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핸드폰 좀 그만 봐라.“

지난 달 어느 일요일, 그 날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았다. 다가오는 수요일 수업의 토론 때문에 조원들끼리 카카오톡(이하 카톡)으로 논제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카톡을 늦게 보면 진행된 논의를 따라잡기 힘들었고, 불리한 논제가 결정될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딸이 한심해 보였는지 어머니가 결국 한 마디 하셨다.

그 와중에 총 6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숫자 1이 몇 시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급기야 조원 한 명이 그 동안 대답이 없었던 조원을 숫자 1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오빠, 단체 카톡에 대답 좀 해주세요.’ 뒤늦게 지적을 받은 조원이 카톡을 확인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2013년, 스마트폰 보급률 67.6%로 세계 1위를 차지한 한국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미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화장실에 가면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도 흔하다. 한국 정보화 진흥원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이미 인터넷 중독률(7.7%)을 앞질렀다.

일반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인데 비해 스마트폰 중독자들의 사용시간은 8.2시간이었다. 주된 스마트폰 이용 목적은 중독자와 일반 사용자 모두 메신저 앱(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을 통한 채팅(65.1%)이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년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테스트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 중 하나를 클릭하자 첫 번째 문항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중독의 증상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한 것이 개인의 잘못된 사용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까?


스마트폰 중독 요구하는 사회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폰은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다. 이는 예전에 스마트폰이 없어도 할 수 있던 일을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할 수 없다는 것은 편리함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스마트폰 없는 '불편한' 생활을 견디지 못함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라. 아침 출근길이나 통학길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없다면? 뿐만 아니다. 대학생의 경우 매 수업마다 꼭 있는 조모임에서 카카오톡은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과거에는 은행까지 가서 해야 했던 계좌이체를 이제 어플 하나만 깔면 손쉽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어플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모두 편리한 생활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어플들이다. 버스와 지하철의 도착 시간과 환승 경로를 알려주는 교통 관련 어플, 무거운 지갑을 가볍게 해주는 멤버십 카드 어플 등등.

심지어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청소년들에게도 스마트폰은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이다. 영어듣기 어플을 통해 모의고사에 출제되었던 영어 듣기 문제를 공부할 수 있고, 인터넷 강의도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때로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 관계망이 중독을 요구하기도 한다. 애니팡에서부터 시작되어 쿠키런, 윈드러너, 모두의 마블까지. 스마트폰 게임 역시 우리에게 언제 어느 때나 관계망에 연결될 것을 강요한다. 잠시라도 관계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소외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가 스마트폰 중독 증상까지 보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일대일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거나,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터널증후군, 거북목증후군과 같은 문제들을 도외시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한테 “핸드폰 그만 좀 봐” 라고 말하기 전에 생각해 보자. 어쩌면 그 친구는 단 2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다는 “죄”로 조원들에게 원망을 들으며 스마트폰 사용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