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 지방선거 100일 전이라고 떠들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지방선거가 3주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6월 2일이 가까워 올수록 정치권은 더욱 더 바삐 선거 채비를 차리고 있다.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서울시장 후보로 여권에서는 현 시장 오세훈이, 민주당 단일 후보로는 한명숙이 출마해 선거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오늘 오전에는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화 후보로 국민참여당 유시민이 뽑혔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카라는 선관위 투표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되었고, 최수종, 하희라, 박지선씨도 그 뒤를 이어 홍보대사가 되었다. 소녀시대는 MBC가 투표 독려를 위해 준비한 투표송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선거 관련 소식이 곳곳에서 나오고 투표율을 높일 방법을 강구한다 해도, 정작 유권자인 국민이 무관심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게 마련이다. 60.3%에 불과한 대통령 선거 투표율만 보아도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권리 미행사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를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우리는 ‘투표는 꼭 해야 하는 것’으로만 배웠는데, 정작 ‘왜 투표를 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고민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6. 2 지방선거 홍보대사 위촉 행사 현장
※ 출처 :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0/02/25/PYH2010022507880001300_P2.jpg



 우선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투표를 하는 행위는 의무일까? 권리일까? 선거철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유권자’와 ‘권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권리일까? 아니면 투표는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공론화되고 있으니 의무일까? 실제로 투표는 국민이 가진 ‘권리’에 속한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상 거의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행위다. 투표는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민주주의라는 말에 걸맞게,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투표'라는 권리는 선거에 참여해 좋은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권리, 부정부패와 비리에 찌든 사람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권리, 당의 비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주민을 우선시하는 이를 지역 일꾼으로 뽑을 수 있는 권리 모두를 포함한다. 하지만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이 모든 가능성 역시 저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 혹자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국가의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정치적 자살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조금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투표의 의미를 적확하게 파고든 말이 아닐까 싶다.



▲ 2009년 재보궐 선거 때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설치된 학내 투표소
※ 출처 :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09/1028/IE001125246_STD.jpg 



 하지만 투표가 포기하기 어려운 권리라는 점을 밝혀도, "투표해봤자 바뀌는 것 없더라. 그놈이 그놈이더라.", "투표로 뭐가 달라지는 것 봤나? 투표하나 안 하나 똑같다." 라고 반문할 사람 역시 존재하리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투표해도 변하는 것 없다'는 명제가 완벽하게 참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선거에든 변수나 예외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일반적인 예측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타났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것이 아닐까. 가까운 사례로는 09년 4월 28일 있었던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서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상당한 표 차이(5081표)로 이겼던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결과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매우 고무적인데, 이는 20대(이 사례에서는 학내 투표소를 설치해 '대학생'들의 참여가 많았다)의 권리 행사가 실제로 주목할 만한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미 정치판은 썩을대로 썩어 있어서 새바람이 일어나기 어려운 풍토라는 점이다. 새로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선거에 참여할 근거가 생긴다고 본다. 지저분한 정치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거기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거에서 '투표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글자 그대로 엉망인 후보들밖에 없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은 후보에 표를 주어 최악을 피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완성도 높은 공약과 비전으로 다가서는 준수한 후보가 있다면 해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면 된다. '현실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공고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변화를 도모하는 실천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필요한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이라 할지라도 소용이 없어진다. 제 할 몫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 던지는 비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한편 고함20에서는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점에 주목해 보자는 글을 선보인 적이 있다(
http://goham20.com/218). 물론 20대는 매우 바쁘다. 신경 써야 할 구석도 많고.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20대를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을 선보이며 20대에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정당도, 정치인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20대에게까지 급하게 호소하는 데 그친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각도를 어떻게 해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20대가 그간 소극적인 투표층이었기에 정치인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진 건지, 아니면 애초에 20대가 배제된 채 정치판이 돌아가서 20대들이 소외감을 느껴 투표에도 무심해진 건지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다. 왕성한 비판정신을 가지고 있고 사회 변혁에 대해서도 보다 열린 태도를 취하는 20대의 장점을 살려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투표함으로써 존재감을 확고히 해 나가는 것은 어떤가. 나의 한 표가 20대가 살기 힘든 팍팍한 현실을 조금 더 낫게 바꾸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면, 투표가 지닌 대단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6. 2 지방선거는 지방선거 20년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다. 누군가는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기회로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정당 혹은 개인 지명도를 굳힐 수 있는 때로 바라본다. 우리 20대는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어떨까.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옛 격언을 곱씹으며 글을 마친다.