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7일에 걸쳐 실시된 53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재선거가 결국 무산되었다. 서울대 학내언론인 서울대저널에 따르면 선거인 명부에 대한 논란으로 개표가 지연된 끝에 최종 투표율이 49.2%로 확정되어 투표무산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는 11월 선거 이전까지 구성되지 않고 단과대연석회의의 형태로 운영되게 된다. 작년 11월 실시되었던 선거는 선관위의 투표함 사전개봉, 한 선본의 선관위실 도청 등의 논란 속에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 지난 11월 53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당시에 촬영한 서울대 정문 사진


마찬가지로 이번 재선거에서도 수많은 논쟁, 논란, 파행이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를 물들였다. 투표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면서, 선관위와 선본들 사이에서 입장 차이가 벌어져 개표가 지연되고 선관위가 교체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재선거의 마감일이었던 4월 29일 자정 당시 투표율이 가까스로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총학생회 구성 성사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다음 날인 5월 1일 선관위가 총 유권자의 수를 16640명이 아닌 16440명으로 잘못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는 큰 혼란에 빠졌다. 정확한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투표율은 50%에 못 미치게 되어 투표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선관위원들, 선본들 중 일부가 투표 성사를 위해 휴학생을 제외하고 갱신된 선거인 명부를 사용하자는 주장을 하며 학내에 논란이 빚어졌으나 결국 총학생회 구성은 무산되었다.

유권자인 서울대 학생들은 대체로 투표를 무산시킨 선관위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전기공학부 06학번 이효준 씨는 “선거인명부를 선거 전에 확정짓는 것은 공직자선거법 등의 일반 선거법에서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선거무산위기 시점에 유권해석을 시도하고 또 그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폭언, 선관위에 대한 불신임을 일삼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보다는 선거의 성사 여부에만 관심이 있는 선본들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선거의 파행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생물교육과 07학번 김형석 씨는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총학선거의 모습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마치 아주 길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4년간 잠도 자지 않고 보도록 강요당하는 기분이다."라며 계속되는 총학선거 논란에 대한 지루함을 표현했다. 

한편, 사실 이러한 논란 이전에 투표 성사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든 것은 기본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7일간의 투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이 기록되었다. (심지어 선관위가 우천을 이유로 투표 일정을 변경하여 실시하기도 했지만, 투표율에는 별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경영대(38.06%), 미술대(26.65%), 음악대(25.72%), 의과대(28.03%) 등에서는 투표율이 채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권자인 일반 학생들은 그들 나름대로 ‘뽑을 선본이 없다’, ‘총학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선본들은 그 나름대로 ‘아무리 그렇다고 투표도 하지 않는 건 무슨 경우냐’는 분통을 터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담을 쌓아놓고 서로의 입장을 반복하여 말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학생 사회가 어떻게 하면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그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그 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총학생회 선거는 단일 학교의 선거이긴 하지만,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언제나 많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가 보여준 모습들은 매우 아쉬운 것들이었다. 11월, 다음 선거는 조금 다른 모습일까. 가을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눈들이 서울대를 주시할 것이라는 것만은 변치 않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