가 싶더라고요(웃음).”

공부환경 열약한 지방학생들, “어쩔 수 없이 올라 가야해요

남수정(22·인제 거주)씨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서울의 친척 집에서 생활했다.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필요한 토플 점수를 얻기 위해서다.

부모님은 집 근처에 있는 학원에 다니라고 말하셨죠. 남들은 그 말이 간단해 보이겠지만, 저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학원을 다니기 위해 학교 근처의 여러 영어 학원을 알아봤지만 토플을 가르치는 곳은 없었다. 동영상 강의를 보려고 했지만 그조차 녹록치 않았다. “토플로 가장 유명한 학원의 사이트를 들어가 보아도 동영상 강의는 몇 개 없더라고요. 과목당 1~2명의 선생님 강의만 있고, 그조차 꽤 오래 전에 올라온 거였어요.”

그는 서울로 오게 된 데엔 다른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영어실력으로 점수가 나오는 시험이 아니니까요. 강남에 유명한 학원이 있는데 그곳이라면 시스템이나 정보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서울에 올라와 공부한 2달 동안 그 기대가 충족됐냐고 묻자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선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강사들이나 모두 열정적이에요. 그 분위기에 놓여 있으니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정보 등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는 이번 여름 방학에도 2달 동안 올라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서울에 있으니까요.”

학원뿐만 아니라 스터디(여럿이 모여서 함께 같은 내용이나 분야를 공부하는 것)’ 또한 지방 대학생들이 겪는 고충이다.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는 자격증이나 공인영어시험의 경우 스터디를 구하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언론이나 금융등의 특정한 분야의 직업을 공부하기 위한 모임이나, 직무스터디 면접스터디 등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동 중인 카페에 올라온 스터디 모집 글의 대부분은 장소가 서울에 한정된다. 517일부터 616일까지 올라온 총 582건의 게시물 중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이뤄지는 스터디는 대구(1) 수원(2) 분당(3) 부산(5)4곳에 불과했다. 지방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신촌, 이대 등 대부분의 스터디가 서울지역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니, 지방대생들은 차선의 선택으로 왕복을 결심하기도 한다.

상경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아쉬운 대로 일주일에 두어번 서울을 다녀가는 것이다. 오직 서울이라는 기회의 장에서 벗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들보다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구씨는 스펙과 공모전을 쌓으면서 지방에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서울에서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면 잘 될거다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에 쫓겨 상경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덧붙여 기회는 각 지역에 공평하게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만 그러한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기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주어진다면, 이는 지방 대학생에게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