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학기 시즌이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계절학기를 신청한 학생들은 극심한 더위를 뚫고 캠퍼스로 향한다. 16주짜리 과정을 단 4주 만에 마무리하는 속성과정. 힘들지만, 부족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본래 계절학기는 학점이 너무 좋지 않은 학생들이나 졸업은 해야 하는데 이수학점이 부족한 학생들, 소위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이 듣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수전공과 전과가 활성화되며 이수학점이 많아지면서,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점점 늘고 있다. 

계절학기 수강인원이 점점 많아지면서 계절학기 등록금은 모든 대학생들에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에겐 계절학기 등록금이 큰 부담이다. 최근의 등록금 인하 분위기로 인해 각 대학교는 지난 몇 년에 걸쳐 등록금을 평균적으로 2~5% 정도 인하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계절학기 등록금은 오히려 인상했다. 특히 일부 사립대의 경우, 계절학기 등록금의 인상 폭이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생들에겐 매우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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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는 특수학기? 등록금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최근 3년 간 주요 대학교들은 계절학기 등록금을 대부분 인상 및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 등 주요 대학들이 계절학기 등록금의 인상을 주도했다. 연세대는 지난 2011년 1학점당 등록금을 98,900원에서 11만원으로 올리며 무려 11%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건국대와 한양대도 같은 기간 동안 1만원씩 등록금을 올렸다(건국대 75,000원→85,000원, 한양대 77,000원→87,000원). 특히 이들 학교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물가 인상률의 1.5배 이상의 비율로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는 원칙. 현행 고등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다)를 어겨가며 등록금을 크게 인상했다. 이들 대학은 계절학기는 정규학기가 아니므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참여연대 등에서는 계절학기도 학점 이수 방법의 일종이고 전체 재학생의 20%에 이르는 학생들이 듣는다는 점에서 등록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외에 서강대(97,000원→98,000원), 서울여대(73,500원→75,300원), 성균관대(88,000원→91,000원), 한성대(60,000원→70,000원) 등이 최근 3년 간 계절학기 등록금을 올렸다. 동국대(9만원), 국민대(8만원), 이화여대(90,600원), 중앙대(9만원), 한국외대(74,000원) 등은 3년 간 등록금을 동결했고, 숙명여대의 경우 2012년 9만원에서 85,900원으로 등록금을 인하했다.

올해는 대부분의 학교가 계절학기 등록금을 동결하는 추세다. 서강대, 숙명여대 등 일부 학교들이 등록금을 몇 천원 낮추긴 했지만 작년 한창 계절학기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인지, 섣불리 등록금을 인상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계절학기 등록금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부담스럽다. 실제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계절학기 수강률을 비교해 보면, 2012년 기준으로 국공립대가 평균 24.8%인 반면 사립대는 11.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국공립대에 비해 사립대의 계절학기 등록금이 서너 배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등은 등록금이 3만원을 넘지 않았으며, 서울대 역시 4만원으로 국공립대 중에선 비싼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싼 편이었다. 이에 비하면 사립대는 훨씬 비쌌다. 심지어 연세대, 아주대 등 일부 학교는 1학점 당 10만 원 이상이었다. 특히 연세대는 이번 학기 송도캠퍼스 언더우드국제대학(UIC)에서 진행되는 국제하계대학 과정에 학점 당 20만원을 매겨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반드시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는데 등록금 부담은 점점 커져

이처럼 최근 몇 년 간 계절학기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의 경우 인상한 가격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고, 계속해서 동결 추세를 이어가는 학교들도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면 등록금이 그다지 싸진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계절학기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최민지(23) 씨는 방학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계절학기를 들어왔다. 계절학기 기간에는 정규 학기보다 학생들도 적고, 듣고 싶은 수업 한두 개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욱 공부가 잘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최 씨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만만치 않은 계절학기 등록금이다. 이화여대의 올해 계절학기 등록금은 1학점 당 90,600원으로 3학점짜리 수업 하나를 듣는 데 271,800원이 든다. “전혀 감당하지 못할 돈은 아니니까 계절학기를 계속 듣고는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싼 거 아닌가란 생각을 계속 해요.” 최 씨는 학교 측이 계절학기 등록금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낮출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3학점짜리 한 과목에 20만 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최 씨처럼 자진해서 계절학기를 듣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어쩔 수 없이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에겐 계절학기 등록금이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단국대 한문교육과에 다니는 장혜성(23) 씨가 그런 경우. 사범대학을 다니면서 커뮤니케이션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장 씨에게 계절학기는 거의 필수다. 계절학기를 듣지 않으면 8학기 내에 졸업이수학점을 사실상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범대가 원래 이수학점이 많아요. 전공과목에 교육학 과목도 함께 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복수전공을 하니까 이수학점이 더 많아지죠”라며 “직전학기 평점이 4.0이 넘으면 그 학기 최대 이수학점이 3점 추가되어서 어떻게 8학기 내에 졸업할 수는 있는데, 매번 4.0이 넘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 외에도 저희 학과에서 복수전공하는 분들은 다들 어쩔 수 없이 계절학기를 들어요.” 장 씨는 단국대의 계절학기 등록금(학점당 6만 9천원)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그나마 등록금 부담은 덜한 편이라고 했다. “처음엔 비싸단 생각을 했는데, 다른 학교들이랑 비교하니 그나마 저희가 나은 편이더라고요. 다른 학교들은 거의 대부분 7만원을 넘으니까.” 

실제로 계절학기 수강생 중에서는 장 씨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복수전공을 해서 졸업이수학점이 늘어난 경우, 학기가 한 학기 남았는데 남은 이수학점이 한 학기 최대 이수학점보다 많은 경우, 졸업을 앞두고 전공필수 혹은 졸업필수 과목을 미처 듣지 못한 경우 등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니다 보니 계절학기 등록금에 대한 불만도 더욱 컸다. 한양대에 다니는 이명수(25) 씨는 “솔직히 계절학기 등록금을 갑자기 1만원 올렸을 때 화가 많이 났다. 돈 없는 학생들에겐 몇 만원 늘어나는 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별다른 통보 없이 갑자기 올려 버리니 화도 났고 황당하기도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계절학기 등록금에도 등록금 상한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계절학기 등록금 인상 논란은 사실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일은 아니다. 2008년 무렵에도 대학교들이 계절학기 등록금을 급격히 인상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기간 카이스트는 등록금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무려 5배나 인상해 논란의 중심에 섰고, 연세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도 5% 이상 등록금을 인상했다. 한편 서울시립대는 3만 5천원에서 7만원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100%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학생들의 반대 서명운동과 총학생회의 피켓시위 등 강력한 반발로 인해 중도 무산되었다. 서울시립대는 그 대신 몇 년에 걸쳐 등록금을 서서히 올리는 방식으로 선회하여 결국 7만원에 도달했다. 이는 대학교들이 그만큼 계절학기 등록금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는 의미이며, 그 기저에는 계절학기가 정규학기가 아니라는 대학교 당국의 인식이 자리해 있다.

이에 합리적인 계절학기 등록금 산정을 위해서는 계절학기가 정규학기 등록금처럼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확실히 받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계절학기의 경우엔 규정 적용이 애매해서 대학교가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등록금이 폭등하기도 한다”라며 계절학기 등록금도 정규학기 등록금과 같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미 국회의원들이 계절학기도 정규학기처럼 등록금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을 여럿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들어 등록금  관련 법안 개정 논의가 한풀 꺾이면서 계속해서 계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이름으로 계절학기 등록금 관련 법안들이 여럿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