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싸우는 학생들이 있다. 매 학기마다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내 가며 학점관리에 토익, 자격증 그리고 알바까지. 취미생활에 투자할 시간조차 부족한 대학생들이 목숨 걸고(?) 학교와 싸우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09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문화관광부의 표적 감사로 일컬어지는 감사 후 황지우 교수는 총장에서 쫓겨났다. 그는 시간 강사로라도 강의를 하겠다며 강사 등록을 했으나 학교 측은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허 통보를 했다. 어디에도 소송 진행 중인 사람이 시간강사를 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근거는 없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현수막, 게시물 등등을 학교에 내 걸어 학생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황지우 전 총장은 교수지위확인소송을 냈지만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과 관련 한 정보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진출처: 경향닷컴,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5010011395&code=940401>



 어쩌면 중앙대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 5월 중앙대와 두산그룹의 인수 MOU(양해각서)가 체결된 뒤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이 중앙대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후 2009년 4월 ‘구조계획위원회’를 발족한 뒤 중앙대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방적 학과제 개편, 교지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 전액 삭감 등이 그 내용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일련의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중앙대생들의 삭발식이 보도된 바 있다.






 숙명여대 역시 학과제의 일방적 개편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숙명 블루 리본(Rebor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영실 총장이 취임한 이후 진행된 일이다. 경영학부는 경영대학으로 독립해 3개의 학과로 나뉘고 경제학부는 사회과학으로 편입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학교가 일부의 보직자와 일방적으로 계획한 끝에 통보한 내용이기 때문에 정작 학제 개편에 따른 영향을 받는 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숙명여대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게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학생들의 반향도 상당하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교수들과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문에 모여 검은 상복을 입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한영실 총장의 블루리본프로젝트에 대한 야심과 학교의 리본(reborn)을 위해 이해해 달라는 변명 뿐 이었다.


  4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처음 공개한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73개교의 수업료와 1인당 교육비에 대한 수치가 공개되었다. 이에 따르면 평균 연간 등록금이 6백 84만 5천원으로 매달 백만 원씩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치열한 입시교육을 거치고 난 후 직접 만져본 적도 없는 수 백 만 원을 학비로 충당하며 배우고 싶었던 것이 시위를 위한 피켓 만드는 방법, 학교에 항의하는 방법들 이었을까.

<사진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6790.html>

 한예종은 이번 졸업식에서 학교 측의 강제 학제개편에 반대하는 장례 퍼포먼스를 했다. 숙명여대의 경우 학생사찰 사건과 관련하여 정보를 조회당한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한 해 7백여 만원의 등록금으로 상복을 갖춰 입고 소송을 준비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는 혜택 아닌 혜택에 오늘도 학생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