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충주 증편의 원룸에서 충주대학교 여학생 한명(금양, 20)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여학생은 전날 선배들이 신입생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마련된 술자리에 불려나갔다. 이 술자리에서 금양은 선배들 이름을 다른 신입생보다 많이 몰랐다는 이유로 벌주를 강요당했고 20여분 동안 3병 반의 소주를 들이부어야 했다. 울면서 힘들어하는 금양에게 선배들은 폭언을 퍼붓거나 도움을 주려는 동기들을 물리쳤다.

 이쯤에서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선배의 음주강요로 일어난 사망사건은 사고일까? 살인일까? 만약 이번 사건이 사고라면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학생들은 단지 실수를 저지른 것일 뿐이며 따라서 선처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살인이라면 음주를 강요한 학생들은 고의성을 가지고 금양을 해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려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도대체 선배들은 왜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음주를 강요한 것인가? 어쩌면 그들은 그 순간 자신들이 행한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후배들 기강을 잡기 위해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 지나치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가정에서 부모는 자식들의 행동을 규정하기 위해 대화보다는 명령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끌겠다는 미명하에 교사들이 얼차려를 시키거나 매를 들기 일쑤다. 남자 대학생들이라면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들을 괴롭히며 기강을 잡는 일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금양에게 음주를 강요한 선배들은 바로 이 ‘강요의 문화’에 익숙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후배란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교사가 학생을 대하듯, 선임병이 후임병을 대하듯 질서를 세워우고 이끌어야만 하는 존재지 결코 수평적인 관계에 놓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음주를 ‘권유’하지 않고 ‘강요’했다. 그것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바로세우고 후배들의 기강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정당화하면서.

 결국 이번 충주대 음주사망사건은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양에게 음주를 강요한 선배들은 바로 이 권위적인 문화를 학습했고 자신들의 학습경험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되돌려줬다. 따라서 해당 선배들은 금양에게 권위적 문화를 강요한 가해자이며 동시에 권위적 문화를 학습당한 피해자다. 물론, 그들의 행위가 단순히 문화적 배경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권위주의 문화가 존속되는 한 제2, 제3의 금양은 또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앞서 제기된 이번 사건이 사고냐, 살인이냐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해보자. 이번 충주대 음주사망사건은 분명히 살인 사건이다. 우선 피해자는 금양이다. 이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가해자는 음주를 강요한 선배들을 범행도구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민주적 가치 대신 질서와 기강이라는 경직된 가치를 불어넣으려 애쓰는 권위적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